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안돼” 쫓겨난 노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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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5-11-19 10:51 조회 1,700회 댓글 0건본문
“여긴 안돼” 쫓겨난 노인정
[조선일보 2005-11-11 05:32:57]
강동구 노인정 재건축 주민들 반대로 난항
[조선일보 조의준 기자]
“말세(末世)야 말세. 더는 할 말이 없어.”
할아버지는 돌아서 버렸다. 옆에 있던 박태순(91) 할머니는 “그래도 지금은 날씨가 따뜻하니깐 공원에서 놀 만해. 이제 추워지면 집에나 있어야지, 뭐”라고 말했다. 서울시 강동구 성내1동의 근린공원. 10여명의 노인들이 공원 왼쪽 끝부분에 있는 벤치와 평상 위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다.
이곳은 원래 노인정이 있던 자리다. 지난 2월 강동구청은 30여 평이었던 노인정을 헐었다. 50여평의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재건축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노인정과 6m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주택가에서 ‘높은’(?) 노인정은 조망권을 침해한다며 반대했다.
구청은 노인정 터를 공원 오른쪽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번엔 공원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노인정이 공원 왼쪽에 있을 때는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다가, 오른쪽으로 오면 직접 보인다는 이유였다. 아파트와 새로운 경로당 자리와의 거리는 60m. 한 아파트 주민은 “우리가 (일반 주택에 사는 사람들에) 밀렸다”고 표현했다.
처음에 이전 반대를 외치던 아파트 주민들은 곧 주장을 바꿔 2층에 들어올 ‘일용직 노동자 대기실’을 문제 삼았다. 노동자들이 공원에 드나들면 범죄우려가 높다는 주장이었다. 구청측이 아파트에서 노동자들이 보이지 않도록 경로당 주변에 소나무를 심어주기로 약속했으나 주민들의 민원은 계속됐다.
올 10월 완공이던 경로당은 결국 내년 2월 말로 미뤄졌다. 구청에선 몇 블록 더 떨어진 상가건물에 임시 노인정을 마련해 줬지만 노인들은 그곳을 찾지 않는다. 너무 멀고 도로를 몇 번씩이나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이규수(73) 할아버지는 “늙으면 죽어야지. 누굴 탓할 필요가 있겠어”라고 했다. 한 할머니는 “화난 공무원이 아파트 주민들한테 ‘당신은 부모도 없느냐’고 물으니, ‘우리 부모는 아파트 양로원에 있다’고 말했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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