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말기암 85세 존엄사 선택, 생전 장례식 열고 파티 [출처: 중앙일보] 말기암 85세 존엄사 선택, 생전 장례식 열고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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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담당 작성일 18-10-10 08:26 조회 2,401회 댓글 0건본문
"지금 살아있는 순간이 감사하게 느껴지며 다가올 죽음에 대해 진지하고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공호흡기 달고 좀 더 살아서 뭐하나요. 그거 아무런 의미 없다고 봐요."
[존엄사 8개월, 웰다잉 확산 上]
“검은 옷 말고 예쁜 옷 입고 와라”
연명치료 거부 “인간답게 살 것”
7일 서울 동대문구 시립동부병원 3층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 말기 전립샘 암환자 김병국(85)씨는 기력이 없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목소리는 또렷했다. 그는 “사는 것에 집착하기보다 살아있을 때 어떻게 지내는 지가 중요하다. 어차피 회생 가능성이 없다. 그렇다면 즐겁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살아있을 때 잘 지내는게 중요하지”라고 말한다.
취재진은 지난달 4일부터 네 차례 김씨의 병실을 찾았다. 그새 병세가 많이 나빠졌다. 죽음이 다가오면서 삶의 집착이 강해질뻔도 한데 김씨의 연명의료 중단 신념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생과 사의 현장을 누비는 소방대원의 삶을 보고 연명하는 게 억지라는 생각을 굳혔다. 입원 이틀 후 연명의료계획서에 서명했다. 임종 상황이 오면 인공호흡기·심폐소생술 등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김씨는 8월 중순 이 병원에서 '생전(生前) 장례식’을 열었다. 지인들에게 부고장(訃告狀)을 보내며 “검은 옷 대신 밝고 예쁜 옷을 입고 오라"고 했다. 50여명과 즐겁게 춤 추고 노래했다. 그는 "죽은 다음 장례는 아무 의미 없다. 임종 전 지인과 함께 이별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한다.
연명의료 중단(존엄사) 시행 8개월만에 2만742명이 존엄사를 택했다. 20년 논쟁 끝에 시행한 존엄사 제도가 임종 문화를 서서히 바꾸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이 인공호흡기를 아예 달지 않거나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사람이 이를 제거한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 8개월 간 월 평균 2500명이 서명했다. 이를 토대로 추정하면 한 해 존엄사 서명자는 약 3만명이다. 지난해 질병 사망자(25만8380명)의 11.6%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참여자가 늘면서 웰다잉(Well dying)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존엄사 서명자 2만742명 중 남자가 1만2544명, 여자가 8198명이다. 본인이 직접 서명하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자는 6836명(33%)이다. 나머지는 가족 2명이 환자의 평소 연명의료 중단 신념을 대신 진술하거나(6224명), 환자의 뜻을 몰라서 가족 전원이 존엄사에 합의한 경우(7528명)다. 아직은 본인이 결정한 비율이 낮은 편이다.
이와 별도로 건강한 사람이 연명의료 중단을 미리 서약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쓴 경우는 5만8845명이다. 여자(3만9350명)가 남자(1만9495명)의 두 배에 달한다. 연명의료 중단을 시행하려면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있어야 하는데, 전국에 164개 병원이 그걸 갖추고 있다. 사전연명의료계획서를 상담하고 작성할 수 있는 데는 건강보험공단·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 등 86곳이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의료진이나 가족이 연명의료 중단에 대해 경각심을 갖지 않고 적당히 처리해온 측면이 있었는데, 연명의료 결정법 시행을 계기로 인식이 넓어지고 편안한 마무리 문화가 전반적으로 향상됐다"고 평가한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어렵게 시행한 법률 치고는 8개월만에 이 정도 성과를 거둔 것은 고무적이다. 웰다잉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백수진 부장은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손자까지 서명을 요구하는 등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환자 본인보다 가족이 결정하는 비율이 너무 높은 점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신성식·이에스더·이승호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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