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 2005-08-23

‘자식들의 학대를 견디지 못해 가출해 폐가에 살고..., ‘알콜중독 아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당하고..., ‘다리가 부러졌는데 자식들이 방치해 노인 혼자서 병원까지 기어가고...
제주도노인학대예방센터에 접수된 노인학대 유형들이다.

도내 가정에서의 노인들에 대한 학대가 도를 넘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특히 노인학대가 가정사라는 이유로 신고를 꺼리고 주변에서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적어 노인학대 문제해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노인학대 실태=노인학대예방센터를 찾은 A할아버지는 함께 사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다 가출해 폐가에서 혼자 살아왔다.

A할아버지는 아들 내외에게 욕설은 물론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고 밥상을 받으면서도 눈치를 봐야하는 학대를 받다 결국 가출한 뒤 거리를 배회하다 폐가에서 살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B할아버지의 경우 알콜중독인 아들에게 1년에 한 두 차례 씩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왔지만 남들 보는 눈이 무서워 경찰에 신고도 하지 못했다.

또 다른 C노인의 경우는 다리에 골절상을 입어 거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식들이 그대로 방치해 기다시피하며 스스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사업을 하던 자식의 빗더미를 떠안거나 자녀들이 부모의 이름으로 물품을 구입한 뒤 대금을 지불하지 않아 부모재산이 압류 당하는 등 노인학대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학대 현황=지난해 12월 문을 연 제주도노인학대예방센터에 신고접수 된 건수는 모두 78건.

이 중 30건이 학대로 판정됐다.

언어. 정서적 장애 19건, 신체적 학대 5건, 방임 3건, 경제적 학대 2건 등이다.

또 노인일자리나 장애문제 등 일반 사례는 48건에 달했다.

이와 관련 예방센터 관계자는 “노인들이 가족 내부의 일이라며 학대에 대해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본인가 주위에서의 신고가 적극적이어야 하고 은폐가 문제 해결의 방법은 아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