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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치매 예방 교육을 젊은이들에게 권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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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10-25 11:56 조회 76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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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4일 (화) 13:49

부모가 언젠가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인다면 치매 초기에는 자신의 증상을 스스로 판단할 수 없다. 가까이 지내는 가족이 평소와 다른 점을 조기에 알아차려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치매 초기 증상을 분별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해가 쌓여 가족 간 불화로 비화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부모와 함께 지내는 젊은 자녀들과 얘기를 나눠 보면 부모와 무모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 언제부터인가 자꾸 짜증을 내거나 까닭 없이 거친 말과 욕설을 하고, 운전을 얌전하게 하던 분이 어느 날부터 난폭 운전을 하기도 하고, 엉뚱한 고집을 부린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모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 치매 증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면 부모를 질타하며 다투다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치매에 대한 대처는 늦어지게 된다.


노망났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숨기던 시절

종가집 외며느리로 시부모님을 모셨던 나는 두 분의 치매를 경험했다. 당시에는 노망났다거나 망령부린다는 말만 들었을 뿐 치매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시아버님의 증세는 엉뚱한 고집부리기로 시작됐다. 여름에 샤워한 뒤 옷을 갈아입지 않으려 해서 처음에는 옷을 갈아입히기 위해 가족들이 사투를 벌였다.

아침식사를 하고 늘 경로당에 가시던 시어머님은 어느 날부터 동네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면서 밥을 얻어 드셨다. 며느리가 밥을 안 줘서 배가 고프다고 하시며. 동네 어르신들은 나를 욕했고, 어떤 날은 구멍가게 할머니가 ‘몹쓸 년’이라며 국자를 들고 쫓아와 도망간 적도 있다. 시누이들과의 갈등도 피하기 어려웠다.

이는 비단 우리 집만의 일이 아니었다. 도시로 나간 아들이 시골집에 내려왔는데 엄마가 “네 형수가 밥을 안 줘서 배가 고프다”고 해 논에서 일하고 있는 형수를 찾아가 심한 욕설을 퍼붓는데도 그 형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노망났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 것이다.

친구네 할머니에게도 치매가 왔다. 가난하고 어린 자식이 많아 온종일 밭에 나가 일을 해야 했던 친구 어머니는 할 수 없이 할머니 방 문고리에 숟가락을 꽂고 일을 나가셨다. 동네에선 몹쓸 며느리라는 지탄을 받았고. 우리 엄마들의 현실이 그랬다.

이는 치매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다. 누구나 치매에 대해 알고 있어야 치매 예방뿐 아니라 가정의 안녕을 지킬 수 있다.

치매 환자는 자신의 망상을 현실로 인식한다. 조금 전에 식사를 하고도 밥을 먹었다는 사실을 잊고 밥을 주지 않는다며 원망하는 경우이다. 치매의 마지막 단계에는 대소변 조절이 안 된다. 나의 시어머니는 채워드린 기저귀를 빼내고 스스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셨고, 그러다 보니 일이 더 크게 벌어지곤 했다. 당시 나는 디스크 수술을 해 복대를 한 채로 세탁기 두 대를 돌리며 하루 종일 빨래를 했다.

치매 환자가 있는 가정은 날마다 힘겨운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럴 때는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대단히 중요하다. 나의 경우에는 부모 자식이 서로 역할이 바뀌었을 뿐이라고 받아들인 것이 도움이 됐다.


치매 초기에 가족이 알아차리는 게 가장 중요해

친정어머니는 52세에 혈관성 치매로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도 종가집 외며느리셨는데, 내가 중2 때쯤 눈이 펑펑 내린 겨울날에 엄마는 우물가에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빨래를 하셨다. 낮에는 농사일을 하며 대가족의 끼니를 챙기고, 밤이 되어서야 알콜성 치매를 앓던 할아버지의 빨래를 누가 볼세라 몰래 하셨던 것이다.

그런 시절을 보낸 어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왔고, 전조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 중 누구도 치매에 대해 알지 못해 제때에 돌봄을 받지 못하셨다. 당시에 내가 치매 초기 증상에 대해 제대로 알았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었을 텐데 너무나 아쉽고 죄송하다.

가족이 치매 환자가 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고, 그들을 돌보는 고통과 돌보지 못한 괴로움을 오랫동안 겪으면서 치매에 대해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2017년 9월, 치매국가책임제가 발표되고, 내가 겪은 아픔과 고통을 다른 사람들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치매 예방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특히 젊은 층이 치매 증세와 예방법에 대해 알고 있어야 본인은 물론 부모에게 치매가 왔을 때 조기 발견할 수 있다. 가족이 일찍 알아차리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치매 교육 또한 매우 중요하고,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치매 예방 교육은 이삼십 대 젊은 층이 받아야 한다

노인 요양병원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담당했을 때의 일이다. 교육을 마치고 원장님의 배웅을 받으며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건물에서 이상한 외침이 들려왔다. 원장님에게 무슨 소리인가 물었다. “어르신들이 종일 창밖을 내다보면서 자식들 이름을 부르신다. 영수야 언제 올래, 영희야 얼른 와라.......”

평소의 부모는 자식이 보고싶어도 “길 막히는데 번거롭게 오지 말라”고 하지만, 치매가 오니 자식 보고 싶은 마음을 그대로 애타게 드러내는 것이다. 어르신들의 외침을 들으며 가슴이 저려와 걸음을 옮기기 힘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눈물을 삼키며, 치매 예방 교육을 하는 책임감과 의무감을 더 강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이후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치매 예방 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다. 다행스럽게도 강의 현장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치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부모에게 치매가 왔을 때 돌보는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현실로 자각하기 때문이다.

치매 예방 교육은 이삼십 대 젊은 층이 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만들기 위해 지난 8년 동안 노력을 많이 했다. 나는 과로로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하고 세 번의 디스크 수술도 했다. 그럴 땐 큰아들에게 볼멘소리도 들었다. 엄마가 무슨치매 예방 열사냐고. 엄마 없는 치매 예방 교육이 무슨 소용이냐고.

그래도 일어나 강의를 계속했고, 관련 도서도 썼다. 치매 예방에 관한 지식은 나를 지키고 내 삶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 꼭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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