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30년 동안 앓은 정신병이 심해져 가족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이상 행동을 하는 막내 아들을 목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노모에게 항소심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석호철 부장판사)는 정신병을 앓는 아들을 목졸라 살해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김모(77.여)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행위로 고귀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 그러나 막내 아들인 피해자의 정신병이 낫기만을 바라며 30년 동안 지극정성으로 피해자를 보살핀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원심의 형은 부당하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들의 이상 행동을 볼 때마다 "내가 죽으면 저놈은 어떻게 되나"고 말하는 등 피해자가 낫기만을 바라면서 보살폈고 피해자를 스스로 거두고 가겠다는 애끓는 심정으로 범행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77세로서 노환으로 각종 병을 앓고 있을 뿐 아니라 매일 당뇨 주사를 맞는 형편으로서 수형생활을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고 죄책감으로 남은 생을 형벌 못지않은 정신적 고통 속에 지낼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정상을 참작해 형 집행을 유예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13세부터 약 30년 간 정신병을 앓아온 막내 아들을 돌보며 큰 아들의 집에 살던 중 아들이 증상이 심해져 사람을 못 알아보고 집안의 물건을 던지는 등 행패를 부리자 지난해 `내가 죽기 전 막내를 거두고 가겠다는 생각에 잠든 아들을 목졸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