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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치료비 지원금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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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11-30 00:00 조회 1,35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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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사업이 겉돌고 있다. 해당 공무원들이 까다로운 법규정을 이유로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 지원 예산 집행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성계 등 관계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치료비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도록 한 현행 관련 법 규정을 개정, 피해자 구제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9일 여성부 등 관계부처의 ‘가정폭력 치료비 지원실적’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서울 등 전국에서 교부된 치료비 가운데 실제 집행된 금액은 평균 16.4%였다.

2000년의 경우 교부액 5414만원 가운데 10.1%인 549만원만이 집행됐다. 집행률을 연도별로 보면 2001년 10.2%, 2002년 9.2%, 2003년 13.0%, 2004년 37.6% 등에 불과하다.

〈그래픽 참조〉

피해자 치료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절반씩 부담하는 것으로, 1999년부터 보건복지부 예산으로 집행되다 2001년부터는 신설된 여성부로 이관됐다.

또 현행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피해자 치료에 필요한 비용은 가해자가 부담토록 하고 있으며, 가해자가 부담할 능력이 없는 경우 국가나 지자체가 예산으로 먼저 치료비를 지원한 뒤 구상권 행사를 통해 가해자에게서 받아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상권은 피해자가 의료기관에 지급한 치료비 납부고지서를 가해자에게 발급한 뒤 가해자가 이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재산에 대한 압류를 신청하는 절차를 거쳐 행사된다. 문제는 구상권 집행 절차가 까다롭고, 집행이 제대로 안 될 경우 국가나 지자체가 부담한 치료비가 채권으로 남게 되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이 집행을 기피한다는 데 있다.

이 같은 이유로 2001년 서울시는 아예 치료비 예산을 교부받지 않았는가 하면 매년 많은 지자체가 집행 실적 ‘0’을 보이고 있다.

피해여성들도 구상권을 행사하기 위한 서류작성 과정에서 폭력 남편을 피해 있는 자신의 위치가 노출될 수 있고, 가정으로 복귀한 경우 뒤늦게 청구되는 치료비 문제로 가정불화가 또 다시 일어날 것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치료비 지원신청을 기피하고 있다.

실제 서울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상담소의 경우 2004년까지 매년 교부금이 배정됐지만 이 같은 이유로 한 푼도 집행하지 못하자 올해는 아예 배정이 취소됐다.

이 때문에 국회와 여성단체 등에서는 지난해 1월 법을 일부 개정해 피해자가 보호시설에 입소한 경우나 가해자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장애인인 경우 구상권 행사 절차를 면제했지만 2004년 집행률은 37.6%에 불과했다.

박인혜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상임대표는 “지자체 공무원이 예산을 교부하면서 집행하지 말고 갖고 있다 그대로 반납하라는 공문을 보낸 사례도 접수되고 있다”면서 “가정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해 피해자에 대한 보호·구제가 시급해짐에 따라 구상권 행사 조건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개정안을 만들어 5월 중 입법청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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