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먼저 줬더니 시작된 구박" 학대에 멍드는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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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5-06-15 11:36 조회 1,180회 댓글 0건본문
#1 "내가 싫다고 하니까 아들이 나를 때렸어."
지난 14일 찾은 인천의 한 학대피해노인쉼터. 이곳에서 거동이 불편한 둘째 아들과 함께 살다가 도망쳐 나온 박귀남 할머니(89·여·가명)를 만났다. 박 할머니는 지난달 평생을 살던 집에서 나와 쉼터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나이가 일흔이 다 된 아들은 여자가 없다는 이유로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범하려 했다. 박 할머니가 거부하니 아들은 발로 걷어차고 주먹으로 때렸다. 할머니는 갈비뼈를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이곳에 왔다.
봇짐장사로 네 자녀를 키워낸 고된 삶이었다. 특히 말썽을 멈추지 않아 온갖 뒤치다꺼리를 하며 키운 둘째 아들이었다.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다른 자식들은 명절이나 제사 때마다 꼬박꼬박 찾아왔고 할머니에게 용돈도 매달 보냈다.
다른 자식들은 박 할머니가 이렇게 살고 있는 줄 몰랐다. 박 할머니 스스로도 자식들에게 제 형제의 패륜을 얘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안 그래도 사는 게 쉽지 않은 세상, 자녀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2 "나는 딸을 고소해 놨어. 집 마련할 돈을 주면 평생 모시고 살겠다고 하더니 집을 사고 나니까 구박하면서 나가라고 하더라고. 결국 쫓겨났어."
이연철 할아버지(78·가명)도 이 쉼터로 피신을 해 왔다. 딸과 아들에게 배신당하고 얻어맞은 몸과 마음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치유가 되지 않았다. 이야기 하는 내내 할아버지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주먹으로 연신 내리쳤다.
딸은 아버지가 여생을 위해 모아둔 돈을 집을 사겠다며 달라고 했다. 집만 구해주면 평생 모시겠다는 말에 아버지는 고민 끝에 돈을 내 줬다. 그러나 딸은 같이 산 지 3개월이 채 안 돼 구박을 시작했다. 눈칫밥부터 시작된 학대는 밥을 주지 않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아들이 딸 집을 찾아와 "돈을 주려면 장남에게 줘야지, 왜 딸을 주냐"며 싸움을 걸어왔다. 이런 과정에서 딸에게 질려 아들의 집으로 이사를 한 아버지는 그 곳에서 아들에게 폭행을 당하기 시작했다.
한번은 아들이 아버지 통장에서 빼다 쓰는 돈 문제로 말싸움이 붙었다. 그러자 아들은 "지금 내가 당신 돈을 떼먹기라도 했다고 얘기하는 거냐"며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이 소리를 들은 이웃들이 경찰서에 신고해 두 사람은 한밤중에 경찰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기까지 했다.
손가락이 부러지는 등 신체적 학대를 당한 몸도 아프지만, 가장 아픈 것은 마음이었다. "그래도 가족은 천륜이고, 내가 낳아 기른 자식들인데…. 돈 잃은 것보다도, 몸이 아픈 것보다도, 마음 아픈 것이 가장 힘들어." 이 할아버지는 눈시울을 붉혔다.
15일 노인학대인식의 날을 맞아 돌아본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노인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 10명 중 1명(9.9%)꼴로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학대는 대부분 1년 이상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정서적인 학대로 시작됐다가 폭행으로 이어지고, 심한 경우 존속살인으로까지 이어진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발생한 존속살해 건수는 총 159건이다. 일주일에 한 명 꼴로 부모가 자식에게 살해당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노인학대는 아동학대 등 다른 학대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노인학대신고전화(1577-1389)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아는 국민들이 별로 없고,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존재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노인학대 행위자의 38.8%(보건복지부 조사자료, 2013년 기준)가 아들이었지만 자식을 범죄자로 만들기 싫은 노인들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으로 인해 노인학대 문제의 해결이 매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학대피해 정도가 심해 형사재판까지 가게 되더라도 부모의 눈물어린 선처 부탁에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들은 노인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주변 이웃들과 가족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학대를 발견하기만 하면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상담과 관리를 통해 개입할 수 있고, 학대상황이 심각한 경우 노인을 쉼터에서 지내도록 해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결국 노인학대 문제는 드러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신고의무자나 이웃, 함께 살지 않는 가족 등이 관심을 기울여야 노인학대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유진기자
출처 :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5061212032152598&outlink=1
지난 14일 찾은 인천의 한 학대피해노인쉼터. 이곳에서 거동이 불편한 둘째 아들과 함께 살다가 도망쳐 나온 박귀남 할머니(89·여·가명)를 만났다. 박 할머니는 지난달 평생을 살던 집에서 나와 쉼터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나이가 일흔이 다 된 아들은 여자가 없다는 이유로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범하려 했다. 박 할머니가 거부하니 아들은 발로 걷어차고 주먹으로 때렸다. 할머니는 갈비뼈를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이곳에 왔다.
봇짐장사로 네 자녀를 키워낸 고된 삶이었다. 특히 말썽을 멈추지 않아 온갖 뒤치다꺼리를 하며 키운 둘째 아들이었다.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다른 자식들은 명절이나 제사 때마다 꼬박꼬박 찾아왔고 할머니에게 용돈도 매달 보냈다.
다른 자식들은 박 할머니가 이렇게 살고 있는 줄 몰랐다. 박 할머니 스스로도 자식들에게 제 형제의 패륜을 얘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안 그래도 사는 게 쉽지 않은 세상, 자녀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2 "나는 딸을 고소해 놨어. 집 마련할 돈을 주면 평생 모시고 살겠다고 하더니 집을 사고 나니까 구박하면서 나가라고 하더라고. 결국 쫓겨났어."
이연철 할아버지(78·가명)도 이 쉼터로 피신을 해 왔다. 딸과 아들에게 배신당하고 얻어맞은 몸과 마음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치유가 되지 않았다. 이야기 하는 내내 할아버지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주먹으로 연신 내리쳤다.
딸은 아버지가 여생을 위해 모아둔 돈을 집을 사겠다며 달라고 했다. 집만 구해주면 평생 모시겠다는 말에 아버지는 고민 끝에 돈을 내 줬다. 그러나 딸은 같이 산 지 3개월이 채 안 돼 구박을 시작했다. 눈칫밥부터 시작된 학대는 밥을 주지 않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아들이 딸 집을 찾아와 "돈을 주려면 장남에게 줘야지, 왜 딸을 주냐"며 싸움을 걸어왔다. 이런 과정에서 딸에게 질려 아들의 집으로 이사를 한 아버지는 그 곳에서 아들에게 폭행을 당하기 시작했다.
한번은 아들이 아버지 통장에서 빼다 쓰는 돈 문제로 말싸움이 붙었다. 그러자 아들은 "지금 내가 당신 돈을 떼먹기라도 했다고 얘기하는 거냐"며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이 소리를 들은 이웃들이 경찰서에 신고해 두 사람은 한밤중에 경찰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기까지 했다.
손가락이 부러지는 등 신체적 학대를 당한 몸도 아프지만, 가장 아픈 것은 마음이었다. "그래도 가족은 천륜이고, 내가 낳아 기른 자식들인데…. 돈 잃은 것보다도, 몸이 아픈 것보다도, 마음 아픈 것이 가장 힘들어." 이 할아버지는 눈시울을 붉혔다.
15일 노인학대인식의 날을 맞아 돌아본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노인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 10명 중 1명(9.9%)꼴로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학대는 대부분 1년 이상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정서적인 학대로 시작됐다가 폭행으로 이어지고, 심한 경우 존속살인으로까지 이어진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발생한 존속살해 건수는 총 159건이다. 일주일에 한 명 꼴로 부모가 자식에게 살해당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노인학대는 아동학대 등 다른 학대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노인학대신고전화(1577-1389)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아는 국민들이 별로 없고,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존재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노인학대 행위자의 38.8%(보건복지부 조사자료, 2013년 기준)가 아들이었지만 자식을 범죄자로 만들기 싫은 노인들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으로 인해 노인학대 문제의 해결이 매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학대피해 정도가 심해 형사재판까지 가게 되더라도 부모의 눈물어린 선처 부탁에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들은 노인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주변 이웃들과 가족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학대를 발견하기만 하면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상담과 관리를 통해 개입할 수 있고, 학대상황이 심각한 경우 노인을 쉼터에서 지내도록 해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결국 노인학대 문제는 드러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신고의무자나 이웃, 함께 살지 않는 가족 등이 관심을 기울여야 노인학대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유진기자
출처 :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5061212032152598&outli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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