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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요양보호사의 늪 > ⑧ "돈 벌고 싶으면 요양보호사 할 생각 말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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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11-15 10:26 조회 64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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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17 17:20
  수정 2023.10.31 15:57

직업 만족도 한일 양국 차이 70%
비결은 높은 자격증 진입 장벽
'봉사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먼저'

# '요양보호사 자격증, 조금이라도 편하게 따려면 지금 등록하세요.', '나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진만 찍으면 끝납니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이라고 검색하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문구다. 

# '늙음을 배우고 싶다면 지금 양성 학교로 오세요.', '양성 학교 3학년이신가요? 망설이지 마세요. 지금 등록하세요.'

일본의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 '야후 재팬'에 '개호복지사 자격증'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광고 문구다. 

지난 9월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노인요양시설에서 15년째 근무 중인 요양보호사 A씨(66)는 여성경제신문을 만나 하소연했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 동안 왜 이 일을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심지어 집안이 그렇게 어렵냐는 말도 들을 때가 많아요."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개호복지사 양성 학교에서 교육생들이 실무 연수를 받고 있다. /김현우 기자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개호복지사 양성 학교에서 교육생들이 실무 연수를 받고 있다. /김현우 기자

그는 동료 요양보호사가 이런 질문을 하는 현실이 암울하다고 했다. "그래서 제가 되물어요. 그러면 왜 요양보호사가 되었냐고, 열이면 일곱은 이 나이 먹고 쉽게 딸 수 있는 자격증인 데다 돈까지 주니 시작했다고 해요. 그렇게 말하곤 근무한 지 3개월을 넘기는 경우를 보기 힘들어요."

같은 달 본지는 일본 교토에 위치한 한 노인요양시설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12년 차 개호복지사 아야노 게츠시 씨(54). 그는 '10년 전 처음 돌봄 현장에 출근할 때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나이 듦의 가치를 배우는 첫걸음을 소중하고 감사히 여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처음엔 치매 노인을 돌볼 생각에 덜컥 겁부터 났거든요"라고 답했다. 

여성경제신문이 지난 9월 1일부터 10월 10일까지 국내 요양보호사 9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요양보호사 처우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658명에 달하는 요양보호사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와 관련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반면 일본 후생노동성이 2021년 전국 1200명의 개호복지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어르신 돌봄 자기만족도' 조사에서 984명의 개호복지사는 '만족한다'고 답했다. 

일본과 한국 모두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1위 타이틀을 놓고 다투고 있다. 돌봄 영역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요양보호사는 돌봄 분야의 최전선에 선 총알받이가 됐다. 그런데 왜 두 나라의 직업 만족도는 이렇게 다를까. 

여성경제신문은 <요양보호사의 늪> 기획 취재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집중 취재했다.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개호복지사 양성 교육 기관 /김현우 기자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개호복지사 양성 교육 기관 /김현우 기자

일본에서 요양 현장 근무 경험이 있는 김정은 숭실사이버대 요양복지학과 교수는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최근 한국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돌봄 업계 문제를 두고 일본과 비교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아무래도 장기요양제도를 일본의 개호보험을 토대로 들여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를 정책적 관점에서 비교하기보다 각 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정은 교수는 "국내 요양복지사 격인 일본의 개호복지사는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과정이 험난하다"면서 "먼저 복지사 양성 학교에서 최소 3년간 실무 교육을 받아야 하고, 이후 350시간의 실무자 연수를 수료해야 그제야 필기시험 자격이 부여된다. 이를 통과해야 합격증 자격증이 부여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당초 노인 돌봄이라는 영역에 뜻이 있지 않은 사람은 도전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 일본 개호복지사 자격증 제도의 현주소"라고 덧붙였다. 

돌봄 종사자로 돈을 벌고 싶다면 호주를 가라

지난 8월 일본 오사카에서 만난 한 사회복지법인 이사장 니시마루 하루히코 씨(72)는 "돌봄 종사를 하면서 돈을 벌 생각을 한다면 차라리 호주가 낫다. 엔화 약세도 있고, 현재로서는 일본이 경쟁력 있는 선택지라고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후생노동성이 2022년 공개한 개호복지사 평균 연봉은 364엔. 한화로 약 3600만원이다. 교토에 위치한 노인요양시설 '고향의집'에서 종사하는 개호복지사 아이타 고토하루 씨(63)는 올해 24살인 늦둥이 외동아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대학생인 아들 뒷바라지에 은퇴한 남편 때문에 가족 구성원 중 아이타 씨만 유일하게 일을 하고 있다. 

아이타 씨는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긴 하지만, 40대부터 시작한 이 일을 너무 좋아해서 힘이 닿을 때까지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돌봄 영역에서 돈 벌 생각으로 근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노인 돌봄 업무 자체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 정신이 없다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제언했다. 

아이타 씨가 근무하는 이곳 요양원에선 매일 아침 8시 30분, 저녁 7시에 개호복지사를 대상으로 직업윤리 교육을 30분간 진행한다. 교육 담당은 관할 지자체 공무원이 직접 한다. 

익명을 요구한 교토시 공무원 B씨는 "저 또한 케어매니저로 7년을 근무한 경험이 있다"면서 "매일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개호복지사의 심리 상담과 고충을 듣고 문제가 있다면, 정책에 반영해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사카에 위치한 개호복지사 양성 교육관에서 교육생이 교육을 받고 있다. /김현우 기자 
오사카에 위치한 개호복지사 양성 교육관에서 교육생이 교육을 받고 있다. /김현우 기자

윤기 고향의집 이사장은 "일본은 100년 이상 된 자영업자 그리고 중소·대기업이 3만 곳 넘게 존재한다. 가업(家業)은 가문의 명예로 대대로 이어져 왔고 그들의 성(姓)은 한국에서 '양반 가문'과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이어 "도요타, 마쓰시타, 혼다 등 대표기업뿐 아니라 대형 연예기획사인 요시모토흥업, 호리프로, 자니즈프로덕션 등도 창업주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 중에는 상장사도 있지만 사명을 바꾸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창업주의 이름은 자긍심 자체이다. 일본에 유난히 이름표를 달고 근무하는 회사가 많은 이유도 같은 이유"라고 강조했다. 

윤기 이사장은 "요양 돌봄 업계도 비슷한 양상"이라며 "돌봄 종사자를 수없이 채용하고 봐왔지만, 급여에 집착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돌봄 영역에서 높은 급여를 바라는 인력은 스스로 공무원이 되거나 교수로 전향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요양원 적합성 평가도 직원 이직률로 보는 일본

최근 국내에선 요양보호사가 입소자 세탁물을 빨래했다는 이유로 23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수하는 사례가 나왔다. 업계 직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정부는 "고시대로 감사를 진행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일본은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평가를 시설 내 종사자 이직률과 근속햇수로 판단한다. 교토시 개호복지시설 평가표에 따르면, 종사자의 이직률이 55%를 넘게 되면 '이상 징후'가 있는 요양원으로 본다. 1차 현지 조사가 진행되며 이직률이 높은 이유를 따져 묻는다. 

이미 이직한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도 진행된다. 이때 설문 내용엔 '업무 만족도가 떨어진 이유에 대해 정확히 진술하라'는 문장도 있다. 

교토에 위치한 종합사회복지시설 '행복촌'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츠바사 씨(48)는 "매달 직원 간 평가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이때 평가 방식은 직급이 낮은 직원이 높은 직원을 평가한다"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설문이 있는데, 직업 만족도가 전 달에 비해 얼마나 떨어졌느냐를 묻는다. 떨어진 정도가 전 달에 비해 확연히 차이가 나면 지자체 공무원의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봉사 정신 요양보호사 높은 진입 장벽 만들어 확보해야

후생노동성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일본 개호복지사의 현장 이탈률은 2022년 기준 23%. 한국은 68%에 달하는 요양보호사가 평균 5개월의 근무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개호복지사 현장 이탈률이 낮은 이유로 높은 진입 장벽을 꼽았다. 일본 오리온종합복지관에서 행정관으로 일을 하는 재일교포 유병욱 씨(48)는 "일본의 개호복지사와 한국 요양양보호사 취득 과정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자격증 취득 시험을 보기 전 실무 경험을 쌓는 기간 차이"라면서 "개호복지사는 양성학교에서 3년의 세월을 버텨야 한다. 결코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직종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3년 양성 과정을 통과해야만 필기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면서 "물론 이 과정을 통과하더라도 실제 업무 현장에 투입되면 일을 그만두는 사람도 많지만, 봉사 정신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의 비율이 한국 대비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타마다치 스코이 오사카부립대 요양학과 교수는 "봉사 정신이 없는 인력을 두고 처우 개선을 논한다면 이 또한 국고 낭비"라면서 "직업윤리 의식이 바탕이 된 채 처우개선을 추진해야 요양 서비스의 질 향상은 물론 낭비 없는 노인 복지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출처 : 여성경제신문(https://www.woman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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