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을 돌아보는 우리의 마음은 부끄럽고 착잡하다. 가정폭력, 경제적 파탄, 이혼 등으로 인한 가족해체로 우리 가정엔 고통과 아픔의 소리가 날로 더해가고 있다. 버려지는 아이도 늘고 있다. 가정의 버팀목인 기성세대는 삶에 찌들려 흔들리고, 밝고 자유롭게 자라야 할 아이들은 책상에 갇혀 혼미 속을 헤매고 있다.

갈수록 확대되는 가정폭력은 우리 사회의 그늘이다. 특히 아동학대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중복학대와 상습적 학대가 늘고 있고, 성학대 같은 새로운 형태의 학대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생활고에 따른 자녀 동반자살까지 감안하면 우리 사회가 과연 어린이들을 제대로 안전하게 키우는 사회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노인학대도 문제다.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치매 등 중대한 질환을 앓는 노인들이 대상이 되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려가 크다. 아동과 노인에게 가해지는 학대는 더 이상 가정 내 문제로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보여진다. 가정이 붕괴되고 살림살이가 어려워질수록 더욱 확대될 것이다.

5월은 또 청소년의 달이기도 하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학교폭력은 이제 사라진 것인가. “그렇다”고 자신있게 말할 어른이 과연 있을까. 대입 전형 논란은 어찌 됐나. 고 1학년 교실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도 여태 혼미 속이다. 입이 열개라도 어른들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이러니 ‘덩치만 큰 약골’걱정은 들리지도 않는다.

가족 구성원들이 이처럼 흔들리고 있으니 가정에 위기가 오는 것이다. 흔들리는 가정을 바로 세워야 한다. ‘건강가정 기본법’은 개인의 일로 치부되어 온 가정문제에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뜻으로 옳은 방향이다. 가족해체는 한 가정의 불행을 넘어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우리의 미래도 그만큼 어두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이 있다고 건강가정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가정을 이루는 것은 역시 구성원들의 몫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린이를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해야 함은 사람의 도리다. 가정의 달은 이런 도리를 깨닫는 달이다. 그렇다면 일년 열두 달 모두가 가정의 달이 되어야 한다.



2005/05/30 < 중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