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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굶는 독거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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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11-30 00:00 조회 1,86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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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의준·사회부 기자]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을 찾았다. 100여명의 독거(獨居) 노인들이 무료 급식을 받고 있었다. 한 할아버지가 밥 반 공기를 덜어 시래기 국에 말았다. 벌써 두 그릇째다. “밥은 있을 때 먹어둬야 혀. 내일은 그나마 점심도 못 먹잖어.” 할아버지는 급식이 없었던 지난주 화·목요일에는 아침밖에 못 먹었다고 했다.

구룡마을은 부(富)의 표상인 타워팰리스 인근에 있는 국내 최대의 판자촌이다. 이곳의 주민자치회관은 1999년 이후 매일 무료 점심 급식을 해왔다. 그런 탓에 구룡마을에서 끼니를 굶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 20일부터 무료 급식이 월·수·금 3일로 줄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오던 후원이 거의 끊겼기 때문이다. 김원신 부녀회장은 “쌀값과 반찬값이 매달 최소 600만원은 들어가는데, 남은 후원이라곤 강남 봉은사에서 한 달에 쌀 두 가마씩 보내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는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쌀을 보내오고, 지나던 등산객들이 기부하기도 해 어떻게든 중단하지 않고 운영할 수 있었다고 했다.

급식이 아예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 부녀회원들은 올초부터 구슬꿰기·상자접기 등 부업을 해 한 달에 100만원씩 만들었다. 300여평의 마을 텃밭에 배추와 상추 등을 심어 반찬값도 줄였다. 또 기름보일러를 연탄보일러로 교체했다. 기름을 땔 때 150평 급식소의 겨울 한 철 난방비는 약 1000만원. 그러나 연탄을 쓰면 400만원이면 된다. 이렇게 아낀 돈 600만원은 다시 급식비로 보탤 예정이다.

유귀범 주민자치회장은 “지난 6년간 인근 동네에서 기부하겠다고 찾아온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고 했다. 이날 급식 봉사를 끝낸 부녀 회원들은 다시 상자를 접기 시작했다. 독거노인들이 굶지 않게 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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