노인학대뉴스 치매 걸린 엄마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 은행이 알려주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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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11-29 12:39 조회 727회 댓글 0건본문
등록 2023-11-28 11:00 수정 2023-11-28 20:13
[디지털 약자, 포용의 기술]
미국 실버 핀테크 회사 살펴보니
미국 실버 핀테크 회사 살펴보니
‘유령 해커(Phantom Hacker)가 노인들을 노리고 있다.’올해 미국 전역에서 노인 대상 사기 범죄가 급증했다. 정부나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해 계좌 정보를 빼내거나 송금을 요구하는 수법이 주를 이뤘다. 피해자 대부분은 60살 이상으로 피해 추정 금액은 올 상반기 5억4200달러(약 6767억원)를 웃돌았다.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본사를 둔 핀테크 회사 ‘에버세이프’(Eversafe)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에버세이프는 노인들의 금융 거래를 모니터링하며 비정상적인 거래가 포착되면 보호자에게 즉각 알림을 보낸다.“노인 대상 금융 사기 행각이 기술적으로 정교해지고 있으니 우리도 기술로 맞서야죠.” 지난달 18일 에버세이프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하워드 티슐러(Howard Tischler)와 엘리자베스 로위(Elizabeth Loewy)는 비대면 인터뷰로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핵심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고객의 금융생활 패턴을 파악하고 여기에서 벗어나는 지출 항목 변경, 비정상적 투자, 승인되지 않은 계좌 개설 등 이상 거래를 감지하는 것이다. 이용자 평균 연령은 55살이다. 고객 중엔 102살 노인도 있다고 한다. 서비스 이용료는 등급에 따라 월 약 6~21달러다.
“젊을 때는 늦은 새벽에도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하지만, 나이 들면 그렇지 않죠. 젊은 부부는 생필품에 돈을 많이 써도 아이가 독립하면 관련 지출이 줄어요. 나이와 생활에 따라 달라지는 사용 내역을 살펴 이상 거래 내역을 감지하고 경고 알림을 보냅니다.”(로위)
에버세이프는 티슐러와 로위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했다. 어머니의 치매 발병 사실을 알게 된 티슐러는 어머니 계좌를 살펴봤다가 자동차 점검 서비스에 주기적으로 수십달러에서 수천달러의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알게 됐다. 어머니는 시각장애인이었고, 자동차는 물론 면허증도 없었다. 이 일을 계기로 당시 맨하탄 지방검찰청 노인학대 사건팀에서 검사로 일하던 로위와 만나 2016년 에버세이프를 설립했다.
금융 생활에서 ‘치매 단서’도…성인 자녀도 주고객
노인들은 단순한 정보 부족, 실수뿐 아니라 치매와 같은 인지능력 퇴화로 금융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집 주변에서만 금융 거래가 이뤄지는 등 행동 반경이 축소되거나 비슷한 실수가 반복되는 3~4가지 신호를 종합해 치매 등을 미리 포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치매 발병 조짐은 의사에게 진단받기 6년 전 금융 기록에서 드러난다는 2021년 존스홉킨스의 연구 결과도 있다.로백은 “자녀가 부모 자금을 함부로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면서도,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 부모를 부양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케어풀 가입자는 월 30달러(약 4만원), 연 300달러(약 40만원)을 내고 서비스에 가입하는데, 부모에게 가입을 권유하는 자녀도 상당수라고 한다. 은행이나 보험회사 40여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핀테크 서비스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으로 노인 스스로 금융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지난 9월25일 비대면으로 만난 독일의 노인 대상 재정관리 핀테크 회사 ‘브리게’(Brygge) 공동대표 코넬리아 슈워트너(Cornelia Schwertner)의 말이다.“이용자를 교육해 온라인 뱅킹을 배우도록 할 게 아니라, 온라인 뱅킹이 이용자를 배워야 하는 거 아닐까요.” 금융 소외를 개인의 탓으로 보지 말자는 얘기다.노년층 대상 핀테크의 확산 속도가 빠르진 않다. 미국 비영리단체 ‘금융건강네트워크’는 2020년 보고서에서 2% 미만의 핀테크 업체가 60살 이상을 대상으로 사용자 테스트를 한다고 추정했다. 금융건강네트워크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50살 이상에 널리 퍼져있지만 핀테크는 뒤쳐지고 있다”며 “노년층은 기술 민감성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 재정 통제력 상실에 대한 노년층의 우려 등이 노년층의 핀테크 이용을 방해한다”고 분석했다.그러나 이같은 장벽을 극복하면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게 인터뷰에 응한 핀테크 업체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노인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로백은 “노인을 타겟으로 한 금융 서비스가 수익성이 없다는 건 널리 퍼져있는 미신”이라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이 이 비즈니스를 필요로 하는지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해요. 기꺼이 돈을 내려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심화되는 고령화에 시장 전망 ‘밝음’
국내 은행 2곳 외엔…노인 전용 금융기술 찾기 힘들어#. 토스는 지난 1월 ‘가족 보안 알리미'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기 의심거래를 탐지해 사용자가 미리 등록해둔 가족에게 명의도용, 피싱 등 알림을 토스 앱이나 카카오톡으로 보내준다. 토스 쪽은 “나이 많은 부모를 둔 성인 자녀들이 이 서비스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만 50살 이상 고객 대상으로, 다른 금융회사 오픈뱅킹에 출금 계좌로 최초 등록된 신한은행 계좌에 대해 12시간 동안 오픈뱅킹을 통한 이체를 제한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타금융회사 오픈뱅킹을 통한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국내에서 노인만을 타깃으로 한 금융 관련 기술은 찾아보기 어렵다. 시중은행 5곳, 인터넷은행 3곳에 물어보니, 앞선 두 사례를 제외하고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이상 거래 감지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스마트폰 앱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큰 글씨, 간단한 화면 구성을 제공하는 정도다. 한국 핀테크 업체 대부분이 가입돼있는 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도 노인만을 타깃으로 한 핀테크 서비스는 등록돼 있지 않다. 한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 필요나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오프라인 점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온라인에서 마땅한 출구 찾기도 어렵다 보니 금융 생활에서의 노인 소외는 더 심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은행 점포수는 지난해 말 현재 5800개로 10년 전에 견줘 24.4% 감소했다. 허준수 숭실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디지털 금융 기술은 갈수록 발전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점포들은 폐쇄되고 있어 노인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내년 65세 이상 인구가 1천만을 넘는데, 이들을 위한 금융 기술을 공공성·시장성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이태광 사무국장은 “금융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고령층 친화 기술 개발과 서비스 확대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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