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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 할머니들이 눈물로 지운 얼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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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11-30 00:00 조회 2,01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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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많은 그녀들의 인생 ② 나, 그리고 아무도 없다
의정부, 동두천 등 경기북부에 50여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양공주 출신 기지촌 할머니들에게 가족은 없다. 있었지만 과거를 숨기고픈 할머니들 스스로가 외면했고 가족도 얼굴을 보고 싶어하지 않았다. 여기에 세월이 가면서 가족은 이들의 머릿속에서 영영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미2사단 캠프 레드클라우드 주변에 위치한 의정부시 가릉동 기지촌(일명 노랑다리). 고산동 빼벌마을과 함께 의정부지역 양대 기지촌 중 하나인 이곳에서 이정은(73·가명), 김진숙(76·가명)할머니를 만났다.

3평 남짓한 쪽방에는 파킨슨병으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이 할머니가 두터운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고 김 할머니는 5년이 다되도록 불평 한마디 없이 이런 이 할머니의 병수발을 들고 있다.

"북한이 고향인 저 이는 한국전쟁 때 혼자 내려와 대구와 부산을 떠돌아 다녔어. 지지리 복도 없지. 만나는 남자마다 저 이를 기지촌으로 끌고 가려 했으니까 말야."

김 할머니는 이 할머니의 뒤엉켜버린 인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리저리 피해 다니다 결국 서른살 후반쯤 돼서 여기 노랑다리까지 흘러들어오게 됐어. 그리고 나를 만났지. 쪽방에서만 40여년을 함께 살았어."

김 할머니는 끝까지 자신의 얘기는 하지 않았다.

다만, "저 이랑 한날 한시에 같이 죽었으면 좋겠어… 누가 돌봐 줄 사람도 없는데…지금까지 박복했지만 마지막으로 함께 죽는 복이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말만 되뇌였다.

고산동 빼벌마을에서 만난 최복순(56·가명)씨. 경상도가 고향인 최씨도 30년전 이곳에 들어왔다. 2남4녀중 맏딸인 최씨는 초등학교만 간신히 나온 뒤 의정부 작은 아버지 집에서 식모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그 충격으로 가출한 최씨는 기지촌 여성이 됐다.

"한때는 돈을 제법 벌어 여동생 둘을 중학교까지 졸업시켰어요. 하지만 동생들이 내가 양공주란 걸 알고는 연락을 끊었죠. 가족도 마찬가지고… 10년 전 나머지 동생들이 대구 어디에 산다는 소식을 들은 게 전부예요. 이제와서 가족을 찾으면 뭐 하겠습니까."

최씨는 더이상 가족이야기를 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의정부노인보건복지연계센터 박대환 팀장은 "기지촌 할머니들의 경우 대부분 가족 소식을 알고 있어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60·70년대 어려운 경제적 여건속에서 가족을 먹여살리기위해 기지촌으로 들어왔고 이후 미군과의 관계를 고려한 정부의 묵인과 지원하에 성매매를 해온 시대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경기북부 노인학대예방센터 김지순 팀장은 "할머니들에게는 자신들의 암울한 삶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가족이 필요하다"며 "관계기관이 이들 할머니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자매결연 등을 통한 보호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경인일보 왕정식·최재훈 기자 wjs@kyeongin.com / 노컷뉴스 제휴사
200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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