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죽이는 악법을 제발 좀 고쳐주세요.”

충북지역 경로당 회장 수천명이 성명을 내고 지나치게 엄격한 선거법 때문에 경로당이 죽어가고 있다며 선거법 개정을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 8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게시판에 올라온 ‘충북 3539개 경로당 회원들의 외침’이란 성명에는 순박한 시골 노인들의 절박한 심경이 그대로 묻어나 있어 읽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이들은 성명에서 “경로당은 돈이 없어 노인회관에 가지 못하는 노인들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여가를 보내는 곳”이라며 “특히 지금까지 행정관청에서 지원받은 쌀과 할머니들의 정성어린 봉사로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재미있게 지내왔다”고 운을 뗐다.

성명은 이어 “부식비를 못내는 노인들에게도 인정을 베풀면서 인간미 넘치는 곳이던 경로당이 그러나 지난해 봄부터는 점심용 쌀 지원이 중단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성명은 “그 이유는 돈 안드는 선거를 목표로 앞으로 출마하려는 사람은 경로당에 어떤 물건도 보낼 수 없다고 선거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선거기간도 아니고 365일간 금지되다보니 경로당에는 발길이 끊기고 금기의 곳이 됐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선거법 제113조는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및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와 그 배우자는 선거구 안에 있거나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기관 단체 시설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노인들은 성명에서 “경로당에 떡과 과일을 보낸 서울 16개 구청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돼 온갖 고통을 당할 정도이다보니 이젠 경로당 하면 아무 것도 지원을 못하게 됐고 노인을 위해 세워진 예산도 쓸 수 없어 반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호기자 alethe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