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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으로 살펴보는 ‘노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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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11-30 00:00 조회 1,58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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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5-01-23 21:39]

《‘오래 살고 싶지 않다’는 노인들의 거짓말이 고령화 사회에서 유효할까? 대부분의 설문조사에서 노인들은 오래 살고 싶지 않다고 답한다.
“오래 살면 뭐해” “적당히 건강하게 살면 되지”하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오래 사는 것에 대해 여성 노인들이 더 부정적이다.
‘실버들을 위한 유쾌한 수다’(바다출판사)의 저자 고광애 씨(67)는 “‘친정어머니(92)를 모시고 살고 있는데 어머니만큼 살까 봐 무섭다”며 “노인들도 수명만 연장하는 삶은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기 안성시 실버타운 유무상통마을 대표 방상복 신부는 “자식들에게 폐 끼치기 싫어 ‘빨리 죽고 싶다’고 하는 것일 뿐 곁에서 살펴본 결과 노인들도 삶에 대한 욕구는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건강 100세의 꿈’이 목전에 다가온 21세기. 아직까지 노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 ‘노인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나는 자녀들과 함께 살고 싶다 이 같은 생각도 변하고 있다. 친정어머니와 남편(75)과 함께 살고 있는 고 씨는 “며느리와 살아봤자 식모살이밖에 더하겠느냐”며 “동창들도 아들 내외와 살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조순애 씨(68·경기 용인시 수지출장소)는 “남편이 아들 내외와 같이 살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내가 말렸다”며 “아무래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한국노인복지시설협회 정재원 사무국장은 “노인들은 대부분 자식들과 살고 싶지만 부담이 되기 싫어 노인시설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주로 가족들이 노인시설을 문의합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디 맡겼으면 좋겠는데…’하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당신 자식이 그렇게 말한다면 기분이 어떻겠느냐’고 톡 쏘아줘요.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면 자식 된 도리로서 최소한 몇 군데 노인시설을 답사해 불편함은 없을지 직접 챙겨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실버타운이 싫다 이민정 씨(68·서울 강남구 삼성동)는 “자식들과 사는 것도 싫지만 실버타운에 들어가는 것도 싫다”고 말한다. “우리 내외가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버티려고요.” 아직까지는 실버타운에 대해 부정적인 경우가 많지만 이 같은 생각도 변하고 있다.
실버타운 ‘명지 엘펜하임’이 지난해 경기 고양시 덕양 노인사회복지관의 60대 이상 노인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독립가구나 노인전용시설 등에서 살고 싶다’고 한 응답이 63.0%나 된 것이 그 증거다. 그러나 이런 응답에서도 ‘자녀와 근거리에 있는’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실버타운 이용자는 여성이 많은 편. 전북여성발전연구원 박재규 박사(사회학)는 “남자 노인들은 케어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여자노인들이 수명이 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버타운에 대한 호감도도 남자보다 여자가 높다.

○나는 전원생활이 좋다 노인들은 전원생활을 동경하지만 여성 노인의 전원생활에 대한 호감도는 남자보다 낮다.
이선현 씨(68·서울 강남구 논현동)는 “아무래도 여자들이 살기에 도시생활이 더 편하다”고 주장한다. 경기 가평군 출신의 김정숙 씨(70·서울 노원구 중계동)는 “시골서 자랐지만 지금 가 보면 쓸쓸하고 사람구경할 수 없어 여기가 더 좋다”고 말한다.

○나는 지나온 삶이 후회 된다 여자 노인들이 삶을 후회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여자 노인들은 “후회할 것 뭐 있어” “후회하면 뭐해”라고 생각한다. 고광애 씨는 “젊어서는 회한도 있었지만 나이가 드니 후회고 뭐고 없다”며 “다만 젊었을 때 나이가 들어서도 흥미를 유지할 관심사를 많이 개발했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은 든다”고 털어놓았다. CMOE 코리아 최치영 대표는 “이번 조사가 노인들의 건강 상태나 경제 상황을 고려치 않아 한계가 있지만 집안에 있는 노인이 진심으로 ‘빨리 죽고 싶다’ ‘삶이 후회스럽다’고 한다면 라이프코칭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을 시켜야한다”고 조언했다.

○나는 쉬고 싶다 매년 수만 명이 실버취업박람회에 몰리는 것을 보면 ‘일하는 삶’에 대한 노인들의 욕구를 읽을 수 있다. 이들은 “불안정한 것보다 수입이 적더라도 오래 일할 수 있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최근 막내딸을 출가시킨 이모 씨(72·여·경기 고양시 일산구)는 막내딸이 주말에 빨랫감을 가져오지 않을 때마다 무척 섭섭해 한다.
퇴직교수인 김모 씨(78·경기 안성시)는 “뭘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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