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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학대뉴스 < 요양보호사의 늪 > ⑥ 한 아파트 단지 앞 요양원 6개 난립, 학대·폭행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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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11-15 10:34 조회 62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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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10 15:30
  수정 2023.10.30 09:30

15년 동안 폭행 사건만 34건
알고 보니 '국고 횡령' 요양원
설립 당시 공무원 비자금까지
공급 집중해 사각지대만 늘려

# 축 늘어진 할아버지 기저귀 갈 때면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해요. 치매 걸린 당신의 처지를 알 턱이 없겠죠. 자존심은 그대로여서 기저귀를 찬다는 것 자체를 강하게 거부해요. 몸무게만 80kg인 할아버지를 설득하려면, 몸에 피멍 드는 정도는 일도 아니에요. 얼굴을 맞을 때도 있어요. 몸부림치는데 72살 먹은 내가 감당할 길이 없죠.

#어머님 모신 요양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평소라면 요양원 단체 메신저에 '어머님 잘 계시고 있다'며 사진을 가끔 올려주는 정도로 소식을 접했죠. 그런데 전화가 온다는 건 무슨 일이 터졌다는 거예요. 가슴이 내려앉았죠. 받자마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 "어머님 기도가 막혀서 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아볼 시간도 없었어요. 무작정 달려갔죠. 의사를 만났는데 하늘이 무너져 내렸어요. "호흡 곤란으로 산소가 공급이 안 돼 뇌사하셨습니다." 집에서 돌보기 힘들어 요양원 모셨건만, 그 선택이 씻을 수 없는 죄책감으로 변하는 순간이었어요.

요양원 내 입소자에게 폭행당한 한 요양보호사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 /독자 제보 
요양원 내 입소자에게 폭행당한 한 요양보호사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 /독자 제보

지난 4월,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A 요양원에서 입소자 노인이 기도가 막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상황을 들어보니 요양보호사가 입소자에게 급하게 밥을 먹이다 불상사가 벌어졌다. 담당 요양보호사 B씨는 여성경제신문을 만나 "같이 일하는 동료가 연차를 썼다. 평소엔 2명이 4명의 노인을 돌보는데 당일은 혼자였다. 점심시간에 노인 4명의 밥을 먹여야 하는 상황에서 급하게 먹이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입소자 유가족 C씨는 요양보호사 B씨와 요양원 시설장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걸었다. C씨는 "원내에 설치된 CCTV를 돌려보니 어머니가 강하게 거부하는데도 억지로 밥을 먹였다"면서 "심지어 한번 숟가락을 뜬 지 20초도 채 안 돼 계속 입에 억지로 음식물을 집어넣었다. 명백한 학대"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요양원에선 불과 8개월 전 원내 학대 문제가 한 번 더 있었다. 이번엔 입소자가 요양보호사를 폭행한 사례였다. 같은 요양원에서 입소자와 공급자 간 폭행 공방이 차례로 발생한 것이다. 

한 요양원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가 입소자에게 폭행당해 흉부 타박상을 입었다는 내용의 진단서. /독자 제보 
한 요양원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가 입소자에게 폭행당해 흉부 타박상을 입었다는 내용의 진단서. /독자 제보 

지난 6월 중증 치매 환자인 D씨를 담당하는 요양보호사 E씨는 환자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업무를 하다 얼굴과 가슴, 오른쪽 팔을 여러 차례 폭행당해 골절상을 입었다. 기저귀 착용을 강하게 거부한 입소자 D씨와 배정받은 업무 중 기저귀 교체 업무를 수행해야만 했던 요양보호사 E씨 사이에서 발생한 사고다.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치매 전문의는 "해당 환자의 경우 강한 전두엽 치매를 앓고 있어 감정 통제 능력을 사실상 상실한 상태"라며 "피해 요양보호사가 온전히 피해를 보았다고 하기 어려운 점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요양원에서 발생한 입소자와 요양보호사 간 폭행 사건. 관리·감독 책임자인 요양원 측은 "환자 대응 매뉴얼을 요양보호사에게 자체적으로 교육했다"면서 "매뉴얼을 무시하고 대응한 요양보호사 개인의 문제"라고 말했다. 요양원은 종사자 교육 의무를 했으니 책임이 없다는 의미다. 

법원은 '상시 관리 감독 체계에 문제가 있다'며 요양원에 영업정지 2개월 판정을 내렸다. 

충청북도 청주에 위치한 한 요양원에 입소자가 누워있다. /김현우 기자 
충청북도 청주에 위치한 한 요양원에 입소자가 누워있다. /김현우 기자

알고 보니 15년 전 '국고 횡령'한 요양원

해당 요양원에선 앞서 언급한 두 건의 사건 외에도 총 34건의 폭행 사건이 이후 추가로 적발됐다. 최근 2건의 사건은 종사자의 자진 신고 덕에 사건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후 입소자 가족이 요양원 운영 과정에 의심을 품고 수사를 의뢰해 하나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검찰의 수사에서 드러난 문제의 요양원에서의 부정행위는 그 깊이와 폭이 상상을 초월했다.

검찰 조사 결과 해당 요양원은 국내 장기요양제도가 들어선 해인 2008년에 뒷돈을 미끼로 '환자 거래'를 주도했고, 요양원 설립을 승인한 담당 지자체 공무원들은 보조금 지급 과정에서 뇌물을 챙겼다. 당시 국책은행 직원은 수백억원의 특혜성 대출을 후원한 뒤 상당한 금액의 사례금을 받았다.

전직 시의원은 요양원 건축을 위한 선급금으로 받은 1억6000만원 중 일부를 개인 캠페인 자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요양원장은 건설 관련 업체의 고위 간부 및 식품 공급 업체 대표들과 협력해 부정 견적서를 제출하고 3600만원의 보조금을 획득한 후, 부식비를 조작해 요양원 명의의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6700만원을 횡령했다. 지금은 원장이 바뀌었지만 뜯어보니 당시 문제가 된 원장은 친척 관계였다. 

전라북도 남원에 위치한 한 요양원에서 종사자와 입소자 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독자 제보 
전라북도 남원에 위치한 한 요양원에서 종사자와 입소자 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독자 제보

이런 범죄가 가능했던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당시 검찰은 먼저 부적절한 허가 절차를 문제로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요양원 인허가 담당 공무원들 사이에 '사회복지사업가=봉사자'라는 개념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자격 확인 과정이 형식적으로 수행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및 지방 자치 단체가 인력 부족 및 조사 권한 부족을 이유로 실질적인 감독을 소홀히 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요양 시설은 학교나 어린이집을 리모델링하여 요양병원으로 개설한 경우도 있었다"며 "형식적인 허가 및 감독 부재로 인해 비의료인의 요양병원 개설, 부정한 계약 체결 및 보조금 횡령이 활개를 펴고 있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설립 허가 및 보조금 관리 및 지급 부분에서 지방 자치 단체 및 심평원과의 이중화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요양 시설이 국고 보조금을 받은 경우 회계 처리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정치자금법(제47조)과 같이 회계 책임자를 신고하도록 규정한다. 회계 처리를 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처리한 경우에는 법적 처벌 규정을 도입하여 사후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에서 자격 없는 사람들의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계기가 됐다"며 "요양병원 및 요양원이 늘어나면서 유사한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속적인 단속을 통해 엄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시에 위치한 한 건물. 한 건물에만 3곳의 요양원이 있다. 사진은 소방공무원이 화재 대피 훈련을 하는 모습. /여성경제신문 
김포시에 위치한 한 건물. 한 건물에만 3곳의 요양원이 있다. 사진은 소방공무원이 화재 대피 훈련을 하는 모습. /여성경제신문

허가제→신고제 규제 완화
우후죽순 늘어나는 요양원
복지 사각지대만 속출했다

요양원 내 폭행 사건 그리고 비리 사건 등 불편한 진실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양원은 입소자가 최대 15%만 본인 부담금을 내면 나머지는 국가가 금액을 지원해 주는 사실상 '노인 복지의 꽃'인 곳이다. 노후를 저렴한 가격에 보장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취지로 2008년 도입한 것이 바로 '장기요양제도'다. 

도입 당시 전국에 1500여 곳이었던 요양원은 2023년 약 6000곳으로 폭증했다. 요양원 설립 조건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회 복지에 대한 사명감을 지니고 설립된 요양원과 그렇지 않은 요양원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후죽순 요양원 숫자만 늘어났다.

이전에는 요양원을 설립하기 위해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장기요양제도가 들어서면서 국가는 이를 '신고제'로 완화했다. 설립 자격 요건만 되면 간단히 지자체에 신고하고 승인만 받으면 된다. 

허가제 당시엔 요양원 설립 목적과 설립자의 사회복지 경력, 또는 시설의 규모 및 서비스를 위한 자격까지 꼼꼼히 살펴보고 허가를 내릴지 말지를 지자체가 확인했다. 하지만 신고제는 개인 요양원인 경우 본인 소유 부동산이 있고, 사회복지사 2급 혹은 사회복지사를 시설장으로 앉히기만 하면 누구나 설립할 수 있는 일명 '사업성'을 띠는 업계로 변모했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본지에 "노인 복지는 그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직업윤리 의식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행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하지만 정부가 무분별하게 요양원 설립 조건을 완화한 탓에 오로지 사업 수익만 바라보고 업계로 뛰어든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다 보니 요양원 내 관리 운영에 허점이 생기고 폭행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노인요양시설 추이 /보건복지부 
국내 노인요양시설 추이 /보건복지부

환자 10명만 있으면 매달 600만원 고정 수입

노인요양시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습과 실제 모습은 큰 차이가 있다. 본지가 직접 취재한 요양원들은 한적한 전원 풍경이 아닌, 학원, 식당, 미용실, 카페 등이 밀집한 아파트 단지 앞 상가 건물에도 자리하고 있었다. 동일한 상가 건물 내에서 다른 요양원이 3개나 운영되고 있는 경우도 빈번했다. 인근 다른 상가 건물에도 각각 1개의 요양원이 있었다.

아파트 단지 앞에만 6개의 요양원이 존재했다. 노인 장기 요양제도가 2008년 처음 도입될 때 1700여 개의 노인요양시설이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는 집만 나서면 흔히 볼 수 있는 게 요양원이다.

노인요양시설이 난립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시설 설립이 너무 쉽고, 둘째로 돈을 벌기 쉽기 때문이다. 현재의 노인 장기 요양보호법은 시설 면적 등 건축 관련 기준만 갖추면 누구나 시·군·구청에서 노인 장기 요양시설로 지정받을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지침은 야외 환경과 같은 주변 환경에 대한 요구 사항은 무시하고 있다. 입소자가 햇볕을 즐기거나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야외 공간조차 부족한 요양원이 무분별하게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본지가 취재한 지역에서만 90개의 노인요양시설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해당 지역의 노인복지 담당 공무원은 "이곳이 수도권과 가깝고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노인요양시설이 자주 들어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서울에는 443개의 노인요양시설이 있었지만, 경기도에는 이의 거의 3배에 달하는 1174개의 시설이 운영 중이다. 이는 인구수가 아니라 지역의 입지적 조건 등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노인요양시설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시설을 설립하는데 의료인이나 사회복지사가 아니어도 설립이 가능한 규정도 국내엔 존재했다. 이러한 규정으로 인해 간호사나 사회복지사를 시설장으로 임명하는 것만으로도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건물만 확보하면 누구나 노인요양시설을 설립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인요양시설은 이익을 얼마나 창출할 수 있을까. 노인요양시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의 보험 급여와 입소자 개인이 부담하는 보험 외 급여로 수입이 형성된다. 보험 급여는 65세 이상의 노인 중 장기 요양 등급 판정을 받은 노인들에게 국가와 지자체가 공단을 통해 시설 입소 비용의 80%를 부담하는 것이다. 등급에 따라 1인당 월 120만~150만 원가량의 금액을 의미한다. 

보험 외 급여는 주로 식사와 간식비 등을 포함하며, 입소자 개인이 매달 약 30만원 정도를 부담한다. 이를 종합하면 평균적으로 1명의 입소자가 월평균 150만~200만원 정도를 시설에 지불하게 된다.

노인요양시설 업계 관계자는 "환자 9명을 기준으로 직원 급여 및 운영 비용을 제외하고도 월 500만원 정도가 시설 대표에게 남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58명의 환자가 있는 경우, 월별로 약 3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요양시설은 쉽게 설립하고 이익을 창출하기 쉬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변해버린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개인 요양원 운영자는 "업계에선 사업성보다 봉사 정신 혹은 사회 복지인으로서 사명감으로 업계에 뛰어든 인원이 더 많다"면서도 "하지만 일부는 초고령화 사회에 오로지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요양원을 설립한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종사자 인력난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진 인원만 수백만명에 달하는 시대에 언제든 뽑거나 해고할 수 있고, 심지어 인건비도 다른 사업에 비해 현저히 적으니 원장 입장에선 부동산과 기본 자금만 있으면 편하게 장사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출처 : 여성경제신문(https://www.woman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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