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 교수
유전자 비슷해도 노화 '제각각'
식습관·운동·수면에 따라 좌우
유전자 비슷해도 노화 '제각각'
식습관·운동·수면에 따라 좌우
‘친밀한 인간관계, 걷기 운동, 규칙적인 숙면, 풍부한 야채·과일 섭취….’
세계적 장수의학자인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 교수(사진)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0여 년간 전 세계 백세인을 연구해 내린 장수 비법을 이같이 정리했다. 그는 “노년에 친구가 없다는 것은 매일 담배를 한 갑씩 피우거나 과음하는 것처럼 위협적이며 비만보다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노년기의 고독감이 장기화되면 생체기능을 떨어뜨리고 우울증, 치매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고방식과 인간관계, 식습관, 운동, 수면 등 생활 패턴에 따라 신체의 호르몬과 면역기능, 생체기능 등이 크게 좌우된다”며 “사람마다 노화의 속도가 제각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노화 현상은 장기에 따라, 조직에 따라, 세포에 따라 각기 다르기 때문에 유전 조작으로 이를 한꺼번에 교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생활 패턴의 변화를 통해 이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노화를 정복할 신약의 출시는 최소 50년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항노화의 첫 타깃이 된 치매치료제가 1990년대 동물실험에선 기가 막힌 성과를 내고도 현재까지 30여년간 인체 대상 임상에선 줄줄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 세포와 동물 세포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험용 쥐의 수명이 2년, 꼬마선충은 3주인데, 동물실험 결과로 수명이 100년에 가까운 인간에 적용하기엔 풀어야 할 기술적 난제들이 많다”고 했다. 또한 “약물로 특정 유전자를 건드릴 경우 언제,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른다”라며 "10~30년 장기간 임상을 통해 광범위한 효능과 부작용을 분석해야 하고 여기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점도 한계"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론 바꿀 수 없다면, 라이프 스타일 코렉션(생활 방식 교정)으로 개선해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사회 문화와 환경 생태가 수명에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18세기까지 30대에 불과했던 인류의 평균 수명이 21세기 들어 80세로 급증한 배경엔 산업혁명의 영향이 컸다며 △상하수도 구축에 따른 깨끗한 물 공급 △전기 생산에 따른 냉장고 보급 확대 △백신 공급 등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 세기 만에 인류 수명이 급증했다고 하지만 평균치만 올라간 것일 뿐 과거에도 백세인은 많았다"며 "그들의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블루존(장수마을) 식단과 비교해볼 때 한국의 전통 식단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나물 등 야채 섭취량이 많다”며 “채소는 항산화 효과에도 좋고 돌연변이 억제 효과도 있다”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야채를 살짝 데쳐서 먹는 전통이 있는데, 이 역시 야채를 많이 먹게 되는 배경이다. 또 된장 청국장 등 발효음식에 풍부한 ‘비타민 B12’는 뇌신경 기능 퇴화를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운동과 관련해선 빨리 걷기와 천천히 걷기를 교대로 반복하는 ‘인터벌 워킹’을 추천했다. 전 세계 장수마을이 주로 산간지방에 있고 언덕이 많은 이유다. 그는 더 자주 걷기 위해 오래전 몰던 자동차를 팔았다고 한다. 다만 운동을 과도하게 하면 안 되고 적절히 해야한다. 보통 운동선수의 평균 수명이 일반인에 비해 다소 짧은 것도 과도한 운동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는 없는 것보다 적절하게 있는 것이 장수에 좋다는 분석도 내놨다. 국제노화학회에서 발표한 건강장수 비법 중 하나는 '적절한 스트레스'였다고 그는 소개했다. 그는 "적절한 스트레스가 인체 호르몬의 항존성과 응내성에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Z세대는 안정보다는 도전과 모험을 통해 적절한 스트레스를 추구하는 것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온라인 인간관계보다 오프라인 인간관계를 넓히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생)에 대해선 "은퇴 후 귀촌 생활을 하는 사례가 많은데, 장수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다만 마을 주민과 떨어져 사는 것보다 어울려 살면서 같이 밥을 먹는 것이 훨씬 건강에 이롭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화 세포가 젊은 세포보다 뒤진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더 높은 생존력과 응내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네이처)를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또 한센병 환자의 수명이 일반사람보다 길다는 것에 착안해 이를 활용한 노화약물을 개발하기도 했다. 70대 중반인 그는 연간 7~8편의 국제논문을 내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세계적 장수의학자인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 교수(사진)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0여 년간 전 세계 백세인을 연구해 내린 장수 비법을 이같이 정리했다. 그는 “노년에 친구가 없다는 것은 매일 담배를 한 갑씩 피우거나 과음하는 것처럼 위협적이며 비만보다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노년기의 고독감이 장기화되면 생체기능을 떨어뜨리고 우울증, 치매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장수촌 대부분 마을 입구에 정자가 있어 노년층이 그곳에서 활발하게 소통하는 구조다. 그는 “사람을 만나 눈을 마주치거나 악수하면 애정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줄어들며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했다. 다만 SNS 등을 통한 비대면 인간관계는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서양에선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에 대해 축하하는 문화이지만, 한국인들은 오래사는 것에 대해 자녀에게 미안해하는 정서가 강하다"며 "이는 고쳐야 할 잘못된 문화"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방식과 인간관계, 식습관, 운동, 수면 등 생활 패턴에 따라 신체의 호르몬과 면역기능, 생체기능 등이 크게 좌우된다”며 “사람마다 노화의 속도가 제각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노화 현상은 장기에 따라, 조직에 따라, 세포에 따라 각기 다르기 때문에 유전 조작으로 이를 한꺼번에 교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생활 패턴의 변화를 통해 이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노화를 정복할 신약의 출시는 최소 50년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항노화의 첫 타깃이 된 치매치료제가 1990년대 동물실험에선 기가 막힌 성과를 내고도 현재까지 30여년간 인체 대상 임상에선 줄줄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 세포와 동물 세포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험용 쥐의 수명이 2년, 꼬마선충은 3주인데, 동물실험 결과로 수명이 100년에 가까운 인간에 적용하기엔 풀어야 할 기술적 난제들이 많다”고 했다. 또한 “약물로 특정 유전자를 건드릴 경우 언제,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른다”라며 "10~30년 장기간 임상을 통해 광범위한 효능과 부작용을 분석해야 하고 여기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점도 한계"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론 바꿀 수 없다면, 라이프 스타일 코렉션(생활 방식 교정)으로 개선해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수에 영향을 주는 모든 인자를 분석한 ‘장수 집짓기’ 모델 이론을 처음 소개했다. 유전자, 성별, 성격, 사회문화, 환경생태 등 다섯 가지가 장수라는 집을 짓기 위한 토대라고 평가했다. 또한 운동, 영양, 관계, 참여 등 네 가지를 집의 기둥으로 봤다. 그는 오래사는 것 못지않게 삶의 질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 문화와 환경 생태가 수명에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18세기까지 30대에 불과했던 인류의 평균 수명이 21세기 들어 80세로 급증한 배경엔 산업혁명의 영향이 컸다며 △상하수도 구축에 따른 깨끗한 물 공급 △전기 생산에 따른 냉장고 보급 확대 △백신 공급 등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 세기 만에 인류 수명이 급증했다고 하지만 평균치만 올라간 것일 뿐 과거에도 백세인은 많았다"며 "그들의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블루존(장수마을) 식단과 비교해볼 때 한국의 전통 식단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나물 등 야채 섭취량이 많다”며 “채소는 항산화 효과에도 좋고 돌연변이 억제 효과도 있다”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야채를 살짝 데쳐서 먹는 전통이 있는데, 이 역시 야채를 많이 먹게 되는 배경이다. 또 된장 청국장 등 발효음식에 풍부한 ‘비타민 B12’는 뇌신경 기능 퇴화를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장수 비법으로 ‘숙면’을 꼽았다. 그는 “잠잘 시간이 되면 TV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끄고 자는 것이 장수인의 패턴”이라고 강조했다. 또 침실은 최대한 조용하고 어둡게 꾸며 숙면이 이뤄질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운동과 관련해선 빨리 걷기와 천천히 걷기를 교대로 반복하는 ‘인터벌 워킹’을 추천했다. 전 세계 장수마을이 주로 산간지방에 있고 언덕이 많은 이유다. 그는 더 자주 걷기 위해 오래전 몰던 자동차를 팔았다고 한다. 다만 운동을 과도하게 하면 안 되고 적절히 해야한다. 보통 운동선수의 평균 수명이 일반인에 비해 다소 짧은 것도 과도한 운동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는 없는 것보다 적절하게 있는 것이 장수에 좋다는 분석도 내놨다. 국제노화학회에서 발표한 건강장수 비법 중 하나는 '적절한 스트레스'였다고 그는 소개했다. 그는 "적절한 스트레스가 인체 호르몬의 항존성과 응내성에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Z세대는 안정보다는 도전과 모험을 통해 적절한 스트레스를 추구하는 것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온라인 인간관계보다 오프라인 인간관계를 넓히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생)에 대해선 "은퇴 후 귀촌 생활을 하는 사례가 많은데, 장수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다만 마을 주민과 떨어져 사는 것보다 어울려 살면서 같이 밥을 먹는 것이 훨씬 건강에 이롭다"고 강조했다.
박상철 교수는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노화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 ‘노화의 원리’의 동양인 최초 편집인, 국제노화학회장 등을 거친 세계적인 노화 연구 학자다. 2013년 삼성종합기술원 웰에이징연구센터장을 맡으며 당시 장수 연구에 관심이 많았던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도움으로 세계 노화 연구를 주도했다.
그는 노화 세포가 젊은 세포보다 뒤진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더 높은 생존력과 응내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네이처)를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또 한센병 환자의 수명이 일반사람보다 길다는 것에 착안해 이를 활용한 노화약물을 개발하기도 했다. 70대 중반인 그는 연간 7~8편의 국제논문을 내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