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는 어디에… 학대에 멍드는 노인들 “그래도 내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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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5-05-26 08:44 조회 954회 댓글 0건본문
신고건수 8년새 3배 급증
학대 행위자, 아들이 40%
부양부담이 학대로 이어져
학대 처벌, 3년간 4건 뿐
대상자 과반이 저소득 이하
“가정사 NO, 반드시 신고”
#1. 이만재(가명, 77) 할아버지는 치매 증상으로 돌봄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녀들로부터 어떠한 조치도 받지 못한 채 방임·유기됐다. 이 할아버지는 의사소통은 가능하나 경증 치매로 타인의 말을 부분적으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같은 질문을 되풀이 했다. 발견 당시 이 할아버지는 긴 백발머리가 엉켜져 있었고, 옷도 해지고 더러운 이물질로 오염된 상태였다. 이 할아버지가 거주하고 있는 집도 오래된 음식과 쓰레기, 벌레로 뒤덮여 있었다. 첫째 아들은 이 할아버지를 부양하겠다며 월세집을 구했지만, 이 할아버지를 홀로 두고 부양책임을 회피했으며 월세도 내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2. 김순희(가명, 67) 할머니는 알코올 중독과 폭력성이 강한 아들로부터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5년 이상 받았다. 김 할머니는 7~8년 전부터 성당에 다니고 있었으나 아들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종교 활동에 대한 마찰이 있었다. 아들은 성경책을 불태우며 “엄마도 묻어야겠다” “천국으로 보내줄게” “십자가의 고통을 받아보라”는 등 폭언을 일삼았다. 깨진 성모마리아 상의 조각을 김 할머니의 손목에 찌르려고도 했다. 김 할머니가 아들의 폭력을 피해 이웃집으로 도망이라도 가면, 아들은 이웃집 유리를 부수는 등 막무가내였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불리지만 자식들의 학대와 구타로 고통을 겪고 있는 노인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효 문화를 근간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가정과 사회, 국가를 지키는 동방예의지국의 면모가 대한민국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급속한 고령화의 진행으로 노인 학대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는 추세다.
-끊이지 않는 학대… 주범은 ‘아들’
빠른 고령화의 진행과 노인 학대 문제 인식 개선으로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집계한 연도별 노인 학대 전체 신고접수 건수를 살펴보면 2005년 대비 2013년 전체신고건수는 193.8%(3549건→1만 162건)로 급증했으며, 학대사례도 2038건에서 3520건으로 72.2% 늘었다.
학대행위자는 대부분 자녀 또는 친족이었다. 전체 학대행위자 4013명 중 40.3% 해당하는 1619명은 ‘아들’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딸’도 13.0%(519건)을 차지했다. 이들 자녀와 더불어 배우자, 며느리 등 ‘친족’이 학대행위자인 경우는 전체 학대사례의 77.0%로 나타났다.
학대행위자 중 아들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것은 매년 지속돼 온 현상으로,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관습에 따라 부모의 부양의무가 아들에게 부여되고 이에 대한 아들의 부양부담이 노인 학대를 야기한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러다보니 노인 학대가 발생하는 장소도 가정이 83.1%(2925건)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가정에서 발생하는 학대는 발견이 어려워 지속적·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등 조기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정숙 ㈔선진복지사회연구회 회장은 “핵가족 시대가 되면서 노인 공경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됐다”며 “요즘 발생하는 노인 학대는 경제적 요인이 크다. 자녀 세대들이 은퇴하고 나니 부양할 능력이 없어졌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래도 내 자식”… 전과자 만들 순 없어
노인 학대 가해자의 80%가 가족 등 친족이다 보니 행위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법적 처벌까지는 원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 노인 학대로 처벌받은 건수는 3년간(2011~2013년) 4건에 불과했다. 신고자 유형을 살펴보더라도 학대 피해노인이 직접 신고하는 경우는 전체 학대사례의 23.0%(824건)에 불과했다. 사람답지 않은 자식이라도 처벌받을까 걱정이 앞서는 탓이다.
이현민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부장은 “노인 학대 사례는 자기 자식을 전과자로 만들 수 없다는 부모의 걱정 때문에 노인 학대가 곪아 터져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 어렵다”며 사례 발굴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과반 이상, 경제적 어려움 겪어
경제적으로 자립이 가능하다면 폭력에서 벗어나기가 쉽겠지만 학대 피해 노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연금 혜택은 아직 미미하고, 나이가 들어 돈 벌기는 어렵다. 2013 노인 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학대 피해 노인의 생활수준은 소득이 없거나,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이하가 67.3%(2367명)으로 학대 노인의 과반 이상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부모 및 자녀간의 부양에 대한 1차적 책임을 가정에 두고 있기 때문에 부양 의무자가 있는 경우 양질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렵다. 이에 호적상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등 제도권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학대 피해 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인식 개선 필요… ‘이웃’ 함께 풀어가야
전문가들은 노인 학대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이현민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부장은 “나이가 들면 신체적 차이가 급격히 드러난다. 치매가 있는 어르신들은 단기 기억을 잘 못하거나 반복해서 물어보는 등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며 “이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면 보호자 입장에서 귀찮게 여기게 되고 정서적 학대가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된 학대가 신체적·경제적 학대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정숙 ㈔선진복지사회연구회 회장은 “노인 학대와 관련된 교육은 초등학교 때부터 해야 한다. 요즘은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윤리 교육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부모에 대한 효 사상도 사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노인 학대를 가정사로 치부하지 말고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은 “노인 학대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다. 이웃이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노인 학대를 목격할 경우 1577-1389 또는 가까운 경찰서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혜림 기자 | rim2@newscj.com
출처 : 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290706
학대 행위자, 아들이 40%
부양부담이 학대로 이어져
학대 처벌, 3년간 4건 뿐
대상자 과반이 저소득 이하
“가정사 NO, 반드시 신고”
#1. 이만재(가명, 77) 할아버지는 치매 증상으로 돌봄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녀들로부터 어떠한 조치도 받지 못한 채 방임·유기됐다. 이 할아버지는 의사소통은 가능하나 경증 치매로 타인의 말을 부분적으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같은 질문을 되풀이 했다. 발견 당시 이 할아버지는 긴 백발머리가 엉켜져 있었고, 옷도 해지고 더러운 이물질로 오염된 상태였다. 이 할아버지가 거주하고 있는 집도 오래된 음식과 쓰레기, 벌레로 뒤덮여 있었다. 첫째 아들은 이 할아버지를 부양하겠다며 월세집을 구했지만, 이 할아버지를 홀로 두고 부양책임을 회피했으며 월세도 내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2. 김순희(가명, 67) 할머니는 알코올 중독과 폭력성이 강한 아들로부터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5년 이상 받았다. 김 할머니는 7~8년 전부터 성당에 다니고 있었으나 아들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종교 활동에 대한 마찰이 있었다. 아들은 성경책을 불태우며 “엄마도 묻어야겠다” “천국으로 보내줄게” “십자가의 고통을 받아보라”는 등 폭언을 일삼았다. 깨진 성모마리아 상의 조각을 김 할머니의 손목에 찌르려고도 했다. 김 할머니가 아들의 폭력을 피해 이웃집으로 도망이라도 가면, 아들은 이웃집 유리를 부수는 등 막무가내였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불리지만 자식들의 학대와 구타로 고통을 겪고 있는 노인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효 문화를 근간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가정과 사회, 국가를 지키는 동방예의지국의 면모가 대한민국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급속한 고령화의 진행으로 노인 학대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는 추세다.
-끊이지 않는 학대… 주범은 ‘아들’
빠른 고령화의 진행과 노인 학대 문제 인식 개선으로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집계한 연도별 노인 학대 전체 신고접수 건수를 살펴보면 2005년 대비 2013년 전체신고건수는 193.8%(3549건→1만 162건)로 급증했으며, 학대사례도 2038건에서 3520건으로 72.2% 늘었다.
학대행위자는 대부분 자녀 또는 친족이었다. 전체 학대행위자 4013명 중 40.3% 해당하는 1619명은 ‘아들’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딸’도 13.0%(519건)을 차지했다. 이들 자녀와 더불어 배우자, 며느리 등 ‘친족’이 학대행위자인 경우는 전체 학대사례의 77.0%로 나타났다.
학대행위자 중 아들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것은 매년 지속돼 온 현상으로,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관습에 따라 부모의 부양의무가 아들에게 부여되고 이에 대한 아들의 부양부담이 노인 학대를 야기한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러다보니 노인 학대가 발생하는 장소도 가정이 83.1%(2925건)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가정에서 발생하는 학대는 발견이 어려워 지속적·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등 조기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정숙 ㈔선진복지사회연구회 회장은 “핵가족 시대가 되면서 노인 공경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됐다”며 “요즘 발생하는 노인 학대는 경제적 요인이 크다. 자녀 세대들이 은퇴하고 나니 부양할 능력이 없어졌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래도 내 자식”… 전과자 만들 순 없어
노인 학대 가해자의 80%가 가족 등 친족이다 보니 행위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법적 처벌까지는 원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 노인 학대로 처벌받은 건수는 3년간(2011~2013년) 4건에 불과했다. 신고자 유형을 살펴보더라도 학대 피해노인이 직접 신고하는 경우는 전체 학대사례의 23.0%(824건)에 불과했다. 사람답지 않은 자식이라도 처벌받을까 걱정이 앞서는 탓이다.
이현민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부장은 “노인 학대 사례는 자기 자식을 전과자로 만들 수 없다는 부모의 걱정 때문에 노인 학대가 곪아 터져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 어렵다”며 사례 발굴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과반 이상, 경제적 어려움 겪어
경제적으로 자립이 가능하다면 폭력에서 벗어나기가 쉽겠지만 학대 피해 노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연금 혜택은 아직 미미하고, 나이가 들어 돈 벌기는 어렵다. 2013 노인 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학대 피해 노인의 생활수준은 소득이 없거나,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이하가 67.3%(2367명)으로 학대 노인의 과반 이상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부모 및 자녀간의 부양에 대한 1차적 책임을 가정에 두고 있기 때문에 부양 의무자가 있는 경우 양질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렵다. 이에 호적상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등 제도권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학대 피해 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인식 개선 필요… ‘이웃’ 함께 풀어가야
전문가들은 노인 학대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이현민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부장은 “나이가 들면 신체적 차이가 급격히 드러난다. 치매가 있는 어르신들은 단기 기억을 잘 못하거나 반복해서 물어보는 등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며 “이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면 보호자 입장에서 귀찮게 여기게 되고 정서적 학대가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된 학대가 신체적·경제적 학대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정숙 ㈔선진복지사회연구회 회장은 “노인 학대와 관련된 교육은 초등학교 때부터 해야 한다. 요즘은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윤리 교육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부모에 대한 효 사상도 사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노인 학대를 가정사로 치부하지 말고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은 “노인 학대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다. 이웃이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노인 학대를 목격할 경우 1577-1389 또는 가까운 경찰서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혜림 기자 | rim2@newscj.com
출처 : 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29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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