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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신고 못해서…” 노인학대 점점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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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1-02-11 11:21 조회 2,49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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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남 가족과 함께 사는 a(84)씨에게 낮 시간은 공포의 연속이다. 장남 내외가 일하러 나가면 알코올중독자인 손자(30)가 수시로 돈을 요구하거나 술 심부름을 시킨다. 이를 거부하면 목을 조르거나 팔을 비트는 등 폭행을 하곤 한다. a씨는 장남에게조차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다 몸에 멍이 자주 드는 걸 이상하게 여긴 친구들이 관계기관에 신고한 뒤 보호소로 옮겨졌다.

#2. 지난 8월 치매에 걸린 b(72·여)씨는 아들, 며느리와 함께 남해로 휴가를 떠났다. 아들 내외는 매정하게 그를 휴가 장소에 혼자 놔두고 돌아가버렸다. 길을 헤매던 b씨는 경찰 도움을 받아 간신히 집을 찾았으나 아들은 “처음 본 사람”이라며 딱 잡아뗐다. 결국 경찰은 관련기관과 협의해 그를 요양원으로 보냈다.

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가운데 노인 학대가 지속적으로 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관련법 미비로 노인 학대 처벌 수준이 낮고 신고 의무도 없다고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1일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005년 2038건에서 2006년 2274건, 2007년 2312건, 2008년 2369건, 2009년 2674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노인학대에는 폭력을 동반한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성적, 경제적 학대는 물론이고 방임과 유기도 들어간다.

특히 노인이 노인을 학대하는 ‘노노(老老)학대’가 급증하고 있다. 60대 이상 노인의 노인 학대는 2005년 전체 노인학대에서 12.9%를 차지했지만, 2006년 16.2%, 2007년 20.5%, 2008년 23.8%, 2009년 25.0%로 비중이 커졌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치보다 ‘보이지 않는 학대’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복지부가 노인 6700여명을 대상으로 학대 경험 실태를 조사한 결과 13.8%가 학대를 당했다고 답하면서도 이 중 65.7%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관련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자는 학대 경험자의 2.5%에 그쳤다.

자녀와 며느리, 사위 등 존속에 의한 학대가 70%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노인들이 신고를 꺼리는 탓이다. 수사기관이 조사에 나서더라도 관련법상 존속폭행은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다 보니 피해 노인이 처벌 의사를 접는 일이 많다.

또 노인학대는 의사나 노인복지시설 관계자 등이 신고의무자로 지정돼 있으나 아동학대와 달리 신고하지 않더라도 제재조치가 없어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고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 상임위원회에 회부조차 안 됐다. 보건복지부는 처벌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해서 개정안 마련을 추진 중이지만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 학대는 갈수록 큰 문제가 될 것이기에 사회 관심이 절실하다”며 “노인학대를 접하면 경찰이나 노인학대 신고기관(1577-1389)으로 지체 없이 연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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