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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먼 노인요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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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5-08-17 00:00 조회 1,58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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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 무료 노인시설의 그늘] 下. 멀고 먼 노인요양제

지자체 예산 부족 … 부실 운영 악순환

지난해 5월 문을 연 전남 화순군의 영산 노인전문요양원은 최근 군청에서 "8월 이후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중앙정부가 화순군청에 보낸 지방분권 교부세가 부족하다는 것이 군청 관계자가 밝힌 이유였다. 정부는 지난해 운영비를 기준으로 군청에 교부세를 보냈다. 영산 노인전문요양원은 5월에 개소했기 때문에 지난해 말까지의 운영비는 8개월치에 불과하다. 결국 요양원 측이 지난해 8개월 동안 쓴 돈을 기준으로 정부가 올 1년 예산을 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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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 마천동에 있는 청암노인요양원 물리치료실에서 노인환자들이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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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치매와 중풍 등으로 고생하는 노인 55명이 머물고 있는 이 요양원이 올해 필요로 한 돈은 7억여원. 그러나 확보된 예산은 그 절반인 3억4800여만원뿐이다. 이 요양원의 직원은 29명이다. 시행령의 직원 기준에 따르면 34명이 돼야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간병 직원 4명과 건물 관리자 1명을 채용하지 못했다. 3교대로 일하는 간병 직원의 월급은 130만원 정도. 중증 노인 환자들의 대소변을 갈고 목욕시키는 고된 일이라 1년 사이 8명이 그만뒀다.

올해부터 사회복지사업이 지방자치단체에 이양된 뒤 일부 노인요양시설이 예산 부족으로 쩔쩔매고 있다. 중앙정부는 지난해까지 이들 노인요양시설 운영비의 70%를 보조해 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중앙정부가 지방분권 교부세를 보내면 지자체가 예산을 편성한다. 문제는 교부세 가운데 노인생활시설 운영비항목이 지난 5개년 지급액을 평균해 산출됐다는 점이다. 물가 인상이나 시설 정원 증가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

자연히 지자체의 살림살이에 따라 시설 운영비 지원이 천차만별이다. 지난달까지 전남의 무료 노인요양시설 21개 중 예산이 100% 확보된 시설은 세 곳뿐이다. 나머지는 적게는 3400여만원에서 많게는 3억5200여만원이 부족하다. 강원도 속초시의 두 노인요양시설도 각각 2억7900만원, 9200만원씩 부족한 예산을 책정받았다.

복지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 부족으로 예산 확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강원도의 또 다른 지자체 노인복지 담당자는 "우리 시는 관광사업이 역점이라 복지 부문에는 큰 관심이 없다"면서 "예산이 모자라 시설 직원들의 인건비도 못 줄 판"이라고 털어놓았다.

다른 부자 지자체 소식에 가난한 지자체 시설 직원들은 힘이 빠지기도 한다. 서울특별시의 노인요양시설은 대부분 지난해보다 운영비가 10% 안팎 늘어났다. 대전시도 올해 예산 편성 때 물가 상승분 5%를 반영한 것은 물론 시설 근무 직원의 시간외 근무수당도 30시간으로 늘려줬다. 중앙정부의 방침을 모두 따른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운영비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가난한 지자체는 지역 내 시설 신축도 꺼린다. 운영비를 지원하기가 겁나서다. 전남 신안군 측은 "얼마 전 노인요양시설을 짓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지만 운영비 지원이 필요없는 유료 요양시설을 지으라고 권했다"며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설 때마다 지자체 허리가 휜다"고 말했다. 전남 해남군.강원 태백시도 "무료 노인요양시설을 짓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왔지만 거부했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 노인들이 자기 지역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도 뚜렷하다.

경북 경주시 관계자는 "법에 어긋나는 것을 알면서도 타지역 출신 입소 신청자들에게 정원이 다 찼다고 다른 지역을 권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지역 노인들도 생활하는 시설에 우리 지자체가 살림을 떠맡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은 2007년에 도입될 계획인 노인요양 보장제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 노인요양보장기반조성팀 김원종 과장은 "일부 지자체에서 시설 운영에 문제점이 생기고 있다고 들었다"며 "분권의 흐름을 인정하지만 고령화라는 국가 문제에 대처하려면 국가 지원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질적 개선하려면 … 요양원 인증제 도입 부실 시설 폐쇄해야

노인 요양시설의 질적 개선을 위해 전문가들은 충분한 예산 확보와 관리 시스템 정비를 강조한다.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심재호 교수는 "시행령 기준에 따르면 직원이 20명 필요한 시설인데 예산이 부족하다고 인건비는 18명 분만 주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난다"며 예산 현실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울대 간호학과 윤순녕 교수는 "노인 요양시설에 정기적 인증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기 점검을 통해 합격선에 든 시설만 인증해 주고, 그렇지 않은 시설은 문을 닫게 해야 한다는 것. 윤 교수는 관리 시스템이 잘 정비된 외국 사례로 호주를 꼽았다.

호주에서는 정기 점검을 통해 시설의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예산 삭감부터 시설 폐쇄까지 강력한 벌칙을 준다고 소개했다. 예고 없이 시설을 방문해 점검의 효과를 높이고 시설 평가 결과를 대중에 공개하는 등 철저한 수혜자 중심 정책이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김통원 교수 역시 평가 결과만 보아도 그 요양시설이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있도록 평가 지표를 수치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물리치료는 적절히 시행하는가"라는 애매모호한 문항 대신 "욕창에 걸린 노인의 비율은 얼마인가"라고 묻는 식이다.

요양원 종사자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든 이들이 전제로 삼는 부분.

심재호 교수는 "복지시설의 특성상 종사자의 봉사정신이 남달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임춘식 교수는 "인권침해를 막으려면 종사자의 자질, 적절한 대우, 정기적인 교육이라는 삼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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