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뉴스 [가족 안의 괴물 <4>] 노인 10명 중 1명 ‘학대’… 자식이라는 생각에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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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6-09-29 11:03 조회 1,395회 댓글 0건본문
어머니 우모(79)씨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 아들 송모(51)씨는 지난달 7일 ‘왜 대소변을 가리지 못 하느냐’며 어머니를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 저항은 없었다. 우씨는 그저 맞다가 숨을 거뒀다. 장남인 송씨가 어머니를 모신 지 3년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송씨는 “어머니가 노환으로 숨졌다”고 119에 신고했다. 경찰이 우씨의 몸에서 멍 자국을 발견하면서 ‘아들의 학대’가 드러났다. 송씨는 이전에도 어머니를 몇 차례 때린 적이 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가정폭력은 은밀하다. 노인학대는 특히 은밀하다. 내 자식, 내 가족이라는 생각에 피해자들은 쉬쉬할 뿐이다.
노인학대는 심각한 상황에 이를 때까지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 비해 학대 신고가 늘었지만 전문가들 추정치엔 한참 못 미친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은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는 1만1905건으로 2010년(7503건) 대비 58.7% 증가했다고 6일 밝혔다. 신고 가운데 학대로 판명된 사례는 지난해 3818건으로 2010년(3068건)과 비교해 24.4% 늘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2014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65세 이상 노인 중 9.9%가 학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복지부 조사가 표본조사임을 감안하더라도 드러나지 않은 노인학대가 꽤 많은 것이다.
그래도 ‘내 자식’ ‘내 가족’
노인학대 피해자들은 신고 자체를 꺼린다. 1년 동안 아들의 폭행에 시달렸던 이모(60)씨는 집에서 도망칠지언정 아들을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빚을 많이 남겼다’는 이유로 아들이 휘두른 주먹에 시달렸다. 소를 키우던 축사로 도망쳐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씨는 학대 사실을 감추려고만 했다. 학대받고 있느냐는 경찰 질문에도 이씨는 “내 자식이니 어쨌든 내가 안고 가야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경찰이 닷새에 걸쳐 설득하자 그제야 학대 사실을 털어놨다.
지난해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신고 중에 노인학대로 판명된 사례의 가해자는 4224명이었다. 가장 많은 1974명(46.8%)이 피해자의 자녀들이었다. 세분하면 아들이 36.1%, 딸이 10.7%를 차지했다.
2014년 아들에게 전 재산 2억원을 모두 빼앗긴 A씨(92·여)도 자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A씨는 강아지 배변과 바퀴벌레로 가득한 집에 방치됐으면서도 “아들이 보고 싶다”는 말만 반복했다.
전문가들은 ‘노인학대 개입의 딜레마’를 지적한다. ‘핏줄’로 엮인 탓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조하면 되레 신고율이 떨어지는 역설(逆說)이다. 여기에다 피해자가 진술이나 처벌을 거부하면 기관이 개입할 방법도 없다. 성인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조치가 어렵다.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허준수 교수는 “친족에 의해 일어나는 노인학대는 발견도 어렵고, 개입도 어렵다”며 “학대 정도가 심할 경우 기관에서 일단 개입할 수 있도록 법적 발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인 아닌 노인’의 사각지대
도움을 받고 싶어도 못 받는 노인들도 있다. 만65세가 되지 않은 ‘젊은’ 노인들은 학대 피해 노인이 머물 수 있는 일부 요양시설에 들어갈 수도 없다. 노인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적장애 3급에 치매를 앓던 B씨(60·여)는 평소 남동생 C씨(52)에게 손찌검을 당해왔다. 하루에 수십 번씩 나가 죽으라는 말도 들었다. 동생은 B씨가 정리한 폐지를 내다팔아 한 달에 90만원 정도를 벌었지만 한푼도 주지 않았다. B씨는 지난해 6월 지역 복지원 직원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하기 전까지 그저 견뎌야만 했다.
신고를 받은 노인보호전문기관은 B씨를 요양시설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요양시설이 규정한 ‘노인 연령’보다 어리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결국 국민건강보험공단 측과 협의하는 약 4개월 동안 B씨는 요양시설에 갈 수 없었다.
B씨처럼 ‘노인 아닌 노인’은 사각지대다. 몇 살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는 명확한 법령은 없다. 학대노인 전용 쉼터는 만60세가 기준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도 만60세 이상 노인이 학대당했을 때 개입한다. 반면 요양원과 양로원 등 대다수 시설은 만65세를 기준으로 삼는다. 요양원과 전문 양로원은 ‘노인'에 초점을 맞춰 학대노인을 보호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한 52개 전문 양로원은 가족에게 돌아가기 어려운 노인에게 살 곳을 제공한다.
때문에 만65세가 되지 않은 ‘젊은’ 노인들은 요양원과 양로원 등에 들어갈 수 없다.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기존 가정폭력 대책은 주로 피해 여성에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매 맞는 노인은 기존 시스템으로는 수용하기 힘든 구조”라며 “학대를 당하는 노인이 요양시설에 들어가지 못하고 일반적인 가정폭력 쉼터에 들어가게 되면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 사이에서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씨는 “어머니가 노환으로 숨졌다”고 119에 신고했다. 경찰이 우씨의 몸에서 멍 자국을 발견하면서 ‘아들의 학대’가 드러났다. 송씨는 이전에도 어머니를 몇 차례 때린 적이 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가정폭력은 은밀하다. 노인학대는 특히 은밀하다. 내 자식, 내 가족이라는 생각에 피해자들은 쉬쉬할 뿐이다.
노인학대는 심각한 상황에 이를 때까지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 비해 학대 신고가 늘었지만 전문가들 추정치엔 한참 못 미친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은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는 1만1905건으로 2010년(7503건) 대비 58.7% 증가했다고 6일 밝혔다. 신고 가운데 학대로 판명된 사례는 지난해 3818건으로 2010년(3068건)과 비교해 24.4% 늘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2014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65세 이상 노인 중 9.9%가 학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복지부 조사가 표본조사임을 감안하더라도 드러나지 않은 노인학대가 꽤 많은 것이다.
그래도 ‘내 자식’ ‘내 가족’
노인학대 피해자들은 신고 자체를 꺼린다. 1년 동안 아들의 폭행에 시달렸던 이모(60)씨는 집에서 도망칠지언정 아들을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빚을 많이 남겼다’는 이유로 아들이 휘두른 주먹에 시달렸다. 소를 키우던 축사로 도망쳐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씨는 학대 사실을 감추려고만 했다. 학대받고 있느냐는 경찰 질문에도 이씨는 “내 자식이니 어쨌든 내가 안고 가야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경찰이 닷새에 걸쳐 설득하자 그제야 학대 사실을 털어놨다.
지난해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신고 중에 노인학대로 판명된 사례의 가해자는 4224명이었다. 가장 많은 1974명(46.8%)이 피해자의 자녀들이었다. 세분하면 아들이 36.1%, 딸이 10.7%를 차지했다.
2014년 아들에게 전 재산 2억원을 모두 빼앗긴 A씨(92·여)도 자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A씨는 강아지 배변과 바퀴벌레로 가득한 집에 방치됐으면서도 “아들이 보고 싶다”는 말만 반복했다.
전문가들은 ‘노인학대 개입의 딜레마’를 지적한다. ‘핏줄’로 엮인 탓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조하면 되레 신고율이 떨어지는 역설(逆說)이다. 여기에다 피해자가 진술이나 처벌을 거부하면 기관이 개입할 방법도 없다. 성인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조치가 어렵다.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허준수 교수는 “친족에 의해 일어나는 노인학대는 발견도 어렵고, 개입도 어렵다”며 “학대 정도가 심할 경우 기관에서 일단 개입할 수 있도록 법적 발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인 아닌 노인’의 사각지대
도움을 받고 싶어도 못 받는 노인들도 있다. 만65세가 되지 않은 ‘젊은’ 노인들은 학대 피해 노인이 머물 수 있는 일부 요양시설에 들어갈 수도 없다. 노인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적장애 3급에 치매를 앓던 B씨(60·여)는 평소 남동생 C씨(52)에게 손찌검을 당해왔다. 하루에 수십 번씩 나가 죽으라는 말도 들었다. 동생은 B씨가 정리한 폐지를 내다팔아 한 달에 90만원 정도를 벌었지만 한푼도 주지 않았다. B씨는 지난해 6월 지역 복지원 직원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하기 전까지 그저 견뎌야만 했다.
신고를 받은 노인보호전문기관은 B씨를 요양시설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요양시설이 규정한 ‘노인 연령’보다 어리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결국 국민건강보험공단 측과 협의하는 약 4개월 동안 B씨는 요양시설에 갈 수 없었다.
B씨처럼 ‘노인 아닌 노인’은 사각지대다. 몇 살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는 명확한 법령은 없다. 학대노인 전용 쉼터는 만60세가 기준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도 만60세 이상 노인이 학대당했을 때 개입한다. 반면 요양원과 양로원 등 대다수 시설은 만65세를 기준으로 삼는다. 요양원과 전문 양로원은 ‘노인'에 초점을 맞춰 학대노인을 보호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한 52개 전문 양로원은 가족에게 돌아가기 어려운 노인에게 살 곳을 제공한다.
때문에 만65세가 되지 않은 ‘젊은’ 노인들은 요양원과 양로원 등에 들어갈 수 없다.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기존 가정폭력 대책은 주로 피해 여성에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매 맞는 노인은 기존 시스템으로는 수용하기 힘든 구조”라며 “학대를 당하는 노인이 요양시설에 들어가지 못하고 일반적인 가정폭력 쉼터에 들어가게 되면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 사이에서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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