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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에서 건강하고 즐거운 노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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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6-01-17 00:00 조회 2,38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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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행정 돋보기 - 인천 부평구 ‘경로당 문화바꾸기’

건강체조·의식교육 등 프로그램 노인들 스스로 진행

지역사회 후원에 봉사로 답례... 경로당 위상 달라져

“나는 누구인가?” 복창 소리와 함께 30여명의 노인들이 미소를 지으며 팔다리 운동을 시작한다. 인천 부평구 갈산동 주공2단지 경로당의 풍경이다. 이곳에서는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노인교육지도사 심상석(70) 옹의 지도 아래 체조와 명상, 강의수업이 진행된다.

‘경로당’ 하면 떠오르는 화투와 음주문화를 이곳에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부평구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경로당 문화 바꾸기’ 사업이 침체되고 낙후된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는 경로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인천시에서 행정혁신 최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왜 경로당 문화바꾸기인가 = 부평구가 이 사업에 나선 이유는 고령화 사회의 노인문제를 풀어가는 실마리가 경로당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현행 노인복지법상 경로당은 ‘노인여가복지시설’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낙후된 시설과 회원제 운영, 프로그램 부제 등으로 노인은 물론, 지역주민들도 꺼려하는 시설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 부평구는 전체인구 56만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3만5000명이 넘고 경로당은 173개에 달한다. 이창남 사회복지과장은 “발령받고 경로당을 돌아보니 고령의 소수 노인들이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더라”며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 경로당을 활성화하는 게 노인복지의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냥 놔두는 게 좋다” = 그러나 막상 경로당 회장들은 “그냥 놔두는 게 가장 좋은 것”이라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도와주려면 점심식사나 의료지원, 일거리를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다. 구는 매월 한 번씩 회장단회의를 열고 건강체조·게이트볼·취미·정보화·일거리마련 등 구체적인 사업내용을 설명하며 회장단을 설득, 결국 동의를 이끌어냈다.

이번에는 173개나 되는 경로당에 프로그램을 어떻게 보급하느냐가 과제였다. 구는 노인들이 따라 하기 쉬운 건강체조부터 보급하기로 하고 경로당 회장과 사무장에게 지도자 교육을 시켰다. 건강하고 리더십이 있는 노인에게 도우미 역할을 부여해 경로당별로 스스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 도우미들에게는 월 5만원의 인센티브를 줬다. 구는 체조방법을 설명한 차트와 음악테이프,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 등 의식전환을 위한 각종 표어를 경로당에 배포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처음엔 서먹서먹해 하던 노인들도 표어를 복창하면서 차츰 체조에 익숙해졌다. 갈산주공2단지 경로당 정연근(77) 회장은 “처음엔 거부감을 갖는 노인들이 많았지만 조금씩 적응하며 잘 따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우미 활용해 자생력 불어넣어 = 도우미를 통해 프로그램의 자생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경로당 순회전담강사제’와 인천시 노인일자리 창출사업의 일환인 ‘노인지도사’를 적극 활용했다. 또 주민자치센터 강사의 경로당 파견, 동네 태권도도장 교관들의 체조교육, 자원봉사센터를 활용한 강사 지원도 함께 추진했다. 구는 경로당의 점심식사나 부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 실천 자매결연’ 사업도 시작했다. 관내 식당 미용실 병·의원 기업체 등이 ‘효’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경로당과 결연을 맺도록 한 것. 구는 후원 업소나 단체에 ‘효 실천 업소’라는 안내판을 부착, 지역주민들이 이들 업소를 주로 이용하도록 홍보했다.

노인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받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주 1~2회씩 동네청소를 하거나 교통정리, 청소년 선도활동을 벌이는 등 모범을 보였다. 이창남 과장은 “좋은 프로그램이 활성화된 경로당이 우수 경로당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며 “앞으로 경로당은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인 눈높이에 맞춰야 =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지역별로 노인들의 생활수준이나 문화여건이 다른 만큼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 진행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복지관의 사회지도사는 “넓은 평형의 아파트단지 경로당에서 이·미용 서비스나 영화상영을 해주겠다면 필요없다고 한다”며 “지역별로 생활·교육수준의 편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좀 더 노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연근 갈산2동 경로당회장은 “어렵게 살아온 노인들에게는 문화프로그램 자체가 낯설고 거부감을 주기도한다”며 “서로 인사하고 예의 지키기 등 작은 것부터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복지시설 관계자는 “게이트볼 장비 등을 지원받고도 잘 활용하지 않는 곳도 있다”며 “노인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유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인천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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