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뉴스 < 세계> 경찰이 아픈 주민 찾아 인계하면 의사들이 협진… 복지까지 책임지는 동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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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10-24 13:23 조회 710회 댓글 0건본문
[미국 만성질환 관리 체제 탐방]
130년 전통 매사추세츠 돌체스터 '닷하우스헬스'
의료진 100여 명이 협진… 응급진료 체제도 구축
수영장·체육관 열어 '지역 커뮤니티센터' 역할도
영어 못 하는 이민자 치료 위해 통역사도 근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돌체스터의 지역 의료기관 '닷하우스헬스(DotHouse Health)'
1층에 있는 실내 수영장 입구 모습. 이곳에선 환자들의 재활 치료는 물론 지역 주민들이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보스턴=류호 기자
노인내과 전문의인 한국인 의사 김유나(41)씨가 미국 매사추세츠주 돌체스터 지역의 동네 병원 '닷하우스헬스(DotHouse Health)'에 자리 잡은 건 5년 전인 2018년. 그는 닷하우스에서 진료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특별한 환자를 만났다. 약물 중독으로 찾아온 40대로 허리·무릎 통증과 함께 우울증·불안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다. 거듭된 치료에도 상태가 나아지기는커녕, 환자는 또 다른 통증과 불편을 호소했다.
이상하다고 느낀 김씨는 환자의 생활환경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환자의 집 유리창이 깨졌고, 수리가 늦어지면서 생긴 스트레스로 환자가 발작 증세까지 보인 사실을 알게 됐다. 중독·관절 통증보다 집수리가 환자 건강에 도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김씨는 환자를 사회복지사에게 인계했고, 환자는 이후 놀랍게도 상태가 조금씩 호전됐다. 김씨는 "환자들을 수년간 꾸준히 관리하다 보니 이제는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한다"며 "미국은 의사의 재량이 넓어 여러 면에서 환자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찾은 닷하우스는 이처럼 동네 병원 이상의 역할을 하는 병원이었다. 주로 노숙자나 저소득층, 이민자 등 취약계층 환자가 많이 찾지만, 일반 주민들도 자주 찾는 '지역 커뮤니티 센터'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치과 환자라도 이상 징후 땐 즉시 가정의학과 연결
환자들은 치료만 받지 않는다. 동네 수영장이나 헬스장을 찾듯 이곳 주민들은 건강 관리를 위해 닷하우스를 드나든다. 1층 한쪽에 자리 잡은 큼직한 실내 수영장은 원래 아쿠아테라피 등 재활치료를 목적으로 만든 시설로, 등록된 주민이라면 지정된 시간에 맞춰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반대쪽에는 공놀이를 하기에 충분한 실내체육관이 마련돼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도 있어 부모는 자녀가 노는 동안 치료받으면 된다.
닷하우스는 설립된 지 130년이 넘은 지역 대표 의료기관이다. 1887년 보스턴 이민자 정착시설로 시작돼 1914년 지역사회 지원 기능을 갖추며 진료를 시작했다. 100여 명의 의료진이 가정의학과, 치과, 안과, 소아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행동치료, 약물중독치료, 경증 응급진료도 가능하다. 이처럼 협업 체제가 잘 갖춰진 덕분에 치과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라도 다른 이상이 발견될 경우 의사 소견에 따라 즉시 해당 진료과를 방문할 수 있다.
"국내 노인 많은 지역서 '맞춤형 건강관리' 시도해 볼 만"
의료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경찰과 통역사도 닷하우스에 없어서는 안 될 직군이다. 경찰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지역을 순찰하며 노숙자나 치료가 시급한 사람을 찾아 닷하우스로 데려온다. 또 이민자가 많은 지역 특성을 반영, 영어에 서투른 환자도 치료에 지장이 없게끔 베트남어·스페인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통역사들은 현장 배치 또는 화상통화 방식으로 진료실이나 물리치료실 환자와 의료진의 의사소통을 돕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닷하우스 같은 커뮤니티 의료센터 모델을 적용해 볼 만하다고 평가한다. 하버드 의대 방문교수로 현지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신동수 한림대 간호대 교수는 "앞으로 노인 건강관리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노인이 많은 의료 취약지에 커뮤니티형 병원을 설립해 치료와 오락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해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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