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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학대뉴스 [디지털스토리] '밥 먹기도, 씻기도 싫다'…자신을 학대하는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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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담당 작성일 18-05-28 08:51 조회 1,47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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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4년간 80% 급증…자포자기도 32.5% 늘어
자기방임하면 사망률 최대 6배 높아...응급실도 자주 이용
주로 취약한 정신상태가 자기방임 원인
지자체 노인전문기관, 함께 대책 마련 서둘러야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입맛이 없어서 끼니를 거른 지 3일 정도 됐어."

지난 24일 오후 12시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만난 김모(82)씨는 힘겹게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김씨는 10년 전 부인이 죽은 후 사글셋방에 홀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식은 딸이 한 명 있는데 연락이 끊긴 지 오래"라고 말했다.

 

치아 40%가량이 소실된 그는 "돈도 없고, 치료도 받기 싫다"며 돌봄을 거부했다. 김씨는 "하루에 5천원 정도 쓰는 데 인스턴트 죽이나 소주를 산다"며 "직업 군인일 때는 술은 입에도 안 댔는데, 몇 년 전부터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자기가 어렵다"고 했다.

김씨처럼 나홀로 사는 노인은 증가 추세다. 보건복지부가 24일 발표한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10명 중 2명이 홀로사는 가구다. 문제는 김씨처럼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끼니와 질병 치료를 거르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자기 학대 노인이 증가하는 만큼 이에 맞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살고 싶지 않다"…자포자기 노인 급증

미혼이었던 이모(61)씨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철저히 혼자가 됐다. 매일 소주 2병씩을 마신 그는 술에 취해 주변 이웃들에게 시비를 걸고, 자신의 거주지 입구와 아파트 주차장에 폐지를 모아뒀다. 무언가를 모아두지 않으면 불안을 느끼는 강박증 탓이다. 간질 증상으로 수차례 정신을 잃었지만, 따로 치료를 받지는 않았다. 지난해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현장조사 당시 그의 집은 각종 쓰레기로 뒤엉켜 있었다.

 

보건복지부의 '2016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2016년 한 해 전국 29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에 들어온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2천9건이었다. 이 가운데 학대 행위자가 본인인 자기방임은 522명(11.3%)으로 2012년 394명과 견줘서 약 32.5% 증가했다.

노인학대로 분류되는 자기방임은 말 그대로 의식주나 의료 처치 등 최소한의 자기보호를 하지 않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스스로를 방치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홀몸노인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2016년 학대 피해노인 단독 가구는 1천140건을 기록했으며, 학대유형은 자기 방임(26.8%)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학대발생기간은 1년 이상 5년 미만(26.4%)에서 5년 이상(32.5%) 그룹이 가장 많았다.

 

상당수는 경제적, 환경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 학대 피해노인 노인 단독 가구 1천140명 중 국민기초생활수급자는 372명(32.6%)이었으며, 주거환경상태가 불량한 경우는 349건 (30.6%)을 차지했다.

◇자기방임, 고독사와 자살로 이어질 수 있어

전문가들은 자기 방임 노인들이 고독사와 자살로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친인척, 친구, 이웃과 왕래를 끊고 자신을 방치하다 나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지난 4월 광주 동구 한 원룸에서 63세 A씨가 경찰에 발견됐다. 숨진 지 두 달 보름여 만이었다. 현장에는 성분을 알 수 없는 약봉지가 5개가량 뜯겨 있었고, 소주병과 함께 불이 붙지 않은 번개탄도 있었다. A씨 방에서 발견된 일기장에는 '정말로 사랑했는데, 헤어지게 됐다'라는 옛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삶이 피폐하고 황폐하다'는 삶의 고단함이 적혀있었다.

고독사는 매년 증가 추세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2013년 464명, 2014년 538명, 2015년 661명, 2016년 746명, 지난해 835명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4년간 증가율은 80%에 달했다.

 

자기방임의 극단적 결말은 자살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충북 옥천의 야산에서 청각장애인 노부부가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2년 전 아들이 세상을 뜨자 이웃과 왕래를 단절하고 은둔생활을 해왔다. 경찰은 아들을 여읜 부부가 사무치는 그리움에 괴로워하던 중 자신들의 건강까지 악화하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봤다.

미국사회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자기방임 행위를 한 노인은 그렇지 않았던 노인에 비해 연간 사망률이 6배 높았고, 응급실을 더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미진 건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설명했다.

◇"삶이 지옥, 도움 필요없다"…정책 마련 필요

문제는 스스로를 포기하는 노인들 대부분이 도움의 손길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이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센터장은 "자기방임 노인이 사회복지사가 연계, 제공하려는 서비스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 개입이 어렵다"며 "여러 번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게다가 건강과 경제적 문제로 외출을 삼가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노인전문기관 등과 지자체가 연계해 이런 분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돌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기방임 노인을 돕기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는 위험에 방치된 노인이 건강진단을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제도적 방안이 없고, 건강진단비용에 대한 지원제도 역시 미흡하다.

한국노인복지학회에 지난 3월 게재된 '자기방임은 방임 및 타학대유형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논문에 따르면 자기방임노인의 약 45%는 정신장애나 질환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약 10%는 알코올 남용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취약한 정신건강상태가 자기방임의 원인일 가능성이 큰 만큼 건강진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미진 교수는 "호주는 자기방임노인이 집 외부에 쓰레기를 모으는 등의 행위를 하면 주거실태조사를 강제할 수 있고, 지역보건사업의 목적으로 건강검진을 의무화한다"며 "우리나라도 이를 벤치마킹해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junepe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5/26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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