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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기고, 때리고... 노인학대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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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11-30 00:00 조회 1,78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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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학대가 점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사진은 경상남도 노인학대예방센터 입구에 있는 안내문.
"설날이 되니 학대받는 노인들이 더 걱정이네요. 앞으로 고령화 사회가 되면 더 심각할 거예요. 일이 벌어졌을 때 대책을 세우기보다 예방활동도 중요할 것 같네요. 노인학대 문제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할 거예요."

박순자(47) 경상남도 노인학대예방센터(이하 예방센터) 부소장의 말이다. 예방센터에서 지난 한 해 동안 벌인 상담에서도 나타났듯이, 노인학대문제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예방센터는 2005년 총 154건의 상담활동을 벌였다.

신고는 학대를 당하는 본인보다는 친척이나 주변인들이 하고 있다. 노인학대는 주로 직계비속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데, 아들에 의한 학대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며느리이며, 아들 내외가 함께 저지르기도 한다. 행위자의 연령을 보면 50대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40대, 30대순이다.

또 행위자의 교육수준을 보면 고졸이 가장 많았고 대졸과 중졸 등의 순이었으며, 행위자 중에는 단순노무직과 기능직·자영업자도 많았지만, 일반공무원과 일반관리직도 다수 있었다.

피해자는 건강하지 못한 노인이 많고, 이들 노인들은 주로 중풍과 관절염·요통·백내장·고혈압 등을 앓고 있었고, 치매도 여러 건 있었다. 유형별로 보면 노인에게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는 방임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언어·정서 학대와 신체적 학대, 재정 지원 중단 등이 많았다.

언어·정서적 학대 중에는 협박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심한 욕설과 무관심, 이유 없는 짜증, 무시, 비하, 고의적 따돌림, 쫓아냄, 대답 안 하기, 흉기로 위협, 소리 지름, 기물파손, 물건 던지기, 사용공간 제한, 집 못 들어오게 하기, 사회적 활동 제한, 생활기구 제한 등이 있었다. 또 학대 중에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도 있었다.

재정적 학대에 있어서는 현금갈취와 부동산 갈취, 부양의무 불이행, 강제적 명의변경, 인감도용, 생계급여와 수입 착취 등이 벌어지고 있었다. 또 난방단절과 연락두절, 왕래두절, 생필품·생계비 지원 중단, 의료적 방임, 비위생 거주 환경, 개인위생 방치 등 여러 행태의 방임도 나타나고 있었다.

노인 학대 사례... 폭행, 학대, 방임 등

[A할머니] 허리가 굽어 거동이 불편하고 청각장애가 있는 A(70) 할머니는 아들 내외와 함께 살아왔다. 아들 내외는 새 집을 짓는다며 할머니를 마을회관에서 살도록 했고, 밥도 제때 챙겨주지 않았다. 마을이장과 딸·사위가 아들 내외한테 잘 모시라고 했더니 욕을 하면서 우리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하더라는 것.

신고를 받은 상담원이 마을회관에 가서 할머니를 만났더니 "아들과 며느리가 고생한다, 학대는 없다"고 했다. 아들 내외도 새 집을 지으면서 잠시 다른 곳에 가 계시라고 했던 것이지 학대는 아니다고 밝혔다. 몇 차례 상담이 이루어진 뒤, 서로 오해도 있었다면서 이후 할머니는 새로 지은 집에 들어가 함께 살게 되었다.

[B할아버지] 백내장과 무릎관절을 앓고 있는 B(78) 할아버지는 5년전 큰아들 앞으로 집을 마련해 주고 동생 집에 생활하다 지난해 8월 아들 집으로 돌아왔다. 큰아들 내외는 할아버지를 골방에 남겨두고, 집은 전세를 준 뒤 나가버렸다.

할아버지는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것. 주변 사람들이 할아버지의 딱한 사정을 상담소에 이야기했고, 상담소는 동사무소와 함께 현장 확인 뒤 대책을 세웠다. 지금 할아버지는 동사무소에서 주는 쌀로 손수 밥을 지어 먹으면서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새해 꿈은 자식들이 돌아오는 것이다.

[C할머니] C(76) 할머니는 50대 아들한테 학대를 당하다가 집을 나와 따로 살고 있다. 할머니는 이전에도 아들한테 심한 구타를 당해 병원에서 허리 치료까지 받았으며, 지난 해 4월에는 아들한테 심한 욕설에다 협박을 받고 집을 나온 것. 그 뒤 술을 먹고 할머니를 찾아온 아들은 노인네 계시냐고 한 뒤 다시 협박을 했다는 것.

신고를 받은 상담소는 경찰의 협조로 아들을 찾아갔더니, 아들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잡아뗐다. 설득 끝에 아들이 입을 열었는데 나도 할 말이 있다면서 친한 동생과 일을 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찾아와서 동생 앞에서 내 욕을 했다는 것. 아들은 이런 일이 여러 번 벌어졌고 이후부터 비위가 상했다는 것.

여러차례 상담 끝에 아들은 술을 줄이겠다고 다짐했고, 더 이상 어머니를 찾아가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 할머니한테 보호시설 입소를 권유했지만 깝깝하다고 해 현재는 따로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

[D할아버지] D(76) 할아버지와 E(73) 할머니는 이혼한 50대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아들은 술만 마시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때린다. 몇 년 전에도 아들은 이들을 때려 교도소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최근에도 상담소에서 연락을 받고 할아버지를 찾았더니 얼굴에 멍든 자국이 있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들과 떨어져 살기를 바란다.

"자식에게 재산 넘기면 거의 부양을 하지 않으려 한다"

박순자 부소장은 노인학대의 가장 큰 원인은 재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노인학대 사례를 보면, 자식 명의로 물건(부동산 등)을 사주면 거의 100%는 그 다음부터 부양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노인학대 유형 중에 폭행도 문제지만, 언어적 학대도 심각하다는 것. 흔히 죽여버리겠다는 말도 한다는 것. 지겹다는 말도 학대에 포함되고 무엇보다 방임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박 부소장은 지적했다.

"식당을 하면서 할머니를 원룸에 혼자 살게 한 아들 내외가 있었다. 신고를 받고 가봤더니, 방은 냉방이었다. 백내장과 고혈압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아들내외가 찾아와서는 2만원만 주고 갔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정말 아프다."

노인 스스로 방임에 이르는 사례도 있다는 것. "중풍에 시달리는 한 할머니가 있었는데, 아들은 이혼해서 혼자 살고 3명의 딸이 있었다. 딸들이 와서 병원에 가자고 했더니 그 할머니는 내 병은 내가 안다, 웃대도 다 중풍으로 죽었다면서 병원에 가지 않고 혼자 있겠다는 것이다. 노인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박 부소장은 노인들의 성적 학대 사례도 접수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경남의 어느 군의 농촌마을이었다. 마을 이장이 혼자 사는 할머니를 찾아가는 것이다. 집을 보살펴준다면서 밤에 찾아가서는 할머니 몸을 더듬기도 하고, 성적 학대를 가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노인학대는 행위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도 사실을 숨기기도 한다는 것. "주변인으로부터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가보면, 우선 노인들부터 그런 일 없다면서 숨긴다. 자식들한테 학대를 받는 게 부끄럽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누구나 숨기고 싶어하겠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두고 몇 차례 방문을 해서 상담을 하다보면 다 털어놓는다."

노인학대 행위자들의 몇몇 특성을 갖고 있다고 박 부소장은 말했다. "행위자들을 만나면 처음에는 누가 그런 신고를 했느냐거나 그런 일 없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데, 나중에 어른 모시는데 어려운 점이 없느냐면서 관심을 보이면 하나하나 털어놓기도 한다. 가족상담처럼 하다보면 문제가 드러난다."

박 부소장은 "앞으로 고령화 사회가 되면 노인학대는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문제가 발생해서 해결하려고 하면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예방활동이 더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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