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 10.24(화) 18:28 

순천서 윷놀이하던 70대
수천만원 탕진 후 분신해
"노년층 도박 범죄 증가세" 

최근 순천시 한 장터에서 발생한 분신 사망사건이 윷놀이 도박으로 돈을 잃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고령화 사회 속 증가하고 있는 노인 도박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24일 순천경찰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6시 37분께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 인근 공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휘발유를 들고 온 A(72)씨와 B(72)씨가 실랑이를 벌이다가 A씨가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을 하면서 발생했다.

화재는 소방 당국에 의해 9분만에 꺼졌지만, A씨는 숨졌고, B씨는 전신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전형적인 노인 도박 범죄였다. 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해당 윷놀이 판은 20명 정도가 모일 수 있는 아랫장 주차장 앞 공터에서 매일 오후 벌어졌으며 주로 50~70대들이 바닥에 말판을 그리고 2만~3만원의 판돈을 걸고 진행했다. 이들 중에는 참가자들 상대로 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는 이들도 있었다.

A씨는 올해 초부터 이 윷놀이판에 상습적으로 참여해 수천만원을 잃었고 나중에는 돈까지 빌려가며 계속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윷놀이나 화투 등 노년층 도박으로 인한 범죄가 때때로 발생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는 점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통계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검거율이 낮다는 점이 큰 문제다. 경찰이 도박 현장에 출동해도 판돈 금액이 1만원 수준이어서 불법 사행성 도박으로서 붙잡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행법에서는 도박으로 간주되더라도 재물의 규모가 극히 적고 시간과 장소, 경위, 당사자의 신분 관계, 그리고 도박으로 인한 이득의 용도 등에 따라 ‘일시 오락의 정도에 불과한 때’에는 처벌받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인명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노인 도박 관계자들을 검거하기가 마땅찮다.

경찰 관계자는 “노인들도 단속을 피해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면 마땅한 방법이 없다. 돈을 잃어 홧김에 신고하는 사람도 많다”며 “단속을 나가도 노인들이 ‘도박이 아니라 모여서 노는 것 뿐이다’라고 하면 강제로 해산 시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