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뉴스 돈 없고 병들어 울고… 가족 학대에 또 우는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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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7-09-06 09:02 조회 1,171회 댓글 0건본문
- 고령사회 어두운 자화상
작년 피해자 20% 기초수급자
4명중 1명 치매 진단·의심자
“서로에 대한 무관심·방임 계속
남 얘기 아닌 우리집 얘기 돼”
치매 노모를 홀로 부양하던 A(47) 씨는 지난 3월 술에 취해 씻을 수 없는 불효를 저질렀다. 이불에 소변을 보고 밖에서 주워온 물건을 집 안에 쌓아놓는 어머니의 치매 증세에 점점 큰 스트레스를 받던 그는 결국 집 안에서 만취 상태로 어머니에게 발길질하고 김치통을 집어 던지며 욕설을 퍼부었고 지난 16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존속상해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노인들이 가족의 폭력과 방치 등 학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간한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피해자(4280명) 가운데 871명(20.4%)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 또 1114명(26.0%)은 치매 의심자이거나 치매 진단을 받은 노인이었다.
특히 가난한 노인은 반복적인 학대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 이미진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두 차례 이상 학대 피해가 접수된 노인 중 42.1%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였다. 국내 노년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실정이기에, 가난한 노인들의 학대 피해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치매도 노인학대의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오랫동안 치매 노인을 돌보던 사람이 가해자로 변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 사상구에선 1976년 결혼해 20년 이상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한 여성이 존속상해 및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 여성은 옷에 대변을 보거나 밤에 혼자 말하는 등 장기간 치매를 앓아 온 시어머니를 돌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학대에는 폭력 피해뿐만 아니라 방치도 해당한다. 지난해 한 88세 여성이 수도가 끊겨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이미 관계가 단절된 장남에게 소득이 있다는 이유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해 방치돼 있다가 사회복지사의 신고로 쉼터에 입소하기도 했다.
노인학대를 막기 위해선 이웃과 지역사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인들은 자녀에게 학대를 당하더라도 자식을 감싸기 위해 피해 사실을 잘 알리지 않기 때문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들이 부양 부담을 견디지 못해 학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변의 요양보호센터나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가족들도 과도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우발적인 학대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는 “서로에 대한 무관심과 방임이 계속되면서 노인학대가 남의 얘기가 아닌 ‘우리 집’ 얘기가 되고 있다”며 “주변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사회적으로 감시하고 신고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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