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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허물어진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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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5-08-24 00:00 조회 1,36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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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005-08-22

치매에 효자 없다? 노인성 치매에 의해 가정과 가족윤리가 송두리째 파괴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기술직으로 그럭저럭 평범한 삶을 꾸려오던 김모(55)씨.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평을 듣던 김씨의 가정에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4년 전이다.

여든 살을 넘긴 노모가 총기가 갑자기 흐려지면서 정상적인 의사 소통이 어려워지는 등 치매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 불과 1년 사 이 증세는 더욱 심각해져 대소변을 못 가리는가 하면 잦은 가출로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기 일쑤였다.

김씨의 아내(50)는 치매기 있는 노모 모시는 일을 힘들어했다.

그 로 인해 김씨와 아내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투었고 급기야 아내는 가출을 해 버렸다.

가정 불화를 참다 못한 아들(22)마저 집을 나 가 소식이 끊긴 상태다.

이때부터 치매 노모를 수발하는 일은 오로지 김씨의 몫이었다.

하 루 세 끼 식사를 챙기고 대소변을 받아내는 것은 기본이고,언제 어디로 노모가 가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마음놓고 일을 나갈 수도 없었다.

김씨의 불규칙한 출퇴근으로 일자리는 금세 끊 겼고,수입이 없다 보니 경제적 어려움이 뒤따른 것은 당연지사.

김씨의 인내심도 마침내 바닥을 보였다.

단란했던 가정이 어머니 의 치매 때문에 벼랑 끝으로 떨어져 버렸다는 생각에,급기야 김씨 는 어머니를 내다 버리기로 결심한다.

어머니를 편안하게 봉양할 수 있는 경제적 형편도 못 되었기에 차라리 현대판 고려장이 낫 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씨는 지난 10일 오후 영도구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에게 "병원에 간다"고 속여 택시를 함께 타고 부산 침례병원 앞에 도착한 뒤 혼자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김씨의 노모는 이 병원 관계자에 의 해 발견됐으나 병이 깊어 자신의 신분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여서 일단 행려환자로 분류돼 부산의료원을 거쳐 현재 노인전문병원으 로 옮겨져 있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22일 치매 증세를 보이는 노모를 내버린 혐의( 존속유기)로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지문 감식으로 노모 의 신원을 밝혀낸 뒤 11일 만에 아들 김씨를 찾아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병원 앞에 모셔다 놓으면 병원이나 사회복 지기관에서 잘 돌봐 줄 것으로 생각했다"며 뒤늦게 고개를 떨어뜨 렸다.

한편 경찰은 김씨에게 범죄 전과가 없는데다 그동안 성실하게 노 모를 봉양해 왔다는 이웃들의 증언에 따라 김씨를 불구속하기로 결정했다.

박진국·이현우기자 gook72@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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