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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노인에 맞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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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0-08-31 10:31 조회 1,90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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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일…아침 8시 20분쯤….” 18일 만난 김모 할아버지(86)는 말 한마디 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누가 이렇게 때렸어요?”라는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땅에 떨어져 있던 지팡이를 손에 들었다. 자기 방어에서 나온 행동처럼 보였다. “자다가 일어났는데…갑자기…그 ×(부인)이 방망이로 내 머리를…내려쳤어…. 머리가 터져서…여기 (오른손) 검지손가락도 찢어졌어….” 그는 바지를 걷어 올렸다. 와이셔츠도 벗었다. 화상 자국부터 피멍 흔적까지 온몸이 벌건 얼룩투성이였다. 황혼녘 얄궂은 기억을 안겨다준 사람은 다름 아닌 일흔여섯의 재혼한 부인이었다.》

김 할아버지가 맞고 산 지는 1년이 넘었다. 개인 문제로 법적 소송에 휘말렸다가 패소한 후 집과 재산을 모두 날렸다. 설상가상으로 당뇨와 요실금 증상도 나타났다. 부인은 “당신 때문에 내 인생 망쳤다”며 돌변했다. 처음에는 김 할아버지도 맞대응을 했다. 그러나 부인이 밀어 아스팔트 바닥에 넘어지면서 척추를 다친 후부터는 맞기만 했다. 부인은 생활비도 벌어오지 못한다며 밥도 하루 두 끼만 줬다.

결국 그는 폭행 장면을 목격한 한 구청 직원의 도움을 받아 피신할 수 있었다. 지난주부터 그는 서울 강동구 학대 노인 일시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집에 안 들어간 지 1주일이 넘었지만 그는 “다시는 집에 가기 싫다”고 말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이 노인으로부터 매 맞는 이른바 ‘노(老)노(老) 학대’ 피해 노인이 급격히 늘고 있다. 2009년 서울시가 파악한 노인학대 신고 건수 총 669건 중 노노 학대 비율은 2008년 26.7%에서 지난해 30.7%로 늘었다. 노인을 학대하는 가해자 비율에서도 60대 이상이 31%로 나타나 40대(24.5%), 50대(26.9%)를 뛰어넘었다. 매 맞는 피해자도 점점 고령화되는 추세다. 학대 피해자 중 80세 이상은 전체의 38%나 된다.

일시보호시설에서 만난 99세 김모 할머니는 예순이 넘은 아들의 구타를 피해 이곳에 왔다. 무직으로 살아온 아들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자주 비관을 했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된 후엔 노모인 김 할머니에게 주기적으로 손찌검을 했다. 김 할머니는 “(자식 잘못 키운) 내 잘못이지”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노노 학대는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40, 50대로부터의 학대가 부양 거부, 경제적 부담 등으로 생기는 것이라면 노노 학대 원인은 다양하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인 재단법인 천주교 까리따스수녀회 정미정 과장은 “배우자 간 학대만 해도 남편의 가정 폭력이 노년까지 이어지거나 반대로 한평생 시달린 아내가 노년에 울분을 터뜨리는 경우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노인보호전문기관 상담 사례 중에는 자녀가 오랜 기간 부모로부터 겪은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이 한순간에 폭발해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 치매에 걸린 80대 시어머니를 상습적으로 때린 며느리 이모 씨(63) 사건이 그중 하나다. 30년 넘게 엄격한 시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노년이 된 시어머니가 병들자 이를 풀기 위해 시어머니를 구타한 것이다. 권금주 서울사이버대 복지시설경영학과 교수는 노노 학대의 원인을 심리 문제라고 했다. 권 교수는 “힘든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가해자와 ‘노년에도 행복하고 싶다’는 피해자 간 심리적 충돌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노 학대의 가해자, 피해자 모두 사회적 취약층이 많은 만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현재 지원은 다소 미비한 상태다. 서울시만 해도 현재 일시보호시설은 2곳, 노인보호전문기관은 1곳뿐이다. 김명용 서울시 노인복지과장은 “노인보호전문기관을 2014년까지 6곳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특히 노노 학대와 관련한 전문 상담소, 보호시설 등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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