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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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5-08-17 00:00 조회 1,589회 댓글 0건본문
[탐사기획 무료 노인시설의 그늘] 中. 서글픈 삶
[중앙일보 2005-08-12 04:13:17]
[중앙일보 정효식.임미진] 박영이 할머니가 숨어서 운다. "아이고… 젊다고 나를 괄시하네…." 73세의 할머니는 방금 50대 원장에게 야단을 맞았다. 자신을 때린 할아버지를 고자질하다 되레 혼이 난 것. "질질 짜지 말라고 했지! 방에 들어가 있어!" 고함소리에 할머니는 "예"하고 힘없이 대답하고 돌아섰다.
직원들은 노인에게 일상적으로 반말을 쓴다. 친근해서또는 좋게 말하면 통제가 안 되니까 등 이유가 다양하다. 손찌검도 한다. 목욕시간이 대표적. 35명의 할머니를 목욕시키는 직원은 두세 명이다. 호통이 난무한다. 순길(69) 할머니는 "화장실 좀 갔다오겠다"고 했다가 "여기서 싸!"라는 소리와 함께 얼굴에 바가지째 물세례를 맞았다. 탈의실에서는 또 다른 할머니가 등짝을 맞는다. "그냥 입으라는 옷 입어!"
취재팀이 한 노인 요양시설에서 일주일 동안 자원봉사를 해보니 언어.신체적 폭력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02년 실태조사에서도 무료 요양시설 거주노인의 7%가 직원으로부터 폭언.폭행을 당했다.
깨끗한 옷을 입거나 몸 상태에 맞는 식사를 하지도 못했다. 목욕을 마친 노인들은 탈의실 한편에 쌓여있는 옷 중 하나를 골라 입는다. 성별 구분이 있을 뿐 속옷까지 공용이다. 키가 150cm 될까말까하는 금순(75) 할머니는 고무줄 바지 밑단을 세 번이나 접었다. 노인 1인당 한 해 13만2500원의 피복비가 나오지만 성한 옷은 전체의 반도 안 된다. 호주머니가 찢어진 바지도, 용변 색깔이 남아있는 팬티도 예사다.
식당에서는 식단표대로 밥이 나오지 않는다. 야채전 대신 가지나물이, 고등어무조림 대신 카레밥이 나오는 식이다. 최근에 미역을 대량 기부받은 뒤로 식단에 없던 미역 된장국이 한 주에 세 번 식탁에 올랐다. 건강 상태도 식단에 반영되지 않는다. 당뇨.고혈압을 앓거나 이가 없어도 모두 같은 음식을 먹는다. 이가 성치 않아 열무 겉절이나 코다리찜을 남기는 노인들도 있다.
건강한 노인에게는 외출 통제가 가장 큰 고통이다. "요양원 바깥에 나가 본 지 두 달 됐다"는 윤재규(73) 할아버지는 "맛있는 것 사 먹으러 나가고 싶은데 답답하다"고 털어놓았다.
심한 풍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박선호(67) 할아버지는 삼 개월째 누워 천장만 바라보는 신세다. 할아버지가 침대를 떠나는 것은 주 3회 목욕 시간뿐. "옛날엔 가끔씩 휠체어 타고 마당에 나가고 했었지. 이렇게 살다 죽을 텐데 다른 사람 폐 끼쳐서 뭐해." 항상 같은 자세로 누워있다 보니 엉덩이에 욕창이 생겼지만 주기적으로 자세를 바꿔주거나 마사지를 해 주는 사람도 없다.
국가인권위 김수원 조사관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자유롭게 외출할 수 없는 상황 모두 헌법이 정한 행복추구권과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노인이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어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탐사기획팀=정효식.임미진 기자, 박경훈(서강대 신문방송 4년).백년식(광운대 법학 2년) 인턴기자
제보=e-메일 deep@joongang.co.kr 전화 02-751-5644
※인권 보호를 위해 모든 노인의 이름을 가명 처리했습니다.
※8월 11일자 시리즈 1회에서 인용한 임춘식 교수는 한림대가 아니라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기에 바로잡습니다.
직원 1명이 10여 명 수발 … "너무 힘들어" 간병인들 줄사표
▶ 취재팀은 노인요양시설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전남의 한 요양시설에서 일주일간 자원봉사를 했다. 50여 명의 노인이 살고 있는 전남의 한 무료 요양시설. 매주 600여 벌의 옷과 300여 켤레의 양말이 세탁장에 나온다. 용변을 가리지 못하는 노인들 때문에 이불 빨래도 만만치 않다. 빨래와 함께 노인들의 머리 손질을 직원 한 사람이 맡는다.
세탁장에서 만난 이모씨. 빨래와 이.미용을 맡아 온 그는 결국 최근 사표를 냈다. "물먹은 이불을 옮기다 목 디스크에 걸렸다"는 그는 "일년 반 동안 봉사한다고 생각하며 참았는데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어디선가 고약한 냄새가 난다. 중풍에 걸린 할아버지가 방에 누워서 대변을 본 모양이다. 남자 간병 직원이 눈치를 채고 일어난다. 대변 냄새에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는 경지에 이른 그는 "냄새 좀 날테니까 참으라"며 오히려 취재팀을 걱정한다. 이곳에서는 대소변을 혼자 처리하지 못하는 노인이 열 명이나 된다.
간병 직원은 모두 9명. 하지만 낮과 밤으로 교대하고 휴가 등을 써야 하기 때문에 보통 직원 한 사람이 동시에 10여 명의 노인을 수발한다. 5년차 간병 직원 최모씨의 월급은 130만원. 그나마 월급 외 20만원씩 나오던 시간외 수당은 예산부족으로 올 2월부터 나오지 않는다. "돈 생각하면 이 일을 어떻게 5년이나 했겠느냐"고 쓰게 웃는다.
노인 요양시설 대부분에서 직원 교체가 잦은 것도 힘든 근무 환경 때문. 한 요양원에서는 1년 사이에 간병 직원 8명이 사표를 내기도 했다.
[중앙일보 2005-08-12 04:13:17]
[중앙일보 정효식.임미진] 박영이 할머니가 숨어서 운다. "아이고… 젊다고 나를 괄시하네…." 73세의 할머니는 방금 50대 원장에게 야단을 맞았다. 자신을 때린 할아버지를 고자질하다 되레 혼이 난 것. "질질 짜지 말라고 했지! 방에 들어가 있어!" 고함소리에 할머니는 "예"하고 힘없이 대답하고 돌아섰다.
직원들은 노인에게 일상적으로 반말을 쓴다. 친근해서또는 좋게 말하면 통제가 안 되니까 등 이유가 다양하다. 손찌검도 한다. 목욕시간이 대표적. 35명의 할머니를 목욕시키는 직원은 두세 명이다. 호통이 난무한다. 순길(69) 할머니는 "화장실 좀 갔다오겠다"고 했다가 "여기서 싸!"라는 소리와 함께 얼굴에 바가지째 물세례를 맞았다. 탈의실에서는 또 다른 할머니가 등짝을 맞는다. "그냥 입으라는 옷 입어!"
취재팀이 한 노인 요양시설에서 일주일 동안 자원봉사를 해보니 언어.신체적 폭력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02년 실태조사에서도 무료 요양시설 거주노인의 7%가 직원으로부터 폭언.폭행을 당했다.
깨끗한 옷을 입거나 몸 상태에 맞는 식사를 하지도 못했다. 목욕을 마친 노인들은 탈의실 한편에 쌓여있는 옷 중 하나를 골라 입는다. 성별 구분이 있을 뿐 속옷까지 공용이다. 키가 150cm 될까말까하는 금순(75) 할머니는 고무줄 바지 밑단을 세 번이나 접었다. 노인 1인당 한 해 13만2500원의 피복비가 나오지만 성한 옷은 전체의 반도 안 된다. 호주머니가 찢어진 바지도, 용변 색깔이 남아있는 팬티도 예사다.
식당에서는 식단표대로 밥이 나오지 않는다. 야채전 대신 가지나물이, 고등어무조림 대신 카레밥이 나오는 식이다. 최근에 미역을 대량 기부받은 뒤로 식단에 없던 미역 된장국이 한 주에 세 번 식탁에 올랐다. 건강 상태도 식단에 반영되지 않는다. 당뇨.고혈압을 앓거나 이가 없어도 모두 같은 음식을 먹는다. 이가 성치 않아 열무 겉절이나 코다리찜을 남기는 노인들도 있다.
건강한 노인에게는 외출 통제가 가장 큰 고통이다. "요양원 바깥에 나가 본 지 두 달 됐다"는 윤재규(73) 할아버지는 "맛있는 것 사 먹으러 나가고 싶은데 답답하다"고 털어놓았다.
심한 풍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박선호(67) 할아버지는 삼 개월째 누워 천장만 바라보는 신세다. 할아버지가 침대를 떠나는 것은 주 3회 목욕 시간뿐. "옛날엔 가끔씩 휠체어 타고 마당에 나가고 했었지. 이렇게 살다 죽을 텐데 다른 사람 폐 끼쳐서 뭐해." 항상 같은 자세로 누워있다 보니 엉덩이에 욕창이 생겼지만 주기적으로 자세를 바꿔주거나 마사지를 해 주는 사람도 없다.
국가인권위 김수원 조사관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자유롭게 외출할 수 없는 상황 모두 헌법이 정한 행복추구권과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노인이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어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탐사기획팀=정효식.임미진 기자, 박경훈(서강대 신문방송 4년).백년식(광운대 법학 2년) 인턴기자
제보=e-메일 deep@joongang.co.kr 전화 02-751-5644
※인권 보호를 위해 모든 노인의 이름을 가명 처리했습니다.
※8월 11일자 시리즈 1회에서 인용한 임춘식 교수는 한림대가 아니라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기에 바로잡습니다.
직원 1명이 10여 명 수발 … "너무 힘들어" 간병인들 줄사표
▶ 취재팀은 노인요양시설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전남의 한 요양시설에서 일주일간 자원봉사를 했다. 50여 명의 노인이 살고 있는 전남의 한 무료 요양시설. 매주 600여 벌의 옷과 300여 켤레의 양말이 세탁장에 나온다. 용변을 가리지 못하는 노인들 때문에 이불 빨래도 만만치 않다. 빨래와 함께 노인들의 머리 손질을 직원 한 사람이 맡는다.
세탁장에서 만난 이모씨. 빨래와 이.미용을 맡아 온 그는 결국 최근 사표를 냈다. "물먹은 이불을 옮기다 목 디스크에 걸렸다"는 그는 "일년 반 동안 봉사한다고 생각하며 참았는데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어디선가 고약한 냄새가 난다. 중풍에 걸린 할아버지가 방에 누워서 대변을 본 모양이다. 남자 간병 직원이 눈치를 채고 일어난다. 대변 냄새에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는 경지에 이른 그는 "냄새 좀 날테니까 참으라"며 오히려 취재팀을 걱정한다. 이곳에서는 대소변을 혼자 처리하지 못하는 노인이 열 명이나 된다.
간병 직원은 모두 9명. 하지만 낮과 밤으로 교대하고 휴가 등을 써야 하기 때문에 보통 직원 한 사람이 동시에 10여 명의 노인을 수발한다. 5년차 간병 직원 최모씨의 월급은 130만원. 그나마 월급 외 20만원씩 나오던 시간외 수당은 예산부족으로 올 2월부터 나오지 않는다. "돈 생각하면 이 일을 어떻게 5년이나 했겠느냐"고 쓰게 웃는다.
노인 요양시설 대부분에서 직원 교체가 잦은 것도 힘든 근무 환경 때문. 한 요양원에서는 1년 사이에 간병 직원 8명이 사표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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