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투성이 팔순 노모 "그래도 착한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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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5-06-25 08:43 조회 1,000회 댓글 0건본문
"내가 저렇게 키워서 그래. 그래도 부모 자식 간은 천륜인데, 어떻게 내 손으로 감방에 넣겠어…."
턱에서 가슴팍까지 내려온 검푸른 멍. 김혜숙씨(82·여·가명)는 주름진 손으로 멍든 목덜미를 쓸어내렸다. 김씨는 말없이 묵묵히 얻어맞음으로써 낳은 죄를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동,거녀가 도망친 중년 일용직 노동자의 삶. 그 무게가 버거웠던 막내아들 이용태씨(53·가명)는 밤마다 짙은 술내음을 풍기며 집에 들어와 어머니를 때렸다. 김씨의 남편인 이씨의 아버지는 20년 전 세상을 떠났다.
파킨슨병 초기 증세가 있어 손발에 기력이 없고 천식으로 숨이 가쁜 와중에 너무 얻어맞다보니 김씨는 만성 두통에 시달렸다. 지난 겨울에는 이씨에게 걷어차인 오른쪽 발목에 금이 가기도 했다.
그렇게 맞고 산 지 3년째. 감금폭행 생활은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날은 아들에게 때리지 말라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소리도 질러봤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차가웠다. "미친 X, 신고하려면 신고해 봐라. 누구 손해겠냐."
"그래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 때려. 착한 아들이야. 스스로 술을 끊었으면 좋겠어." 어머니는 계속된 아들의 폭행이 두려우면서도 동시에 아들에 대해 맹목적인 애착을 느끼고 있었다.
15일 노인학대인식의 날을 맞아 만나본 학대 피해 노인들은 대부분 자녀 등 학대가해자에 대해 양극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본인을 학대하는 자녀가 밉고 무섭지만 동시에 자식이기에 어쩔 수 없이 사랑한다.
그래서 학대자녀의 처벌은 수사기관도, 법원도 하기 힘들다.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존속상해가 형법상 폭행, 협박에 포함되기에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면 처벌이 힘든 것이다.
법원도 판결에 피해자인 부모의 의사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형량 또한 같은 수준의 범죄에 비해 현저히 낮다.
지난 2월 울산지법은 무식해 대화가 안 된다며 69세 노모를 마구 때리다 정신을 잃자 물을 뿌린 뒤 재차 밟은 혐의(폭행)로 기소된 이모씨(35)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어머니가 애타게 선처를 요구한 것이 이유였다.
학대받는 노인들이 가해자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고 있다는 점도 처벌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당장 학대하는 자녀가 감옥에 가거나 벌금을 내게 되면, 노인 본인 생활이 어려워진다. 징역을 몇 년 살고 온다 해도 돌아온 뒤에 같이 살아야 하기 때문에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노인학대판정위원회에서 사례판정 업무를 하는 이주형 변호사는 "처벌로 노인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노인들이 생활 측면에서 가해자에게 의존하기 때문"이라며 "학대받은 노인들이 가해자로부터 분리돼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정부에서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하고 나서 강력한 처벌을 논의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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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운영하는 학대피해노인쉼터/ 사진제공=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그렇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노인학대 문제는 처벌보다는 다친 노인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학대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전국 27개의 노인보호전문기관에 피해신고전화(1577-1389)를 통해 신고가 접수되면 사회복지사들이 가해자와의 분리·피해자 상담 등을 진행한다.
아들에게 3년 넘게 장기 학대를 당하던 김씨 또한 지역 사회복지사가 학대상황을 발견해 신고한 뒤 문제가 해결됐다. 노인보호전문기관 복지사들이 김씨를 설득해 아들을 알콜중독 치료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고 김씨를 학대피해노인쉼터에 살게 한 것이다.
김씨는 쉼터에서 다른 노인들과 함께 심리치료를 받고 프로그램을 하면서 다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6개월간의 알콜중독 치료를 받고 나온 아들은 술을 끊고 어머니를 더 이상 학대하지 않았고 기관은 계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재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중이다.
중앙노인보호기관 관계자는 "학대받은 어르신들이 신고만 하신다면 4개월간 쉼터에 모시고 이후에도 집에 돌아가기 힘든 상황일 경우에는 협약을 맺은 전국의 양로원에서 생활을 하실 수 있다"며 "노인들은 스스로 신고하기 어려우니 주변에서 관심을 갖고 학대 상황으로 보이는 경우 적극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유진기자(yoojin@mt.co.kr)
출처 :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5061511061140635&outlink=1
턱에서 가슴팍까지 내려온 검푸른 멍. 김혜숙씨(82·여·가명)는 주름진 손으로 멍든 목덜미를 쓸어내렸다. 김씨는 말없이 묵묵히 얻어맞음으로써 낳은 죄를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동,거녀가 도망친 중년 일용직 노동자의 삶. 그 무게가 버거웠던 막내아들 이용태씨(53·가명)는 밤마다 짙은 술내음을 풍기며 집에 들어와 어머니를 때렸다. 김씨의 남편인 이씨의 아버지는 20년 전 세상을 떠났다.
파킨슨병 초기 증세가 있어 손발에 기력이 없고 천식으로 숨이 가쁜 와중에 너무 얻어맞다보니 김씨는 만성 두통에 시달렸다. 지난 겨울에는 이씨에게 걷어차인 오른쪽 발목에 금이 가기도 했다.
그렇게 맞고 산 지 3년째. 감금폭행 생활은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날은 아들에게 때리지 말라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소리도 질러봤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차가웠다. "미친 X, 신고하려면 신고해 봐라. 누구 손해겠냐."
"그래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 때려. 착한 아들이야. 스스로 술을 끊었으면 좋겠어." 어머니는 계속된 아들의 폭행이 두려우면서도 동시에 아들에 대해 맹목적인 애착을 느끼고 있었다.
15일 노인학대인식의 날을 맞아 만나본 학대 피해 노인들은 대부분 자녀 등 학대가해자에 대해 양극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본인을 학대하는 자녀가 밉고 무섭지만 동시에 자식이기에 어쩔 수 없이 사랑한다.
그래서 학대자녀의 처벌은 수사기관도, 법원도 하기 힘들다.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존속상해가 형법상 폭행, 협박에 포함되기에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면 처벌이 힘든 것이다.
법원도 판결에 피해자인 부모의 의사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형량 또한 같은 수준의 범죄에 비해 현저히 낮다.
지난 2월 울산지법은 무식해 대화가 안 된다며 69세 노모를 마구 때리다 정신을 잃자 물을 뿌린 뒤 재차 밟은 혐의(폭행)로 기소된 이모씨(35)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어머니가 애타게 선처를 요구한 것이 이유였다.
학대받는 노인들이 가해자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고 있다는 점도 처벌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당장 학대하는 자녀가 감옥에 가거나 벌금을 내게 되면, 노인 본인 생활이 어려워진다. 징역을 몇 년 살고 온다 해도 돌아온 뒤에 같이 살아야 하기 때문에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노인학대판정위원회에서 사례판정 업무를 하는 이주형 변호사는 "처벌로 노인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노인들이 생활 측면에서 가해자에게 의존하기 때문"이라며 "학대받은 노인들이 가해자로부터 분리돼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정부에서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하고 나서 강력한 처벌을 논의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멍 투성이 팔순 노모 "그래도 착한 우리 아들…"이미지 크게보기
지방의 한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운영하는 학대피해노인쉼터/ 사진제공=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그렇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노인학대 문제는 처벌보다는 다친 노인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학대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전국 27개의 노인보호전문기관에 피해신고전화(1577-1389)를 통해 신고가 접수되면 사회복지사들이 가해자와의 분리·피해자 상담 등을 진행한다.
아들에게 3년 넘게 장기 학대를 당하던 김씨 또한 지역 사회복지사가 학대상황을 발견해 신고한 뒤 문제가 해결됐다. 노인보호전문기관 복지사들이 김씨를 설득해 아들을 알콜중독 치료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고 김씨를 학대피해노인쉼터에 살게 한 것이다.
김씨는 쉼터에서 다른 노인들과 함께 심리치료를 받고 프로그램을 하면서 다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6개월간의 알콜중독 치료를 받고 나온 아들은 술을 끊고 어머니를 더 이상 학대하지 않았고 기관은 계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재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중이다.
중앙노인보호기관 관계자는 "학대받은 어르신들이 신고만 하신다면 4개월간 쉼터에 모시고 이후에도 집에 돌아가기 힘든 상황일 경우에는 협약을 맺은 전국의 양로원에서 생활을 하실 수 있다"며 "노인들은 스스로 신고하기 어려우니 주변에서 관심을 갖고 학대 상황으로 보이는 경우 적극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유진기자(yoojin@mt.co.kr)
출처 :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5061511061140635&outli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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