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뉴스 [이용교 교수 복지 상식]공공실버주택의 건설과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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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7-03-22 09:18 조회 1,377회 댓글 0건본문
최근 정부는 2020년까지 공공실버주택 5000호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실버주택을 짓는다. 실버주택은 노인복지시설의 하나인 ‘노인복지주택’이다. 노인복지법은 ‘노인복지주택’을 “노인에게 주거시설을 분양 또는 임대하여 주거의 편의·생활지도·상담 및 안전관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인복지주택은 단독주택이나 아파트와 같은 주택법상 ‘주택’이 아니고, 노인복지법상 ‘노인복지시설’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주택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고 팔고 임대·임차할 수 있지만, 노인주택은 노인이 있는 가구만 사고 팔고 임대·임차도 일정한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그동안 실버주택은 주택업자들이 참여한 경우가 많았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아서 공공의 참여가 절실했다.
최근 충남 보령시가 명천택지개발지구 국민임대주택 부지에 주거와 복지를 아우르는 100가구 ‘공공실버주택’을 착공했다. 이 사업에 정부 지원은 세대 당 건축비 7400만 원, 실버복지관 건축비 40억 원, 5년간 복지관 운영비 12억5000만 원 등 총 126억 원이며 보령시는 용지비로 10억 원을 부담한다.
▶실버주택에 대한 수요
인간은 생애주기별로 주거에 대한 수요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아동과 청소년기에는 부모 집에서 살고, 청년기에는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분거하기도 한다. 결혼을 하면 부모 집에서 분가하고, 자녀를 낳고 키우면서 집을 키워간다. 자녀를 결혼 시킨 이후에는 집의 크기를 줄인다.
현재 노인은 대부분 어린 시절에 농촌에서 살았고 청장년기에 도시에서 살았다. 노후에 자신의 집에서 사는 경우는 비교적 주거가 안정되지만, 임차주택에서 사는 경우는 주거가 불안하다. 자기집이라도 주택이 노후화되면 주거조건이 열악할 수 있다.
대도시 빈민지역에 사는 노인들은 쪽방촌, 판잣집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주택 이외 거처’(비주택)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주거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 ‘주택 이외 거처’란 판잣집, 쪽방, 비닐하우스, 움막, 컨테이너, 임시막사, 오피스텔, 고시원, 모텔·여인숙 등과 같은 시설이다.
국토부가 추정하는 전국 비주택 가구수는 2006년 21만4089가구, 2010년 23만2882가구, 2014년 40만31가구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국토부는 비주택 1만 가구를 표본으로 하여 거주자 소득수준, 수급자 여부, 거주 유형, 점유형태, 주거 만족도, 거주비(임차료, 연체여부), 이사계획, 필요한 주거지원 서비스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노인은 비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고 자신의 집에서 살더라도 노후 주택을 개조하지 못한 채 살기 쉽다. 중산층 노인도 전체 생활비 중에서 가스요금, 전기요금 등 주거관리비의 부담이 커서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노인은 나이가 들면서 건강상태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기에 가정에 비상벨, 욕실과 복도에 안전손잡이, 높낮이 조절용 세면대와 같이 편리한 주거설비를 필요로 한다. 보통 집에는 이러한 시설과 설비가 없고, 새로 설치할 경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기에 처음부터 노인이 살기에 적합한 실버주택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
▶공공실버주택의 공급
그동안 실버주택은 민간 건설업자가 주도적으로 공급하거나 사회복지법인 등과 협력하여 공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실버주택에 대한 민간의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각종 지원을 하였다.
그런데, 건설업자들은 노인복지시설인 실버주택을 마치 아파트처럼 분양한다고 홍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실버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65세 이상 노인이나 노인과 함께 거주하는 사람만 분양받을 수 있고, 매매를 할 경우에도 이러한 사람에게만 제한된다. 이 때문에 거래에 불편을 느낀 입주자들이 항의하는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실버주택을 공급한 건설업체가 부도를 내면 계약금이나 입주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생겼다.
이에 국토부는 전국에 공공실버주택의 건립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공공실버주택은 공동주택의 저층부에는 실버복지관을 설치하고 상층부에는 고령자 맞춤형 주택을 건설해 주거와 복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실버주택의 특징은 주거공간의 경우 문턱을 없애고, 복도·욕실 등에 안전 손잡이·비상콜 등을 설치한 것이다. 복지관에는 물리치료·건강진단과 댄스·치매예방용 보드게임 등이 가능한 시설이 있다. 입주 대상은 65세 이상 저소득층(수급자 등)이고, 국가유공자나 독거노인 등은 우선 공급 대상이다.
2016년에 성남 위례·목련 등은 입주를 마쳤고, 경기 수원, 울산 동구, 부산 구포, 경북 안동, 충북 보은, 세종, 전남 장성, 전북 부안, 강원 영월 등 9곳에 1346호를 착공하였다. 2017년에도 국토부는 시흥, 옹진, 보령, 제천, 화천, 진도, 정읍, 광양, 영덕, 고성, 제주시 등 11곳에 총 1070호로 지역당 100호 내외를 건설한다. 이 주택은 곧 공사에 들어가 2019년부터 입주할 것이다.
▶공공실버주택에 대한 주민 만족도
공공실버주택의 입주민은 실버복지관에 있는 물리치료실, 경로식당, 탁구장 등 운동시설에서 건강을 관리하고, 소공연장, 문화강좌실 등에서 여가를 즐기며, 옥상 텃밭을 활용할 수도 있다.
입주자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8년 전 허리수술로 복대를 착용하고 간신히 걸어 다니는 한 할머니는 전에 살던 집에선 어둡고 미끄러워 밤에 화장실 가기가 겁이 났지만, 비상안전유도등, 화장실 내 안전손잡이, 비상콜 등이 설치된 실버주택에 입주한 후 걱정이 싹 사라졌다고 했다. 거동이 불편한 탓에 혼자 식사 준비하기도 힘들었는데 복지관에서 맛있는 점심과 간식도 챙겨주고 물리치료실에서 허리 통증도 치료해줘 더없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020년까지 공공실버주택 5천호를 건립하겠다는 것은 수요에 비교하여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2017년 현재 노인은 700만 명에 이르고, 다수는 부부 혹은 혼자 살기에 실버주택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국토부는 소득 1·2분위 최저소득계층에게 영구임대주택을, 소득 2·3·4분위 계층에게 국민임대주택을 분양하는데 공급량이 턱없이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2013년∼2016년 국토부는 영구임대주택 계획 물량의 21.8%, 국민임대주택 계획의 61.7%만 공급했다. 국토부는 매년 영구임대주택을 1만호, 국민임대주택을 3만8000호를 공급하기로 계획했지만 예산을 3조원 적게 배정했다. 국토부가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주택을 늘리는데 정책의 강조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국토부는 공공주택의 공급도 적게 하면서 관리운영도 체계적으로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원 숫자에 따른 차등을 두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3인 이하 월 평균소득 481만원 이하면 입주할 수 있도록 하여 형평성에 어긋났다. 한 달에 481만 원을 버는 1인 가구는 입주할 수 있지만, 한 달에 482만 원을 버는 3인 가구는 입주할 수 없는 모순이 생겼다.
공공임대주택 입주자에 대한 사후관리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은 입주자를 관리하는 과정에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았고, 그 결과 무자격자가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공공실버주택의 경우도 더 많은 건설과 함께 적절한 관리를 통해 도움이 꼭 필요한 노인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인이 편리하고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집은 좋은 복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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