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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11-30 00:00 조회 1,34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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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 된 노후, 가족의 무관심, 체계적이지 못한 국가 지원….’

http://photo-media.hanmail.net/segye/200505/09/051007-1.jpg

2005년 우리나라 농촌 노인들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

세계일보 취재팀은 도시 지역보다 노인인구 비율이 높은데도 노인복지 수준은 열악한 충북 진천군의 노인복지 현황을 조사했다.

충북 진천군의 올해 노인복지 예산은 48억9000만원. 전년보다 47% 늘어났다. 여기에서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경로연금 등을 제외한 진천군 자체 예산은 11억9000만원이다. 65세 이상 노인은 7600여명(2003년말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12.7%를 차지한다.

취재팀이 찾은 곳은 진천군청에서 동쪽으로 6㎞ 떨어진 초평면. 전체 인구 4000여명 중 노인 비율이 24%나 된다. 그러나 제대로 된 노인복지시설은 하나도 없다. 논밭 이외 갈 곳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초평면 양촌마을 경로당 입구에는 빈 소주병이 가득했다. 경로당 안에는 TV 한 대가 전부. 김모(72) 할아버지는 “운동기구라도 하나 있었으면 한다”며 “우리도 (TV 속 도시노인들처럼) 붓글씨나 노래를 배웠으면…” 하고 말끝을 흐렸다. 이모(77) 할아버지는 “여기 노인치고 성한 사람이 하나도 없어. 한번만이라도 건강진단 좀 해줬으면 해”라고 하소연했다.

경로당에서 만난 노인들은 그나마 몸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 초평면 노인인구 927명 중 109명(12%)은 혼자 사는 독거노인. 이들의 평균 연령은 76세이며 80세 이상도 19명에 이른다. 이들은 거의 방치된 상태다. 초평면사무소의 한 사회복지사는 “900명이 넘는 노인들을 혼자 관리하다보니 독거노인들을 일일이 찾아갈 여력이 없다”며 “모두 연로한 분들인데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항상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모(68·금곡리) 할아버지는 9년 동안 대장암을 앓은 탓에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도 않는다. 게다가 다 쓰러져 가는 흙집에서 치매에 걸린 부인을 돌보고 있다. 부인은 보이는 것은 닥치는 대로 입에 댄다고 한다. 부인은 중증 치매환자지만 치료는 물론 박 할아버지 외에 보호의 손길은 전혀 미치지 않았다.

취재팀이 방문한 이날 박 할아버지는 혼자 라면을 끓여 먹고 있었다. 취재팀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박 할아버지는 문 밖까지 나온 뒤 “이제 내가 갈 곳이 어디 있겠어”라며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을 배웅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병·의원 시설은 초평면 40개 마을을 통틀어 한 군데도 없다. 면사무소와 용산리 거령마을, 오갑리에 보건소가 있지만 시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저 감기약을 타다가 먹는 정도다. 치과나 안과 질환자의 경우 매년 여름 의료봉사 활동을 위해 찾아오는 경희대 의대생들의 진료를 받는 게 전부다.

초평면 노인복지 시설은 경로당인 셈이다.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앓는 노인을 위한 요양원은 ‘사치’일 뿐이다. 군청 옆에 진천노인종합복지관이 있지만 물리치료시설과 운동기구가 하나도 없는 데다 서틀버스도 없어 인근 노인들만 이용하고 있다. 경로당이라고 해서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월 6만원의 운영비와 연 60만원의 난방비가 지원될 뿐이다. 경로당에 모인 노인들은 술과 화투로 소일하고 있었다.

사회부 기획취재팀

ship6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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