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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뉴스 < 요양보호사의 늪 > ⑩ 시설엔 경증 노인 득실, 중증은 가족에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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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11-15 10:55 조회 64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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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5 18:20
  수정 2023.10.30 09:28

15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개혁 절실
시설은 중증, 경증은 지역사회 케어로
일본의 지역케어 모델 벤치마킹해야
중앙집권과 지역 케어 한국형 모델 수립

# "일이 힘들다고? 다 방법이 있지~(웃음) 일단 자격증을 따고 OO 요양원장을 찾아가면 돼." 대구시에 거주하며 소일거리를 찾던 중 요양보호사란 직업을 알게 된 자영업자 장정윤 씨(여·55)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 있게 말했다. "중증 노인을 돌보다 요양보호사 대부분이 관절염 등에 시달린다는 걸 안다"면서도 "지인의 요양원에 정규직으로 등록하면 경증 노인만 골라 다니면서 최저임금 이상의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였다.

# 남들 정년퇴직하고 귀향할 때 김영우 씨(가명·70)는 중증 치매 아내를 돌봐야 한다. 아내가 요양원에 들어갈 수 있는 등급 판정을 받았지만 받아줄 곳이 없었다. 결국 가족 요양 지원금 80만원을 받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땄다. 하지만 70대 노구를 이끌고 아내의 식사를 챙기고 배변을 체크하느라 본인의 건강마저 악화했다. 자식도 없는 상황에 노부부 둘이 쓸쓸한 죽음을 기다리는 나날이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다. 과거 가족에게 온통 떠넘겨지던 노인 돌봄 부담을 국가가 나눠지는 제도가 도입되며 그나마 돌봄 가족에겐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돌봄 현장을 보면 기형적 구조가 굳어져 가고 있다. 요양시설에는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노인 환자가 대부분이다. 정작 시설의 전문적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중증 환자는 시설로부터 외면당한다. 그 부담은 가족에게 온전히 전가된다.

경기도 한 요양시설 원장 박래은 씨(여·52)는 중증의 노인을 받지 못하고 돌려보내야 했던 사연을 토로하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노인을 위한 장기 요양 보험이라면 중증이든 경증이든 모든 노인의 사회적 안전망 역할부터 제대로 해야지요. 그런데 왜 한국에선 경증의 노인들이 요양시설이나 대형병원 병상에 누워 있을까요. 결과적으로 치료 필요도가 높으신 중증의 노인들은 병원에서 밀려나 우리 같은 영세 요양시설을 찾아오고 있어요. 그런데 정부 지원금은 쥐꼬리에 몇 배의 인력이 들기 때문에 중증 환자는 돌려보낼 수밖에 없어요."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2008년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는 시작부터 국민건강보험을 운영하는 건강보험공단이 중앙집권식으로 함께 운영해 왔다. 중앙 정부가 모든 재정 부담을 떠안다 보니 요양시설과 재가 서비스에 적용되는 노인 장기 요양 급여비용(전년 기준 12조5742억원)은 대형병원까지 포함하는 전체 요양 급여비용 105조897억원과 비교해 턱없이 작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노인 장기 요양급여는 저수가 구조에 갇히게 됐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장기 요양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는 데에도 한계에 부닥쳐 민간에 부담을 떠넘겼다. 정부로부터 운영비의 80%를 지원받은 영세 요양원이 전국에 걸쳐 2만5000여 곳에 달할 정도로 난립하면서 웬만한 상가 건물주면 침대만 가져다 놓고 요양원이란 간판을 내거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정부 지원이 없으면 운영 자체가 어려운 재무구조인 데다 수가마저 묶여 있으니 영세 요양원들은 중증 환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시설엔 경증 노인만 가득 차고 치료와 돌봄 필요도가 높은 중증의 노인들이 시설 밖으로 밀려난 까닭이다.

본지가 제주도에서 만난 한 요양원 원장 전희원 씨(가명·56)도 중증 서비스를 포기한 듯한 발언을 내놨다. "중증 노인을 받으면 지금보다 몇 배의 인력이 더 필요한데 경증 노인이나 중증이나 같은 수가를 적용한다면 누가 중증 받겠냐"고 말했다.

이에 더해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가 건강보험에 종속되면서 경증 노인이 큰 병원의 병상을 채우는 '병원의 양로원화 현상'마저 심화됐다. 지난해 한국산학기술학회가 지방의료원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의 중증 질환군(DRG-A) 환자 비중은 민간병원(10%) 대비 5분의 1 수준인 2%에 불과했다. 일반 및 단순 질환군 환자가 요양급여를 축내는 현실이다.  

요양보호사의 늪을 만든 복지와 의료 전달 체계의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가 시작된 15년 만인 윤석열 정부 들어서야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건강보험공단이 장기 요양 대상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요양병원으로 가야 할지, 요양시설이나 재가 서비스를 받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통합판정 시스템을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日 노노케어 문제 초기부터 인식하고
지역사회 케어를 기본 모델로 도입해

가족에게 떠넘겨진 중증 노인을 돌보는 건 결국 노인의 몫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시설에서도 감당하기 힘든 중증 환자를 남편이나 나이 든 자녀가 집에서 돌보려니 돌봄 가족은 우울증과 각종 질병에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간병 살인'이 전국, 특히 젊은 인력이 적은 지방에서 심심찮게 일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2월에도 전주의 80대 노인이 병든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아내를 살해한 뒤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아들의 발견으로 생명을 구했다. 특히 전주와 같은 지방 도시엔 요양시설도 변변치 않다 보니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가 일상이 됐다.

일본서도 간병 살인이 20여 년 전 사회 이슈가 된 바 있다.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화를 맞은 일본은 노노케어의 비극을 최소화하고자 2000년 개호보험 도입과 함께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이란 사회 안전망을 구축했다. 지역 포괄(커뮤니티) 케어란 소규모 지역사회가 의료와 돌봄을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가족 돌봄 서비스 비중을 줄여나가면서 사회적 보험의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본지가 기획 취재를 위해 방문한 오사카-교토-고베를 3축으로 하는 일본 간사이(関西) 지방은 1868년 메이지 정권이 수도를 '교토'에서 '도쿄로 변경하기 전까지 일본 봉건 체제의 중심지였다. 간사이 지방에선 오늘날 일본이 중앙정부가 존재하면서도 지방행정은 각각의 독자적인 분권 체제로 이뤄지는 지방자치 차원의 커뮤니티케어가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일본은 가족 대신 지역 사회가 돌보는 구조여서 한국과 달리 가족 요양보호사 제도가 없다. 정부가 현금 지원하는 것 자체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노인 돌봄 부담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걸 원천적으로 막은 셈이다. 대신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10만명의 케어매니저가 노인 상태별로 요양 시설과 가정 요양을 조율해 준다. (관련 기사 : [요양보호사의 늪] ⑦ 일본 노인 돌봄 책임지는 10만 '케어매니저')

중증→시설, 경증→커뮤니티 유인
요양보호사 보수 교육 강화도 필수

국내에도 지역사회 케어를 위한 기초 인프라는 있다. 전국 256개 시군구에 구축된 치매안심센터다. 지역 특성에 따라 치매 안심마을을 조성해 치매 환자가 자신이 살던 익숙한 환경에서 생활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강원 영월의 요양시설 예가원에서 만난 한 중증 노인 가족은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1차 의료 서비스가 가능한 동네의원 △재가 요양센터 등의 네트워크를 긴밀히 구성한다면 노인들이 요양 사각지대에 처하는 현실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며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케어 시스템을 시범사업이라도 해보자"라고 말했다.

가정에 떠넘겨진 노노케어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사회적 케어로 전환한 게 일본이 성공한 커뮤니티 케어의 핵심 개념이다. 초고령화 위기는 가정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론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케어 체계를 하루빨리 확립해 경증은 지역에서 돌볼 수 있도록 하고, 중증 환자를 돌보는 요양시설엔 수가 인상 등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돌봄 서비스 역량을 갖춘 요양 시설을 대상으로 자율인증제를 시행하는 동시에 1~2등급 중증 환자를 많이 돌보는 요양원에는 수가를 높여주는 인센티브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요양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영리 목적의 교육기관 난립을 정리하고 전문성 있는 법정 4개 단체가 중심이 되는 요양보호사 보수 교육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고베시에 위치한 장애인 및 노인 복합시설 '행복촌' 전경 /이상헌 기자 
일본 고베시에 위치한 장애인 및 노인 복합시설 '행복촌' 전경 /이상헌 기자

지역사회 케어 기부하는 기업들엔 혜택을
윤기 "日보다 좋은 모금시스템 있지 않나"

기업 등의 민간 자본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중산층도 이용할 수 있는 합리적 가격의 민간 요양원 건립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병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보건의료 전달체계를 일차 의료 중심의 노인 전용 돌봄 서비스로 전환하는 동시에 영리형 요양원과 병원 설립이 가능하도록 부분적 자유경쟁 체제를 도입할 때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본지가 취재 과정 중 방문한 일본 고베시에 위치한 행복촌(幸福村)은 1989년 지방자치단체가 90%의 건립 부지와 약 3500억원에 이르는 건설 비용을 투입해 만든 장애인 및 노인 복합 요양시설이다. 고령자와 장애인의 자립과 복귀를 지원하는 시민들의 문화공간엔 골프장·보육원·노인대학까지 갖추고 있다. 도요타와 소니 등 일본 대표 기업의 지원 역시 25년째 이어지고 있었다. 

일본 전국 곳곳에 5호점까지 설립된 재일교포 고령자 입주 복지시설 '고향의집'도 민간 기부로부터 시작됐다. 일본 오사카부에 설립된 '고향의집'은 지난 1994년 초기 건립 비용으로 7000명에 달하는 기부자로부터 11억8000만 엔을 모은 뒤 15억 엔을 차입하고 5억9400만 엔은 정부 지원을 받았다. 이어 2001년에는 '고향의집 고베' 2009년에는 '고향의집 교토’, 2016년에는 '고향의집 도쿄'의 문을 열었다.

고향의집 설립을 주도한 윤기 공생복지재단 회장은 본지와 만나 "한국은 일본도 부러워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같은 기구를 가진 나라가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일본의 지역사회 케어는 노령화에 적극 대응하고자 한 일반인들의 기부 문화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발적인 기부 이끌어내기 위해선
韓 사회복지로 보는 인식 개선부터

10만명의 커뮤니티 케어 매니저를 중심으로 중증에서 경증까지 모두 포괄하는 일본의 수준까지 가려면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노인 복지를 시혜적 관점에서 보는 고정 관념부터 바꿔야 한다. 요양원에 입소하는 것을 '고려장'으로 보는 선입관 역시 지역사회 케어의 장애물이다.  

지난 15년간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실행 조직이 없다는 이유로 장기 요양 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건보공단에만 정보와 일이 몰리다 보니 권한 독점으로 인한 카르텔도 심화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공단 직원의 친인척이 운영하거나 근무하는 장기 요양기관은 217개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 공단 직원 수가 1만6340명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공단 직원이 관련된 요양기관 가운데 30%에 달하는 34개 기관에서 약 30억원의 요양급여를 부풀려 청구한 것으로 올해 국정감사에서 확인됐다. 재가센터 한 관계자는 "특정 세력에 의해 요양 인력 관리가 독점되면 앞으로도 이런 부작용이 계속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요양-돌봄 통합 판정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최재영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 역시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 못 한 탁상행정으로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교토에 위치한 노인요양시설 고향의집에서 노인들이 요양보호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현우 기자 
교토에 위치한 노인요양시설 고향의집에서 노인들이 요양보호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현우 기자

정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날 때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저생계비 개념으로 최소한의 복지를 유지하면서 부자는 민간보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민간 요양원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

이은혜 순천향대 의대 교수는 "지금까지의 정부의 퍼주기식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만 컸다"면서 "장기 요양보험을 '시혜'성 정책이 아닌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보험 성격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여성경제신문(https://www.woman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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