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 실종, 인면수심, 패륜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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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5-09-29 10:37 조회 1,306회 댓글 0건본문
서울 잠실에 살고 있는 김모(76ㆍ여) 노인은 지난해 9월 아들(42)에게서 당한 충격을 생각하면 지금도 식은 땀이 흐른다. 명문대학을 나와 버젓한 직장을 다니는 아들은 수년간 돈이 필요할 때면 홀어머니인 김 노인을 수시로 구타해 돈을 챙기곤 했다.
지난 9월에는 칼까지 들고 협박해 살기를 느낀 딸이 경찰에 신고해 아들이 구속될 처지가 됐다. 그러나 김 노인은 기소 하루 전날 “없던 일로 하겠다”며 아들을 용서, 현재는 아들의 학대를 피해 따로 살고 있다.
서울 노인학대예방센터 유선애 소장은 “김 노인과 여러 차례 상담을 하면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드렸는데 아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끝내 화를 당하셨다”며 “노인학대가 크게 증가하고 가해 형태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중풍에 걸린 시어머니를 상습적으로 구타하는 며느리, 치매 부모를 거리에 유기해 수용시설로 보낸 아들, 밥도 주지않고 아는 체도 안하며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아들 부부 등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게 유 소장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노인 학대란 노인에 대해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을 말한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노인학대예방센터의 상담실적을 종합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학대 상담 건수는 모두 6,456건으로 학대유형으로는 언어정서적 학대가, 학대자로는 아들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 유형으로는 언어정서적 학대가 39%를 차지한데 이어 방임(24%), 신체 학대(20%)가 뒤를 이었다. 서울 문래동의 최모(86) 노인은 지난해 부인과 사별하고 올 초 가벼운 중풍으로 아들과 함께 살게 됐는데 처음 6개월은 아들 부부가 그런대로 잘 모시더니 그 후 노골적으로 구박, 스스로 집을 나와 교회가 운영하는 공동체 시설로 들어갔다. 언어정서적 학대를 견디다 못해 자식과 결별한 경우다.
학대자로는 아들이 절반이 넘는 56%를 차지했고, 이어서 며느리(20%), 딸(20%) 순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노인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사회가 양극화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빈곤층에서 노인학대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부모를 모시고 있는 아들이 학대를 하는 비율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김미혜 교수는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평균 수명 연장으로 노인학대와 방임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인구의 증가와 치매, 중풍 등의 노인성 질병자 증가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유기나 살해라는 충동적인 방법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문제 전문가 김동선(노인지식경영포털 인터 대표)씨는 “평균 수명 60세 시대의 효도와 80세 시대의 효도는 같을 수가 없다”며 “부모를 돌보아야 하는 시기가 예전에 비해 2∼3배 늘어나 자식에게 사회적 스트레스를 줄 경우 부모에 대한 학대로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노인에 대한 학대는 점증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해결책은 충분하지 못하다. 앞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노인학대가 있을 경우 상담하는 경우가 37%로 가장 높고, 학대자가 학대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피해 접근조차 못하는 경우가 49%나 된다.
유선애 소장은 “자식들의 학대로 피해를 입은 노인들도 고소고발은 안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가해자들의 반발과 외면으로 상담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문가 중에는 노인학대를 예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주장이 있다. 부양문제를 가족에게만 맡기지 말고 국가와 사회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노인들의 보호쉼터나 그룹 홈 등 대안적 주거시설을 확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노인 스스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학대 방지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대한노인회 안필준 회장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이 무너진 상황에서 노인 문제를 가정 윤리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노인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경로연금을 현실화하고 저렴한 비용의 양로원, 요양시설을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선애 소장은 “노인학대는 노인이 아무 하는 일 없이 집에만 머물러 자식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노인들도 일자리를 갖거나 동호회 모임 등 대외활동을 해 스스로 독립성을 키우는 것이 학대 요인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학대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문적으로 노인학대를 담당하는 상담센터를 확충하고 학대의 원인이 되는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정부에서 지원하는 노인학대예방센터(1389)는 서울과 부산 등 16개 광역자치단체에 1곳씩 만 설치돼 있다. 민간단체가 있지만 급증하는 노인학대 문제를 상담하고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치매노인은 2005년 현재 36만여명에서 2020년에는 7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치매노인을 위한 요양시설이나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가 2007년부터 실시되면 일상 생활이 어려운 치매ㆍ중풍 노인 7만여명이 혜택을 받지만 전체 환자 중의 10% 남짓하다. 2008년 8월부터 본격 실시되는 ‘노인수발보장제’도 치매와 중풍을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 도움이 되나 재원 마련이 관건이다.
이밖에 노인요양시설이나 부랑인 복지시설 등 외부 기관에 있는 노인들의 학대 문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접근하기도 어려워 인권의 사각지대로 분류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에 비춰 노인학대를 방지ㆍ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광범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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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인학대예방센터 유선애 소장
"학대 시설 외부에 알려야"
보건복지부는 전통적 가족부양체계의 해체 등으로 노인들에 대한 학대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학대노인보호체계를 구축해왔으며 전국단위의 노인학대예방센터를 개설했다. 지난해 12월에 문을 연 서울 노인학대예방센터는 그 첫 케이스다. 수년간 노인문제를 상담해 온 유선애 소장(플로라 수녀)을 22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무실에서 만나 노인학대에 대한 다면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 센터 개소 이후 상담 건수는.
▲한달 평균 40~50건 된다. 개소한 지 얼마 안돼 신고ㆍ상담전화인 ‘1389’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 20% 정도에 불과하고 가족내 일이라 숨기려는 경향에 비춰보면 노인학대는 훨씬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 상담을 통해 확인된 노인학대의 특징은.
▲가족 간 학대가 대부분이고 동거하는 경우가 비동거일 때보다 2배 가량 많다. 가해자의 경우 아들이 40% 가량 되고, 특히 독신 아들에 의해 학대가 이뤄지는 게 두드러진다.
- 노인학대의 가장 큰 원인이라면.
▲가치관의 변화다. 예전 같으면 어른에 대한 존경심도 있고 살기 힘들어도 참고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힘든 것은 잘 참지 못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면서 노인을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 노인학대 예방책이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책이 있다면.
▲학대 받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게 중요하다. 가족이 피해를 입을까 봐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학대는 막을 수 없다. 또 자식에 대한 처벌을 망설여 더 큰 학대를 받는 경우도 있는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부모가 재산이 있는 경우 학대 받는 경우는 드물다. 자식에게 아낌없이 주는 게 부모 마음이지만 냉정하게 재산을 유지할 필요도 있다.
- 센터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있다면.
▲가해자들이 중재를 피하거나 역정을 낼 때 난감한 경우가 있다. 학대 받는 노인들이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할 경우 이들을 보호할 시설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센터가 알려지면서 상담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 상담원 보강과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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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운 (사)충ㆍ효ㆍ예 실천운동본부 총재
"무너진 윤리의식 확립 시급하다"
고령화사회가 급속하게 진전됨에 따라 노인 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그러나 노인의 위상은 갈수록 불안한 처지에 놓여 있다. 노인을 사회 일원으로, 어른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부족한 까닭이다. 노인학대도 마찬가지다. 이는 오랜 기간 우리사회를 지탱해온 충ㆍ효ㆍ예라는 덕목이 시대에 밀려 박제된 가치로 전락해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23일 김철운 (사)충ㆍ효ㆍ예 실천운동본부 총재를 만나 전통 윤리가 오늘날 노인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는 지 들어봤다.
- 노인학대 등 노인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서구 산업사회의 사상이 급속히 유입됐지만 이것이 미처 여과되지 못해 극단적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확산됨으로써 우리의 전통적인 인본주의사상을 파괴시키고 윤리, 도덕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삶의 보금자리이자 가치관 형성의 공간인 가정이 파괴되고 사회질서가 무너지면서 노인에 대한 존경도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한다.
- 젊은 세대일수록 충ㆍ효ㆍ예가 시대에 뒤떨어진 가치라는 인식이 높은데.
▲그렇게 된 데는 어른들의 잘못도 크다. 광복과 6ㆍ25,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물질적인데 비중을 둬 온 게 사실이다. 또한 삼강오륜을 수직적 질서체계로 잘못 인식해 온 측면도 있다. 그러나 충ㆍ효ㆍ예는 수평적, 상호 존중의 가치로 21세기 정보화시대에 오히려 필요한 덕목이다. 오늘날 세계는 네크워크화하고 지구촌 가족이 됐다. 국가간, 기업간 ‘신용’이 한 나라의 위상?기업, 나아가 개인의 위상까지 좌우하는 시대다. 그러한 신용을 얻기 위해서는 실력이나 재능에 앞서 충ㆍ효ㆍ예라는 덕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 현대 사회에서 충ㆍ효ㆍ예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실천적 의미로 충ㆍ효ㆍ예는 나라사랑, 부모사랑, 이웃사랑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고 민주시민의식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덕목은 21세기 공동체의식을 함양하고 국가, 기업, 개인을 리드해가는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고령화사회에 노인학대 등 노인문제가 오늘날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해결책이 있다면.
▲그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데 따른 것이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심 때문에 노인을 학대하고 남의 인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기초 단계인 가정에서부터 학교, 사회에 이르기까지 충ㆍ효ㆍ예의 덕목을 이해하고 실천하면 노인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으로 본다.
지난 9월에는 칼까지 들고 협박해 살기를 느낀 딸이 경찰에 신고해 아들이 구속될 처지가 됐다. 그러나 김 노인은 기소 하루 전날 “없던 일로 하겠다”며 아들을 용서, 현재는 아들의 학대를 피해 따로 살고 있다.
서울 노인학대예방센터 유선애 소장은 “김 노인과 여러 차례 상담을 하면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드렸는데 아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끝내 화를 당하셨다”며 “노인학대가 크게 증가하고 가해 형태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중풍에 걸린 시어머니를 상습적으로 구타하는 며느리, 치매 부모를 거리에 유기해 수용시설로 보낸 아들, 밥도 주지않고 아는 체도 안하며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아들 부부 등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게 유 소장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노인 학대란 노인에 대해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을 말한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노인학대예방센터의 상담실적을 종합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학대 상담 건수는 모두 6,456건으로 학대유형으로는 언어정서적 학대가, 학대자로는 아들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 유형으로는 언어정서적 학대가 39%를 차지한데 이어 방임(24%), 신체 학대(20%)가 뒤를 이었다. 서울 문래동의 최모(86) 노인은 지난해 부인과 사별하고 올 초 가벼운 중풍으로 아들과 함께 살게 됐는데 처음 6개월은 아들 부부가 그런대로 잘 모시더니 그 후 노골적으로 구박, 스스로 집을 나와 교회가 운영하는 공동체 시설로 들어갔다. 언어정서적 학대를 견디다 못해 자식과 결별한 경우다.
학대자로는 아들이 절반이 넘는 56%를 차지했고, 이어서 며느리(20%), 딸(20%) 순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노인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사회가 양극화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빈곤층에서 노인학대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부모를 모시고 있는 아들이 학대를 하는 비율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김미혜 교수는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평균 수명 연장으로 노인학대와 방임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인구의 증가와 치매, 중풍 등의 노인성 질병자 증가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유기나 살해라는 충동적인 방법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문제 전문가 김동선(노인지식경영포털 인터 대표)씨는 “평균 수명 60세 시대의 효도와 80세 시대의 효도는 같을 수가 없다”며 “부모를 돌보아야 하는 시기가 예전에 비해 2∼3배 늘어나 자식에게 사회적 스트레스를 줄 경우 부모에 대한 학대로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노인에 대한 학대는 점증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해결책은 충분하지 못하다. 앞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노인학대가 있을 경우 상담하는 경우가 37%로 가장 높고, 학대자가 학대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피해 접근조차 못하는 경우가 49%나 된다.
유선애 소장은 “자식들의 학대로 피해를 입은 노인들도 고소고발은 안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가해자들의 반발과 외면으로 상담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문가 중에는 노인학대를 예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주장이 있다. 부양문제를 가족에게만 맡기지 말고 국가와 사회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노인들의 보호쉼터나 그룹 홈 등 대안적 주거시설을 확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노인 스스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학대 방지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대한노인회 안필준 회장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이 무너진 상황에서 노인 문제를 가정 윤리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노인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경로연금을 현실화하고 저렴한 비용의 양로원, 요양시설을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선애 소장은 “노인학대는 노인이 아무 하는 일 없이 집에만 머물러 자식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노인들도 일자리를 갖거나 동호회 모임 등 대외활동을 해 스스로 독립성을 키우는 것이 학대 요인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학대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문적으로 노인학대를 담당하는 상담센터를 확충하고 학대의 원인이 되는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정부에서 지원하는 노인학대예방센터(1389)는 서울과 부산 등 16개 광역자치단체에 1곳씩 만 설치돼 있다. 민간단체가 있지만 급증하는 노인학대 문제를 상담하고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치매노인은 2005년 현재 36만여명에서 2020년에는 7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치매노인을 위한 요양시설이나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가 2007년부터 실시되면 일상 생활이 어려운 치매ㆍ중풍 노인 7만여명이 혜택을 받지만 전체 환자 중의 10% 남짓하다. 2008년 8월부터 본격 실시되는 ‘노인수발보장제’도 치매와 중풍을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 도움이 되나 재원 마련이 관건이다.
이밖에 노인요양시설이나 부랑인 복지시설 등 외부 기관에 있는 노인들의 학대 문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접근하기도 어려워 인권의 사각지대로 분류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에 비춰 노인학대를 방지ㆍ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광범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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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인학대예방센터 유선애 소장
"학대 시설 외부에 알려야"
보건복지부는 전통적 가족부양체계의 해체 등으로 노인들에 대한 학대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학대노인보호체계를 구축해왔으며 전국단위의 노인학대예방센터를 개설했다. 지난해 12월에 문을 연 서울 노인학대예방센터는 그 첫 케이스다. 수년간 노인문제를 상담해 온 유선애 소장(플로라 수녀)을 22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무실에서 만나 노인학대에 대한 다면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 센터 개소 이후 상담 건수는.
▲한달 평균 40~50건 된다. 개소한 지 얼마 안돼 신고ㆍ상담전화인 ‘1389’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 20% 정도에 불과하고 가족내 일이라 숨기려는 경향에 비춰보면 노인학대는 훨씬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 상담을 통해 확인된 노인학대의 특징은.
▲가족 간 학대가 대부분이고 동거하는 경우가 비동거일 때보다 2배 가량 많다. 가해자의 경우 아들이 40% 가량 되고, 특히 독신 아들에 의해 학대가 이뤄지는 게 두드러진다.
- 노인학대의 가장 큰 원인이라면.
▲가치관의 변화다. 예전 같으면 어른에 대한 존경심도 있고 살기 힘들어도 참고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힘든 것은 잘 참지 못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면서 노인을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 노인학대 예방책이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책이 있다면.
▲학대 받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게 중요하다. 가족이 피해를 입을까 봐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학대는 막을 수 없다. 또 자식에 대한 처벌을 망설여 더 큰 학대를 받는 경우도 있는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부모가 재산이 있는 경우 학대 받는 경우는 드물다. 자식에게 아낌없이 주는 게 부모 마음이지만 냉정하게 재산을 유지할 필요도 있다.
- 센터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있다면.
▲가해자들이 중재를 피하거나 역정을 낼 때 난감한 경우가 있다. 학대 받는 노인들이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할 경우 이들을 보호할 시설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센터가 알려지면서 상담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 상담원 보강과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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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운 (사)충ㆍ효ㆍ예 실천운동본부 총재
"무너진 윤리의식 확립 시급하다"
고령화사회가 급속하게 진전됨에 따라 노인 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그러나 노인의 위상은 갈수록 불안한 처지에 놓여 있다. 노인을 사회 일원으로, 어른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부족한 까닭이다. 노인학대도 마찬가지다. 이는 오랜 기간 우리사회를 지탱해온 충ㆍ효ㆍ예라는 덕목이 시대에 밀려 박제된 가치로 전락해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23일 김철운 (사)충ㆍ효ㆍ예 실천운동본부 총재를 만나 전통 윤리가 오늘날 노인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는 지 들어봤다.
- 노인학대 등 노인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서구 산업사회의 사상이 급속히 유입됐지만 이것이 미처 여과되지 못해 극단적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확산됨으로써 우리의 전통적인 인본주의사상을 파괴시키고 윤리, 도덕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삶의 보금자리이자 가치관 형성의 공간인 가정이 파괴되고 사회질서가 무너지면서 노인에 대한 존경도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한다.
- 젊은 세대일수록 충ㆍ효ㆍ예가 시대에 뒤떨어진 가치라는 인식이 높은데.
▲그렇게 된 데는 어른들의 잘못도 크다. 광복과 6ㆍ25,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물질적인데 비중을 둬 온 게 사실이다. 또한 삼강오륜을 수직적 질서체계로 잘못 인식해 온 측면도 있다. 그러나 충ㆍ효ㆍ예는 수평적, 상호 존중의 가치로 21세기 정보화시대에 오히려 필요한 덕목이다. 오늘날 세계는 네크워크화하고 지구촌 가족이 됐다. 국가간, 기업간 ‘신용’이 한 나라의 위상?기업, 나아가 개인의 위상까지 좌우하는 시대다. 그러한 신용을 얻기 위해서는 실력이나 재능에 앞서 충ㆍ효ㆍ예라는 덕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 현대 사회에서 충ㆍ효ㆍ예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실천적 의미로 충ㆍ효ㆍ예는 나라사랑, 부모사랑, 이웃사랑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고 민주시민의식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덕목은 21세기 공동체의식을 함양하고 국가, 기업, 개인을 리드해가는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고령화사회에 노인학대 등 노인문제가 오늘날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해결책이 있다면.
▲그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데 따른 것이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심 때문에 노인을 학대하고 남의 인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기초 단계인 가정에서부터 학교, 사회에 이르기까지 충ㆍ효ㆍ예의 덕목을 이해하고 실천하면 노인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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