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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노인시설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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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5-08-11 00:00 조회 1,82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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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사망자 절반, 사인진단 엉터리

올 3월 말 전남 해안 지역의 야산에서 한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곳에서 3㎞ 떨어진 무료 노인요양시설에서 살다가 한 달 전 사라진 최모(81)씨로 확인됐다. 할머니는 중증 치매를 앓고 있어 정신은 흐렸지만 육체적으로는 건강했다고 한다.

"할머니가 나가는 걸 본 시설 직원은 없었고…. 한 달간 수색을 계속했지만 그런 곳에 계실 줄 몰랐습니다." (담당 형사)

"우리 시설은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노인을 보호하는 일반요양원이어서 최 할머니 같은 중증 치매 환자는 감당하기 힘듭니다. 좀 더 빨리 전문요양원으로 옮겼어야 했는데…." (시설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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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한 무료 노인요양원에서 한 할머니가 벽에 걸린 자신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이곳은 노인들의 평균연령이 80세가 넘어 시설 측이 미리 영정을 준비해 두고 있다. 김형수 기자

관리 소홀에 따른 사망, 대충 처리되는 사망진단, 부적절한 치료와 인권 침해…. 국내 노인요양시설의 어두운 현실이다. 정부는 2011년까지 중산층을 포함한 모든 노인의 요양 관리를 국가가 책임지는 노인요양보장제를 추진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를 위해 노인시설을 매년 100개씩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얼마 안 되는 현재의 요양시설(전국 358곳)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 엉터리 사망 처리=음식물 흡인에 의한 질식사. 지난해 11월 26일 발부된 장모(당시 81세.여)씨의 사망진단서 내용이다. 하지만 장씨의 딸은 최근 취재팀이 접촉할 때까지 서울의 한 치매요양원에서 숨진 어머니의 사인을 모르고 있었다. 요양원에서 사고 사실을 숨겼기 때문이다.

"요양원에서 며칠 전부터 위중하셨다고 해 평안히 자연사하신 줄로만 알았어요."(딸)

하지만 장씨는 간식으로 카스텔라를 먹다가 빵 조각이 기도를 막아 숨졌다. 요양원 관계자는 나중에 "직원 한 명이 한꺼번에 대여섯 명의 수발을 들다 보니 계속 살피질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장씨의 시신을 검안한 병원 측도 단순 병사로 처리했다. 사망원인 분류상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숨졌으면 사고사인데도 그렇게 처리한 것이다.

◆ 부검 한 건도 없어=취재팀은 최근 10년 새 노인요양시설에서 생활하다 숨진 3290명(조사 대상 시설 32곳)의 사망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입수했다. 이 중 45%인 1466명의 사인이 노환.치매.심폐정지 등으로 적혀 있었다. 이는 통계청 사인분류나 국제질병분류에 없는 엉터리 진단명이다.

안전사고로 숨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많았지만 부검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영양실조.탈수 등 관리 소홀에 의한 사망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모두 단순 병사로 처리됐다. 취재팀이 3290명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영양실조.탈수가 사인인 경우가 7명, 위염 등 소화장애인 경우도 20명이나 됐다.

경희대 의대 최중명 교수는 "죽음의 최종 결론을 내는 과정조차 이렇게 허술한 것은 시설 노인 관리에 큰 구멍이 나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 관리 방치… 사고사=2002년 7월 이모(당시 78세)씨는 담배를 피우러 잠시 요양원 밖으로 나왔다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다. 직원들이 쓰러진 이씨를 발견했을 때는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요양원 직원은 "동네 시장에 군것질하러 가는 등 노인들의 바깥 출입이 잦아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면서도 "1대 1로 노인을 보호하기에는 현재 인력이 너무 적다"고 했다.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선 2000년 6월 할머니(당시 90세)가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숨졌다.

"공공 노인요양시설에서 직원 한 명이 돌봐야할 노인 수가 미국 시설의 다섯 배입니다. 충분한 인력을 확보해 정기적인 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막을 수 없는 사고지요."(한림대 사회복지학과 임춘식 교수)

미국에서는 사인이 영양실조나 탈수.욕창일 경우 시설 직원의 방치로 인한 사망일 수도 있다고 보고 부검 등 책임 소재를 가리는 조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직원이 노인을 굶기거나 침대에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학대 범죄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나 지자체는 관할 시설의 노인 사망 규모 파악 등 기초적인 관리조차 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노인요양기반조성팀 김원종 과장은 "실태를 파악한 뒤 관련 법규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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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유골 거미줄 창고에…인권위도 놀란 유골 관리

최근 인천의 A노인요양시설을 방문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팀은 경악했다. 영안실 뒤편 창고의 스테인리스 선반에 15년 동안 이곳에서 사망한 무연고 노인 221명의 유골이 상자에 담긴 채 쌓여있었던 것. 거미줄.먼지로 지저분한 선반과 얼룩진 보자기로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다.

조사관은 "어느 시설보다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할 노인시설이 이런 식으로 유골 관리를 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요양원 측은 "연고자가 뒤늦게 찾아올까봐 산골(散滑)하지 못했다"며 "깨끗하게 관리하지 못한 것은 실수며, 시(市)와 상의해 무료 납골당을 쓰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시설 내 무연고 사망자 처리와 관련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건복지부 해석에 따르면 시설 내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 시설 대표가 연고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설이 이를 모르거나, 안다고 해도 적당한 시신처리 방법을 찾지 못해 각자 다른 방법을 쓰고 있다. 지자체의 납골당에 무연고 시신을 안치하거나, 화장(火葬) 1개월 뒤에 산골하는 방법 등이다. A요양원의 경우 국가에 신고하지 않고 사설 납골당을 운영해 법을 어겼지만 지도감독을 담당하는 지자체는 이를 파악하지도 못했다.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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