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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 받는 한국 노인의 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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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11-30 00:00 조회 2,07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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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능은 병이 없으면 90세까지 유지돼...

노인들 대부분이 이성교제 원해편견과 상속문제로 자식들 눈치 보는 도시와 달리 농어촌에선 오히려 교제 활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있는 ‘한국 노인의 전화’는 국내 유일의 노인문제 전문상담기관이다. 이곳에 걸려오는 상담전화의 10% 가량이 ‘고독과 소외’ 문제다. ‘노인의 전화’ 강병만 사무국장은 “고독과 소외 문제로 상담을 하는 사람의 80%가 이성교제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최근 ‘노인의 전화’에 남편과 사별한 60대 후반의 여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홀로 생활해 오던 여성은 역시 혼자 된 남자를 만나 사귀게 되었고 마음이 통해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 여성은 자식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말하는 게 좋겠냐고 상담해왔다. 강 사무국장은 “먼저 아들의 허락을 받으라”고 권유했다. 딸은 같은 여성인 어머니를 이해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먼저 아들을 설득하라고 했다.

결과는 반대였다. 아들은 의외로 “어머니가 좋으실 대로 하라”고 선뜻 동의했다. 그러나 딸은 “엄마가 지금 팔자 고치겠다는 거냐”고 펄쩍 뛰었다. 딸은 어머니에게 “맞벌이하는 우리 부부 대신 애들 봐줄 사람이 없는데 엄마가 어떻게… ”라며 극구 반대했다.

이 사례는 노인의 성과 재혼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습과 도덕을 보여준다. ‘여자는 한번 결혼하면 일부종사해야 한다’는 여성차별의 관념과 ‘혼자 된 부모는 죽을 때까지 자식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통념이 지배적이다.

한국 사회는 노인의 성적 욕구를 인정하지 않는다. 노인이 되면 성적 욕구가 꺼져버리는 것으로 간주한다. 노인이 성적 욕구를 드러내면 ‘엉큼하다’ ‘주책없다’ ‘추접하다’는 등의 표현으로 가차없이 매도한다. 21세기 들어 한국 사회의 성 윤리는 개방적으로 변했지만 노인의 성에 관해서 만큼은 과거와 변함이 없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인간의 모든 생물학적 기능은 서서히 퇴화한다. 그러나 성욕은 감소하는 여러 능력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유지되는 능력 중의 하나다.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질환이 없는 경우 90세까지 성 반응이 유지된다는 것이 의학계의 결론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남자 노인의 89.4%, 여자 노인의 30.9%가 정상적인 성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통계에서는 66~70세 노년층의 62.2%가 월 1~5회 성관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노인의 성에 대한 해법은 무엇보다 먼저 노인의 성욕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화여대 보건복지학과 문인옥 교수는 몇 해 전 ‘고령화 사회의 적극적인 재혼대책’이라는 칼럼에서 노인의 성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사람이 늙어갈수록 섹스는 중요하다. 섹스는 쇠퇴해가는 생물학적 과정에 마지막으로 즐거움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의 정서적 건강에는 성행위가 더욱 중요하다. 성교 횟수는 연령과 함께 감소되지만 성적 만족도 함께 줄어든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서울 강남 역삼동에 있는 포르테 비뇨기과에 70대 초반의 여성이 남편과 함께 찾아왔다. 이 여성은 70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젊고 활기가 넘쳤다. 이 여성은 그 동안의 부부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뒤 김영찬 원장에게 남편의 ‘수술’을 부탁했다. 김영찬 원장의 설명이다.

“70대 부부는 60대까지 원만한 성생활을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70대가 되면서 남편의 성기능에 급격한 변화가 왔습니다. 음경의 강직도가 급격히 떨어진 것입니다. 부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부부생활을 계속 시도했지만 과거만큼 만족도가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70대 여성은 수술 요법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남편을 데리고 병원을 찾은 것입니다. 남편은 상담실에서 시종 아무런 말이 없이 아내의 말을 듣고만 있었습니다. 나는 남편에게 음경 보형물 삽입 시술을 해주었습니다. 그 뒤 나는 그 70대 여성으로부터 ‘감사하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추사 김정희(1786~1856). 18세기에 태어난 인물로 70년을 살았으니 추사는 장수한 사람이다. 추사가 남긴 유명한 글귀 중의 하나가 ‘일독이호색삼음주(一讀二好色三飮酒)’다. 충남 예산의 추사 고택에 가면 이 글귀가 편액으로 걸려 있다. ‘내가 살면서 좋아하는 게 세 가지 있는데, 첫째는 독서요, 둘째 호색(好色)이요, 셋째는 음주다.’

천하의 추사도 당당하게 인생의 두 번째 즐거움을 호색이라고 말했다. ‘완당평전’(학고재)에 따르면 추사가 이 글을 쓴 시기는 ‘칠십이구초당(七十二鷗草唐) 강상 시절’이다. ‘칠십이구초당’은 추사의 아호이고, ‘강상 시절’은 한강변 시절을 말한다. 추사가 제주도 귀양살이에서 풀려나 한양에서 살던 64~66세 때로 추정된다. 추사 역시 인생의 만년에서도 색(色)에 대한 욕망이 강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통 65세가 넘으면 노년층으로 분류된다. 배우자와 사별한 65세 이상의 노인 중 90% 이상이 이성교제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실에서 이성교제와 결혼이 어느 정도 가능할까?

먼저 혼자된 남성의 경우를 보자. 독신 남성이 경제력이 없으면 재혼은커녕 이성교제도 꿈꿀 수 없다. 그렇다면 경제력이 있으면 이성교제나 재혼이 자유로운가. 현실은 정반대다. 이성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돈이 결혼을 하려고 할 때는 거꾸로 장애물로 등장한다. 아버지가 재혼 의사를 밝히면 자식은 대부분 상속 때문에 반대한다. 배우자가 있는 남성 노인이 사망할 경우 상속분은 배우자가 1.5, 자식은 수에 관계 없이 1씩 돌아간다. 배우자는 자식보다 50%를 더 받게 되어 있다. 자식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돌아오는 상속분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변호사들에 따르면 자식들이 혼자 된 아버지의 재혼을 반대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상속분의 손실에 있지 않다. 자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아버지가 새 부인에게 재산을 모두 줘버리는 상황이다.

‘노인의 전화’에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가 접수된다. ‘노인의 전화’ 강병만 사무국장의 말이다. “나는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자식들이 아버지의 새 부인에게 일정 부분의 재산 상속을 약속해주고, 새 부인이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잘 모셔주면 약속 분을 그대로 드리도록 하라고 조언합니다.”

혼자 된 여성의 경우를 보자. 여성은 재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남자와는 다른 이유로 주저한다. 첫째는 먼저 간 남편에 대한 미안함이다. 둘째는 다른 남자를 만날 경우 자식이 나를 어떻게 볼까를 걱정한다. 셋째는 가족과 친인척, 그리고 시댁 쪽에서 자신을 어떻게 볼까를 우려한다.

한서대 노인복지학과 김윤정 교수는 2003년에 ‘노년기 성에 대한 인식’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배우자가 있는 65~75세의 노인 17명(여성 3명 포함)을 일대일 심층 인터뷰했다. 김 교수는 “노인들은 노년기의 성이 삶에 활력을 주는 긍정적 요소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남들이 내가 성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걸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남자들이 여자에 대한 불만이 똑같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것은 “우리 마누라가 이유 없이 성생활을 거부하는 게 너무 싫다”였다. ‘여자들이 일부러 불을 켜놓고 잔다’ ‘손주를 데리고 잔다’는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여성이 성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나는 그렇지 않다”라는 반응을 보인 것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여성 노인들은 여전히 ‘정숙한 여인의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여성은 노인이 되어서 성적 만족을 추구하는 것을 ‘정숙하지 못한 행동’으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30~40대의 대부분은 ‘부모에게 용돈을 드리고 손주를 안겨드리는 것만으로 효도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혼자된 노인에게 가장 절박하고 절실한 것은 본능에 따른 기쁨이다. 즉 “이성을 만나러 나갈 때의 기대감, 마음이 통하는 이성과의 신체적 접촉에서 오는 기쁨이 노인을 진정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혼자된 노인의 이성교제가 사실상 막혀 있다 보니 왜곡된 현상이 나타난다. 남편을 잃고 홀로 된 여성이 어느 날 갑자기 며느리에 대한 간섭과 잔소리가 많아지는 현상이 가장 흔한 것이다. 고부(姑婦)갈등의 원인은 많은 경우 독신 시어머니의 억압된 욕구에서 기인한다.

남성의 경우는 음성화된다. 남성 노인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나타나는 ‘박카스 아줌마’와의 성적 접촉이 대표적이다. 사회에선 노인의 매매춘을 일방적으로 매도한다. 이런 비난의 바탕에는 ‘노인네가 점잖지 못하게 무슨 …’이라는 심리가 깔려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진정 걱정해야 할 것은 성병 예방”이라고 진단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독신 노인 사이에서 성병이 만연해 있다는 보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윤정 교수는 ‘노년기 성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에 접했다. 그것은 이미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농·어촌·도서 지방에서는 혼자된 노인의 이성교제와 동거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서는 독거(獨居)노인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젊은층이 다수를 차지하는 대도시의 경우 독거노인은 말 그대로 독거노인이었다. 대도시의 노인은 자식 몰래 동거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이미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2020년쯤이면 노인인구의 비율이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이라고 한다. 고령사회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노인문제는 빈곤, 질병, 고독감 등이다. 이 중에서 노인의 성(고독감)은 고령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 확실하다.

이에 한국사회는 지금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노인의 전화’ 강병만 사무국장은 “혼자된 부모가 건강한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 나이인데도 혼자 계시게 하는 것은 부모에게 벌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건강한 노인을 홀로 살게 하는 일은 차디찬 겨울날 문밖에 서 있게 하는 것, 무거운 짐을 어깨에 올려놓는 것, 칼로 허벅지를 찌르게 하는 것에 비유되곤 한다.

오랫동안 혼자된 부친을 모신 적이 있는 50대 회사 중역 Y씨의 이야기다. Y씨는 한 달에 한 번씩 아버지에게 ‘특별 용돈’을 드렸다. Y씨는 “혼자 된 아버지에게 하는 진정한 효도는 아버지가 여성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배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혼자된 노인이 이성교제를 할 경우 남녀의 나이 차는 어느 정도가 가장 이상적인가? 간혹 20~30년 연하의 여성과 재결합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상적인 나이 차는 여성이 남성보다 5살 정도 아래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노인의 성 개방이 고령화 사회 노인복지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사회인식은 여전히 완강하다. ‘노인의 전화’ 강병만 사무국장은 “자식들이 부모를 남성 또는 여성으로 인정해야만 노인의 성문제는 풀릴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자유로운 성을 즐기는 지금의 20대가 노인층이 되었을 때 비로소 한국 노인의 성은 그 족쇄가 풀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조성관 주간조선 차장대우 (mapl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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