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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사각지대 독거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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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5-08-17 00:00 조회 2,11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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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빈곤 <중>] 복지의 사각지대 독거노인

"자식있어 더 고통스럽다" 같이 산 적도 용돈 한번 안받아도 자식있으면 정부지원 한푼도 없어

저는 에로운(외로운) 80 독고(독거)노인임니다. 90년도부터 당요(당뇨)와 농내장(녹내장)을 알어(앓아)왔슴니다. 더 견딜 수 없어 이 길을 택한 검니다. 그리고 집주인 아줌마와 2동 사회담당 보조 아가시(아가씨)와 너무나 고마워슴니다.’

올 7월 21일 사망한 성모(80)씨의 품에서 나온 유서다. 그는 서울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달려오는 열차를 향해 뛰어내렸다. 그의 유서는 병원진단서 뒷면에서 발견됐다. 독거(獨居)노인의 고단했던 삶이 맞춤법조차 안 맞는 글씨로 적혀있었다.

독거노인은 1998년 49만4695명에서 2004년 73만5000명으로 48%나 증가했다. 이들 대부분은 빈곤층에 속해있다. 65세 이상 노인 438만명 중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는 이들은 35만8000명, 이들 중 독거노인이 20만60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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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있으면 사정이 나을까? 지난해 11월 상도동 산동네로 이사온 김모(70) 할머니는 자식이 또 다른 고통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김씨는 부엌도 없는 단칸방에 살면서 1주일에 6일 동안 오전 4시간씩 빌딩 청소부로 일한다. 월급은 20만원이다.

하지만 김씨는 아들 한 명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로 인정받지 못 했다. “아들한테 용돈 한번 받아 본 적 없고 같이 살아 본 적도 없는데…. 자식 때문에 정부 지원도 못 받게 됐어요.”

전통적 가족구조가 해체된 것이 독거노인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다. 자식들이 노부모와 함께 사는 이유도 달라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부모를 모시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애정’ 때문이라는 답은 9.3%에 불과했다. 대신 의무감(37%), 부모의 경제력 부족(10%) 때문이라는 응답이 더 많았다.

서울 강남의 음식점에서 주방일을 하며 살아가는 김모(61)씨. 10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고생 끝에 두 아들을 대학 공부시키고, 결혼까지 시켰다. 살던 집까지 팔아 아들의 신혼집 전세자금도 마련해 줬다.

하지만 지금은 보증금 500만원에 30만원짜리 월세집에 혼자 살고 있다. 김씨는 “아들 벌이도 시원찮고 비좁은 집에 며느리랑 아옹다옹하면서 사는 것도 힘들었다”고 했다. 지금은 식당일을 해서 매달 80만원을 벌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김씨는 “혼자 10년은 일해 먹고 살겠지만 나이 70이 넘으면 누가 나를 보살펴 주겠느냐”고 말했다.

정부의 기초생활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경로연금과 교통수당. 노인교통수당의 경우 적게는 8330원에서 최대 1만8700원. 명목은 교통비지만 빈곤노인들은 이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한 저소득층 노인에게 지급되는 경로연금도 독거노인 1명에게 3만5000원(노인부부는 각각 3만625원)이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닌 독거 노인이 받은 수 있는 최대 금액은 5만3700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노령화 추세에 따라 독거노인은 점점 늘어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석재은 팀장은 “독거노인 문제에는 빈곤, 여성, 가족문제 등 모든 사회적 문제가 총체적으로 집약돼 있다”면서 “부양의무자 유무에 상관 없이 일정액을 빈곤노인에게 지원하는 노령수당제도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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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된 독거노인들은 스스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한 노인이 길거리에서 주워 온 박스를 돈으로 바꾸기 위해 고물상으로 들고왔다. /채승우기자 rain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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