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노인들은 집이나 지키시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5-08-17 00:00 조회 1,542회 댓글 0건본문
▲ 로마에서 25km 떨어진 오스티아 해변가에서 두 노인이 카드놀이를 하며 휴가를 보내고 있다. 이탈리아 노인들이 휴가를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애완동물들이 휴가철에 집중적으로 버림받는다면, 노인들은 가족들이 모두 휴가를 떠난 뒤 텅빈 집에 홀로 남겨진다.
노인들이 반강제적으로 홀로 남겨지는 가장 큰 이유는 휴가 비용 절감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8월에 한 사람당 휴가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770유로(한화 1백만원, 중소기업회 SWG Confesercenti 조사). 자식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되어 있지 않은 노인은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
이름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한 노인은 "자식들이 휴가를 가면 나만 남는다"며 "자식들끼리 휴가를 가는데 그들이 함께 가자고 요청하지도 않지만 내가 끼면 방해만 될 뿐이기 때문에 섭섭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홀로 남은 노인들에게 한여름 도시에서의 여름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무더위에 쉽게 대처하지 못해 건강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거동이 불편한 그들을 돌봐줄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또 8월에는 약국도 2주일씩 문을 닫고 근처의 작은 슈퍼마켓들도 휴가를 떠나는 등 공공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휴가를 가기 때문에 노인들은 예기치 못한 병과 생필품 공급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때문에 남겨진 노인들도 이탈리아 정부에겐 큰 짐일 수밖에 없다.
실제 8월 1일 밀라노에서는 두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웃집 신고로 세상에 알려진 이 두 노인의 사망 원인은 "너무 더워서"였다.
▲ 노인들이 맡겨진 애완견을 산보시키고 있다. 여름철 이탈리아 도시에는 노인과 애완동물들만 남겨진다.
위기에 몰린 노인들을 대비해 이탈리아 정부는 여름마다 24시 도우미 센터를 운영하는데 지난 7월 한 달간 24시 도우미 센터에 걸려온 전화만 8천여 건에 이른다. 이중 대부분은 대화를 하기 위해서다.
남겨진 노인들의 여름나기
남겨진 노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고독이다. 노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노인들만의 여름나기를 시도한다.
로마시 15자치구의 노인복지센터 두이리오 페르고리니(80)씨는 회장직을 맡은 12년 동안 고독한 노인들을 위해 소풍, 당일치기 여행, 수박 자르기 등 여름센터를 열고 있다. 그는 "노인이 되었을 때 쓸 수 있는 돈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을 수 있는 경제적, 정신적 능력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인데 혼자 있어서 고독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노인은 더욱 고독하다고 말했다.
경제적 능력을 갖춘 노인들은 노인들끼리의 바캉스를 즐기기도 하고, 노인복지센터에 등록한 노인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바캉스 비용으로 바캉스를 가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인들은 집 근처에서 그들만의 휴가방법을 찾게 된다. 올해 71세인 조세페 사르디씨는 95년 연금생활에 들어가면서부터 휴가를 가지 못했다. 40년간 노동일을 해왔지만 한달 연금이 1천유로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돈으로는 휴가는 꿈도 못 꿀 일.
▲ 조세페 사르디씨(오른쪽)가 노인회에서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그는 휴가 대신 어떤 개인에게 10여 평의 땅을 기증받아 집 근처에 이웃한 노인들과 노인회를 열었다. 산과 바다가 아닌 도시의 그늘 아래서 땡볕을 견디며 카드놀이나 하는 그의 여름나기는 별반 특별한 일도 아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