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노인을 자신의 동물사육장에서 수년간 무보수로 일을 시키고 정부 생계지원비까지 가로챈 파렴치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14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방모씨(53)는 지난 2002년 2월 고물행상을 하며 혼자 사는 김모씨(70)에게 ‘월급을 줄 테니 함께 일하자’고 속여 인천시 서구 연희동 자신의 동물사육장으로 데려갔다.

김씨는 가족없이 혼자 어렵게 생활하던 중 숙식을 제공하고 봉급을 준다는 말에 순순히 응했으며, 비록 거처할 방이 1평 남짓한 판잣집에 백열등과 한장의 전기장판이 전부였지만 개와 돼지, 닭 등을 사육하며 묵묵히 일을 했다.

그러나 김씨는 월급은 커녕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동물들에게 사료를 주고 배설물을 치우는 등 고된 육체노동에 시달렸고 이같은 생활은 무려 4년5개월이나 계속됐다.

게다가 김씨는 정부에서 지급한 기초생활수급비까지 고스란히 빼앗겼으나 방씨가 두려워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방씨는 고아로 자란 김씨가 주민등록도 안된 채 살아온 것을 안 뒤 김씨의 고향인 전남 완도군에 가 호적증명과 주민등록증을 받았고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선정된 김씨를 대신해 동사무소에 생계지원비를 신청, 지난 2002년 4월부터 최근까지 매월 30만∼40만원씩 모두 1천6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고된 생활을 견디다 못한 김씨가 인근 동사무소에 찾아가 노예와 같은 자신의 처지를 호소,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관할 동사무소는 현재 김씨를 노인복지시설로 거처를 옮기고 방씨가 가로챈 생계지원비 중 1천만원을 돌려받아 김씨의 통장에 입금시켜 줬다.

경찰은 이날 방씨에 대해 노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경기일보 박혜숙기자 phs@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