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화 사회의 최대 적, 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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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6-07-29 11:06 조회 2,571회 댓글 0건본문
노인 열명당 한명 치매환자, 가족 극심한 경제-정신 고통 겪어
국내 굴지 대기업의 임원인 A씨는 남부러울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에게도 말못할 고민이 있다. 고령의 어머님 때문이다.
어머님은 서울 생활을 싫어 하신다. 갑갑한 아파트 닭장에 갇혀 살기 싫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그 동안 고향 시골마을서 혼자 사시며 동네 친구들 집에 마실 등을 다니며 지내셨다. 그러나 몇해 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치매에 걸리신 거다.
노인네 혼자 둘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서울로 모시면 며칠 안가 도통 못 사시겠다고 짐을 꾸리곤 하셨다.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마실 나가셨다가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어쩌나. 매일같이 걱정이었다. 그러다 치매가 심해지면서 전원의 요양원으로 모셨다. 매달 3백만원의 거금이 들어가나, 그나마 시골 바람을 쐬시며 주변 간호를 받을 수 있는 길이라 아깝지 않았다.
날품팔이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 B씨도 치매에 걸리신 모친을 모시고 산다. 그러나 그에겐 모친을 요양원에 모실 돈이 없다. 자그마한 산동네 집에서 함께 사는 길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안사람 잔소리와 아이들의 불평불만에 들볶여야 한다. 오랜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실감 난다. 자신도 몇해 모시다 보니 점점 모친에게 모질어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모시고 사는 수밖에.
고령화 시대의 최대 적 치매
치매는 흔히 노망 또는 망령이라 부르는 병이다. 나이가 들면 걸리는 병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뇌질환의 일환이다. 예방 가능하고 치유 가능한 질환이라는 얘기다.
우리 사회는 요즘 전세계에서 가장 노령화가 빨리 진행되는 사회다. 이에 비례해 치매로 고통받는 노년층과 가족들이 급증,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4년 현재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는 65세 노인의 8.3%인 34만6백명에 달한다. 2020년에는 이보다 0.7%포인트 늘어난 9%가 될 것이라는 연구보고도 나와 있다. 이에 따라 치매로 고통받는 인구는 환자 34만명을 비롯해 가족 64만명 등 도합 1백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치매가족협회에 따르면, 치매의 발병률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65세 이상에서는 약 5~10%이며, 80세 이상에서는 약 30~40%에 이른다고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치매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높아짐을 알 수 있으며, 치매노인 중에서 남자노인보다 여자노인의 피매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치매의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은 퇴행성 뇌질환의 일종인 알쯔하이머병으로 약 50~60%를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는 혈관성 치매가 20~30%, 나머지는 기타 원인에 의한 치매이다.
치매 가족 경제부담, 월 2백74만원...
앞의 경우들에서도 알 수 있듯, 치매는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 치명적 고통을 안겨준다.
우선 경제적 고통이 크다.
한국치매가족협회가 최근 분석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 <치매환자의 사회경제적 비용분석(2005)>에 따르면, 치매환자로 인한 전체 사회경제적 비용은 최소 3조 4천억 원에서 최대 7조3천억원으로 추정됐다. 이 비용은 의료비와 부양자의 경제활동 제한으로 인한 기회비용 상실분(최저임금기준)을 포함한 것이다.
치매환자의 공식적 의료비는 1인당 월평균 1백86만원이며, 부양자가 치매환자를 돌보느라 잃는 생산성 손실은 1인당 월 8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침해 환자 가족이 도합 2백74만원의 막대한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치매환자의 의료비를 연령대 별로 분석한 결과, 60대 후반 치매환자의 경우 평균 1백43만원인 반면에 85세 이후가 2백10만원으로 나타나,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치매로 인한 전체 의료비가 급증할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화 시대의 최대 적은 치매가 될 것"이라는 의료계의 경고가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님을 감지케 하는 대목이다.
며느리들이 가장 큰 부담 떠맡아
치매는 동시에 가정 분란의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가뜩이나 부모 모시기를 기피하는 세태에서 치매에 걸린 노부모를 모신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앞의 조사에 따르면, 치매환자를 주로 돌보는 주부양자 대부분은 여성(64.1%)이며, 연령은 주로 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부양자는 아들, 며느리인 경우가 많았고, 가정요양의 경우 상대적으로 배우자의 부양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주부양자가 느끼는 부담감은 경제적 부담(100 만점에 74.9점)이 가장 컸고, 건강에 대한 부담(72.5점), 노인과 부양자간의 부정적 변화(71.7점), 사회적 활동제한(66.7점), 심리적 부담(59.8점), 가족과의 부정적 관계(59.5점) 순으로 드러났다.
한국치매가족협회가 실시한 한 설문조사를 보면 “부모가 치매에 걸렸을 경우” 남성응답자중 53%는 “동거하며 직접 부양한다”라고 응답한 데 비해, 여성응답자는 38%만 “동거하며 직접 부양한다”고 응답하였다. 여성응답자의 경우에는 47%가 치매관련 시설을 이용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이런 설문조사의 결과는 아직까지 대부분의 치매노인이 가족에 의해 수발되고 있는 현실과, 수발자의 대부분이 배우자, 며느리, 딸 등 여성임을 감안한다면 가족내에서 치매노인수발을 둘러싼 갈등이 상존해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협회는 "더욱이 수발에 지친 여성 가족구성원이 가사활동까지도 전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 치매노인수발의 사회적 분담 및 남성 가족구성원의 수발 분담과 가사 분담이 늘어나야 할 것이며 이는 치매노인 수발부담으로 생겨나는 가족갈등 및 가족문제 해결에 큰 영향을 차지할 것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한국치매가족협회에 접수된 한 상담사례를 보면 치매 고통이 어떻게 여성, 특히 며느리에게 집중되면서 어떤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가를 극명히 보여준다.
치매에 걸린 69세의 시어머니와 동거하고 있는 김모씨(여, 36세)의 경우 다른 형제들은 물론이거니와 남편도 시어머니를 돌보는 일에 전혀 상관하지 않아 혼자 힘들어 하다가 상담을 청하게 되었다. 얼마 전 배회하는 시어머니를 사흘간 찾아다녔던 그녀는 아직도 정신적인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본인의 건강도 과히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녀는 시어머니를 부양하지 않을 생각은 없지만 본인에게만 쏟아지는 부양의 부담과 남편의 무관심으로 인하여 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노인 열명 중 한명이 걸리는 침해는 우리 사회에 심각한 갈등요인으로 나날이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침해를 더이상 해당 가족의 문제로만 치부하지 말고, 사회문제로 공론화, 사회적 해법을 찾는 노력을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다.
/ 최병성 기자 (tgpark@viewsnnews.com)
국내 굴지 대기업의 임원인 A씨는 남부러울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에게도 말못할 고민이 있다. 고령의 어머님 때문이다.
어머님은 서울 생활을 싫어 하신다. 갑갑한 아파트 닭장에 갇혀 살기 싫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그 동안 고향 시골마을서 혼자 사시며 동네 친구들 집에 마실 등을 다니며 지내셨다. 그러나 몇해 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치매에 걸리신 거다.
노인네 혼자 둘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서울로 모시면 며칠 안가 도통 못 사시겠다고 짐을 꾸리곤 하셨다.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마실 나가셨다가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어쩌나. 매일같이 걱정이었다. 그러다 치매가 심해지면서 전원의 요양원으로 모셨다. 매달 3백만원의 거금이 들어가나, 그나마 시골 바람을 쐬시며 주변 간호를 받을 수 있는 길이라 아깝지 않았다.
날품팔이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 B씨도 치매에 걸리신 모친을 모시고 산다. 그러나 그에겐 모친을 요양원에 모실 돈이 없다. 자그마한 산동네 집에서 함께 사는 길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안사람 잔소리와 아이들의 불평불만에 들볶여야 한다. 오랜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실감 난다. 자신도 몇해 모시다 보니 점점 모친에게 모질어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모시고 사는 수밖에.
고령화 시대의 최대 적 치매
치매는 흔히 노망 또는 망령이라 부르는 병이다. 나이가 들면 걸리는 병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뇌질환의 일환이다. 예방 가능하고 치유 가능한 질환이라는 얘기다.
우리 사회는 요즘 전세계에서 가장 노령화가 빨리 진행되는 사회다. 이에 비례해 치매로 고통받는 노년층과 가족들이 급증,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4년 현재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는 65세 노인의 8.3%인 34만6백명에 달한다. 2020년에는 이보다 0.7%포인트 늘어난 9%가 될 것이라는 연구보고도 나와 있다. 이에 따라 치매로 고통받는 인구는 환자 34만명을 비롯해 가족 64만명 등 도합 1백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치매가족협회에 따르면, 치매의 발병률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65세 이상에서는 약 5~10%이며, 80세 이상에서는 약 30~40%에 이른다고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치매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높아짐을 알 수 있으며, 치매노인 중에서 남자노인보다 여자노인의 피매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치매의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은 퇴행성 뇌질환의 일종인 알쯔하이머병으로 약 50~60%를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는 혈관성 치매가 20~30%, 나머지는 기타 원인에 의한 치매이다.
치매 가족 경제부담, 월 2백74만원...
앞의 경우들에서도 알 수 있듯, 치매는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 치명적 고통을 안겨준다.
우선 경제적 고통이 크다.
한국치매가족협회가 최근 분석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 <치매환자의 사회경제적 비용분석(2005)>에 따르면, 치매환자로 인한 전체 사회경제적 비용은 최소 3조 4천억 원에서 최대 7조3천억원으로 추정됐다. 이 비용은 의료비와 부양자의 경제활동 제한으로 인한 기회비용 상실분(최저임금기준)을 포함한 것이다.
치매환자의 공식적 의료비는 1인당 월평균 1백86만원이며, 부양자가 치매환자를 돌보느라 잃는 생산성 손실은 1인당 월 8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침해 환자 가족이 도합 2백74만원의 막대한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치매환자의 의료비를 연령대 별로 분석한 결과, 60대 후반 치매환자의 경우 평균 1백43만원인 반면에 85세 이후가 2백10만원으로 나타나,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치매로 인한 전체 의료비가 급증할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화 시대의 최대 적은 치매가 될 것"이라는 의료계의 경고가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님을 감지케 하는 대목이다.
며느리들이 가장 큰 부담 떠맡아
치매는 동시에 가정 분란의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가뜩이나 부모 모시기를 기피하는 세태에서 치매에 걸린 노부모를 모신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앞의 조사에 따르면, 치매환자를 주로 돌보는 주부양자 대부분은 여성(64.1%)이며, 연령은 주로 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부양자는 아들, 며느리인 경우가 많았고, 가정요양의 경우 상대적으로 배우자의 부양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주부양자가 느끼는 부담감은 경제적 부담(100 만점에 74.9점)이 가장 컸고, 건강에 대한 부담(72.5점), 노인과 부양자간의 부정적 변화(71.7점), 사회적 활동제한(66.7점), 심리적 부담(59.8점), 가족과의 부정적 관계(59.5점) 순으로 드러났다.
한국치매가족협회가 실시한 한 설문조사를 보면 “부모가 치매에 걸렸을 경우” 남성응답자중 53%는 “동거하며 직접 부양한다”라고 응답한 데 비해, 여성응답자는 38%만 “동거하며 직접 부양한다”고 응답하였다. 여성응답자의 경우에는 47%가 치매관련 시설을 이용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이런 설문조사의 결과는 아직까지 대부분의 치매노인이 가족에 의해 수발되고 있는 현실과, 수발자의 대부분이 배우자, 며느리, 딸 등 여성임을 감안한다면 가족내에서 치매노인수발을 둘러싼 갈등이 상존해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협회는 "더욱이 수발에 지친 여성 가족구성원이 가사활동까지도 전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 치매노인수발의 사회적 분담 및 남성 가족구성원의 수발 분담과 가사 분담이 늘어나야 할 것이며 이는 치매노인 수발부담으로 생겨나는 가족갈등 및 가족문제 해결에 큰 영향을 차지할 것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한국치매가족협회에 접수된 한 상담사례를 보면 치매 고통이 어떻게 여성, 특히 며느리에게 집중되면서 어떤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가를 극명히 보여준다.
치매에 걸린 69세의 시어머니와 동거하고 있는 김모씨(여, 36세)의 경우 다른 형제들은 물론이거니와 남편도 시어머니를 돌보는 일에 전혀 상관하지 않아 혼자 힘들어 하다가 상담을 청하게 되었다. 얼마 전 배회하는 시어머니를 사흘간 찾아다녔던 그녀는 아직도 정신적인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본인의 건강도 과히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녀는 시어머니를 부양하지 않을 생각은 없지만 본인에게만 쏟아지는 부양의 부담과 남편의 무관심으로 인하여 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노인 열명 중 한명이 걸리는 침해는 우리 사회에 심각한 갈등요인으로 나날이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침해를 더이상 해당 가족의 문제로만 치부하지 말고, 사회문제로 공론화, 사회적 해법을 찾는 노력을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다.
/ 최병성 기자 (tgpark@views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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