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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는 노인들, 70대 중풍·치매환자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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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11-30 00:00 조회 2,16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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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거여동에 사는 중풍·치매 환자 이갑순씨(가명·72·여)의 사례는 자신과 가정이 국가 및 사회안전망으로부터 철저히 버림받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

이씨는 5년 전 이맘때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반신불수인 데다 심한 치매를 앓고 있다. 그의 병으로 인해 가족 전체가 심한 고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씨는 가족들이 자기 때문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치매가 심하다.

이씨의 며느리 김진숙씨(가명·41)는 5년 전만 해도 조그마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커리어우먼’이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무역업에 뛰어든 것이다. 그런데 2000년 초 회사를 급히 헐값에 팔아야 했다. 1988년 설립한 이후 12년 만이며 결혼 9년 만의 일이다.

회사를 포기한 이유는 중풍·치매를 앓는 이씨를 돌보기 위함이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하루 24시간 반드시 시어머니 곁에서 수발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남편은 “나는 직장을 그만둘 수 없다”며 사업 포기를 종용했다. 남편과 심하게 다툰 끝에 김씨는 결국 집안으로 들어와 지낼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시어머니의 간병인으로 ‘변신’했다.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집안에서 대소변을 가릴 때, 식사할 때도 김씨의 도움이 없으면 시어머니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아들(12)이 내년이면 중학교에 가지만 교육에 신경을 써줄 만한 여유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에는 이씨의 남편(75)마저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해졌다. 김씨는 도저히 혼자 집안의 우환을 감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남편과 상의한 끝에 결국 집안에 전문 간병인을 들이기로 했다. 김씨는 병원에서 오랫동안 중풍·치매 환자를 돌봐온 한 여성 간병인(58)을 집안에 상주시켜 시어머니를 보살피게 하고 있다. 그래도 김씨는 너무 바쁘다. 시아버지의 노환과 아들 교육, 가사 등에 신경쓰는 것만 해도 힘겹다.

이들 가족은 웃을 일이 별로 없이 언제나 침울하다. 특히 며느리 김씨는 남편·아들과 사소한 일로 다투는 일이 잦다. 가족 나들이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이 가정이 간병인 급여와 병원 치료비, 신체 보조치료기, 약값으로 나가는 비용만 해도 월평균 3백만원이다. 의료보험 이외에 사회보장제도의 도움은 전혀 없다.

김씨는 이혼을 생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심지어 ‘시어머니가 하루라도 일찍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김씨는 “나는 노예나 마찬가지”라며 “중풍·치매환자 돌보기는 한 가정이 감당하기에 너무 가혹한 형벌”이라고 말했다.

〈김준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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