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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중 8명 준비안된 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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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5-08-17 00:00 조회 1,46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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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빈곤 <상>] 10명중 8명 준비안된 노후

병치레에 집·돈 다 날리고… "남은 삶 어떻게…" 아파트→전세→사글세로 끝모를 추락 막막한 삶 가족은 외면, 사회는 무대책 2중 설움

“퇴직하고 25년이 지나니 집은 아파트에서 사글세로 쪼그라들었고 남은 것은 병치레와 빚밖에 없어요.” 1945년 해방되던 해부터 35년간 은행원 생활을 한 뒤 1980년 은퇴한 이동석(80)씨. 그는 퇴직 후 25년 만에 알거지가 됐다. 서울 상계동 18평짜리 아파트가 자신의 담낭수술과 아내의 방광염 치료비로 사라졌고 지금은 경기도 안산에서 방 두 칸 사글세로 살고 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만원짜리다.

“늙어서 돈 벌 재주도 없고 셋이나 되는 자식들도 50줄에 접어들어 직장에서 명퇴(名退)를 당하니 누가 나를 봉양해주겠어요. 정부에선 자식때문에 기초생활보호대상자도 안된다고 하니….”

퇴직한 후 그가 의존한 유일한 자금줄은 퇴직금 7000만원이었다. 1985년에 그는 퇴직금으로 집장사를 시작, 3채나 지어 팔아봤지만 돈만 까먹었다. 주식에도 손대 보았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서울 상계동의 24평 아파트에서 2001년엔 18평 아파트로 밀려났다. 그나마 대출을 받아 마련한 아파트였지만 소득이 없으니 대출금조차 못 갚을 형편이었다. 대출연장이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은행측은 70세가 넘은 고령인 그에게 ‘불가’ 통보를 해왔다.

결국 이자를 갚지 못해 급매로 집을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아 작년에 헐값에 넘기게 된 것이다. “집 한 채 없으니 지금은 건강 보험료도 4400원만 내요.” 보험료 4400원은 지역가입자 중 최하 액수로 현재 이런 액수를 내고 있는 이들은 17만명. 우리나라 최하 빈곤층으로 전락한 셈이다.

“소득없이 25년을 먹고 살기엔 버거워요. 그래도 내가 은행원 출신이어서 카드로 이리 저리 돌려 막으면서 살아왔는데 빚만 남고 이젠 한계에 도달한 것 같아요. 내가 살아 생전에 그 돈이나 갚을 수 있을지….” 이씨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나라 노인들의 현 주소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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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노인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식당을 청소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10명중 8명이 아무런 노후대비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경렬기자 krchung@chosun.com

통계청의 올 5월 고령층(55~79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20년10개월(남자 23년3개월, 여자 18년8개월)이다. 퇴직 평균 연령은 53세(남자 55세, 여자 52세)이다. 평균 수명은 78세. 결국 20년간 일하고 퇴직후 25년간을 소득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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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23.8%만이 노후생활을 준비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8명이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 1985년 퇴직한 이모(80)씨 부부는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꼬박꼬박 종로사회복지관에 나와 해결하고 있다. “교사 퇴직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있잖아요. 주변에서 건강식품사업에 투자하라고 꼬드겨서 투자했으나 사기를 당했어요. 집은 10년 전 친구 빚 보증을 섰다가 날렸어요.” 창신동에서 1000만원에 월 30만원짜리 셋방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이씨는 전기·수도세 등을 내는 것도 벅차다고 말했다.

인쇄공과 화물트럭 운전사, 경비원으로 근무했다는 김병학(68)씨는 지난 8년간 소득없이 종로의 한 교회에서 지원해주는 월 25만원으로 지탱하고 있다. 그는 1997년 경비원을 그만둘 때만 해도 수중에 4000만원이 있었다고 한다.

“1500만원을 빌려주었다가 떼이고 나서 나머지 돈은 움켜쥐고 살았어요. 그러나 백내장과 관절염 등 이러저러한 수술비와 약값, 지난 7년간 사글세를 이 돈에서 헐다보니 남은 것이 없어요. 이렇게 살아서 무엇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자살하려고도 했지만, 모진 게 사람 목숨이어서….”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1973년만 해도 평균 수명이 63세로 퇴직후 10년만 걱정하면 되던 것이 이제는 수명이 78세로 무려 25년을 걱정해야 하는 세대로 변했다”며 “자식들의 교육비부터 결혼, 집장만까지 부모가 책임진다는 그런 ‘가장 의식’은 버리는 등 자녀 가치관부터 새롭게 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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