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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학대’ 무관심 속에 노인들이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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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6-01-17 00:00 조회 1,56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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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역, 노인학대 가해자 아들이 61%

“자식에 대한 의존성향 버리고 재산상속도 미뤄야”

○○동 A아파트에 사는 홍 모(73)할머니는 2남2녀의 자녀를 두었지만 홀로 살고 있었다. 그러던 할머니가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된 것은 아들 김 모씨(47·무직)가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다. 김씨는 혈압과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노모를 폭행하는가 하면 욕설과 폭언도 서슴치 않았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던 김씨는 5년 전 음주운전으로 직업을 잃고 그로 인해 부인과도 이혼한 후 알콜중독자가 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자식들의 무관심과 이웃과의 단절, 알콜중독자인 아들에 대한 인식부족·자식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포기하지 못하는 어머니 홍씨의 태도 때문에 적극적인 대처가 어렵다는 것이다.

▲ 가족들의 외면속에 독거노인의 겨울은 춥기만 한다.

‘정서적 학대’ 비중 가장 커

충청북도노인학대예방센터(소장 김상수)에 따르면 2005년 한해동안 접수된 노인학대 상담사례는 총 1419건에 달하고, 학대받는 노인 수는 138명으로 나타났다.

충청북도노인학대예방센터에 신고된 노인학대 가해자 유형을 살펴보면 아들이 가장 많은 97명(61%)으로 나타났고, 며느리 40명, 딸 20명, 타인 14명, 배우자 11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기본적으로 한국사회의 문화적 배경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딸보다는 아들과 함께 노후를 보내는 노인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발생비율 또한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노인학대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언어·정서적학대가 67건(50%)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방임 38건(28%), 신체적학대 20건(15%), 노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사용 또는 갈취하는 재정적 학대가 9건(7%), 자기방임 1건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부분의 학대받는 노인들은 위의 여러 경우를 복합적으로 겪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 언어·정서적 학대는 신체적인 폭력을 가하는 것만을 학대라고 일반적 인식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족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거나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정서적 학대가 노인들에게는 가장 큰 고통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서적 학대에 따른 소외감은 또 다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언론매체를 통해 정서적 학대로 인한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들을 종종 접할 수 있다.

충청북도노인학대예방센터 이영희(36)상담원은 “노인복지법에서 정의하는 노인학대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말한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도 모르게 내 부모에게 학대행위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거생활을 하고 있는 임모(72·남)씨의 경우가 대표적인 방임 학대의 사례다. 임씨는 5년 전 막노동을 하던 중 공사장 건물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허리가 불편한 상태다. 사고 당시 수술을 했지만 여전히 심한 통증을 호소해 재수술이 시급한 상황이나 보증금 50만원짜리 월세방에서 생활하는 임씨로서는 수술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기초생활수급으로 월 37만원의 생계비를 받는 것이 수입의 전부인 임씨는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오래 전 이혼한 부인과 자식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고, 이 후 사실혼 관계 사이에 2녀를 두었으나 그나마 가지고 있던 통장을 갖고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또한 80년대에 입국한 딸은 “우리에게 아버지는 없었다. 물질은 줬는지는 모르지만 아버지의 존재를 느낄 수 없었다.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라고만 하고 연락이 되지 않아 의료적 방임상태에 놓여 있다.

노인들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

노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문제는 점점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가정폭력이란 특수성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부분은 상당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옛말에 부모는 ‘내 목숨이 있는 동안은 자식의 몸을 대신하기 바라고, 죽은 뒤에는 자식의 몸을 지키기 바란다’란 말이 있다.

이런 헌신적인 자세 때문에 더욱 그들은 외롭게 혼자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미련 때문에 법에 호소하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는 것이다. 자식들은 그런 부모의 마음을 알고 더욱 잔악한 짓을 아무 죄의식없이 자행할 수도 있다. 실례로 지난 1년 간 충북지역에서 노인학대 범죄로 입건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가정폭력은 피해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데 자식이 벌받길 원하는 부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영희 상담원은 “신고를 받고 현장조사를 나가보면 정상적이지 못한 가정이 많다. 독거노인이거나 혹은 자녀들이 알콜중독자 내지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또한 과거에 자녀들에게 잊지 못할 상처들 준 경우다. 우리 센터에서는 대부분 가족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 질 수 있도록 보조한다. 법적처리를 하지 않더라도 센터로 상담을 해오면 최선을 방법을 모색한다”고 말했다.

중요성에 비해 턱없는 예산·인력

예방센터는 사후처리보다는 예방을 우선으로 한다. 노인복지관 등을 방문해 재정적 자립 등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능력을 교육하고, 자녀세대들이 포함된 단체에서 효의 중요성과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설명함으로써 노인학대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경찰서, 읍·면·동사무소와 연계해 실태파악과 자립을 돕고 있다.

하지만 충북지역을 담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업무인력과 적은 예산 때문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수동에 위치한 예방센터에는 여직원들만 5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이 충북 전지역을 관리한다는 것은 언뜻 생각해도 불가능에 가깝다. 사건 신고가 접수되면 2인 1조로 현장에 출동하지만 만취한 건장한 남성을 상대로 여간 힘이 부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청주지역이 아닌 타 시·군으로 현장조사를 가는 경우 어려움은 더하다. 예방센터 직원은 “가스총 하나 들고 막상 가보긴 하지만 위급한 경우를 접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방임 등 물질적인 어려움에 처한 노인의 경우 예산부족으로 인해 직접적인 도움이 어려운 형편이다.

현재 예방센터는 20여명의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인력난을 충당하고 있고 재정적인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에 대해서는 지역봉사단체의 도움을 받아 꾸려나가고 있다. 예방센터 관계자는 “아동학대와 관련해서는 지역 곳곳에 지소를 운영하는 등 관심을 갖는 반면 노인학대에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충북인뉴스. 2006. 1. 4. 오옥균 기자 oog99@c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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