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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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11-30 00:00 조회 1,337회 댓글 0건본문
[매일신문 2005-05-03 13:57]
2004년 신설된 노인복지법에 노인에 대하여 신체적ㆍ정서적ㆍ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노인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고령화사회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노인학대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받아들일 준비는 아직 미흡한 상태다.
노인학대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내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인학대는 가족 내 학대와 시설 내 학대로 구분하고 있는데 노인들이 믿고 의지해야할 가족들에 의한 학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노인학대를 가족 내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고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 이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아주 낮다.
대구시 노인학대예방상담센터(이하 센터)에 따르면 노인학대 예방 사진전을 열면 제 자식을 잘못 키운 탓이지부터 이런 사진은 어디서 구했냐, 정말 이 정도냐 등 다양한 반응을 접할 수 있다고 한다.
드러나지 않았던 가족의 노인학대 문제를 접하는 순간 당혹스러움과 놀라움에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 8일은 어버이 날이다.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릴 때 주변 어디선가는 가족의 학대로 고통받는 노인들이 있다.
□고통받는 노인들, 그들의 현주소.
▲김 모(81·동구) 할머니는 이마가 찢어지고 온몸이 멍투성이인 채로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트럭운전기사인 아들(45)에게 등산용 지팡이로 맞아 오길 수차례. 지금은 세상을 뜬 김 할머니의 남편 역시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둘러왔고 그것을 보고 자란 아들 역시 술만 마시면 김 할머니를 때리는 것. 자식에게 해준 것이 뭐 있냐, 당신이 재수가 옴 붙어 아버지까지 죽은 것 아니냐는 폭언도 뒤따르기 일쑤였다.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리며 센터 일시보호실에 거주 중인 할머니는 이런 처지에 있으면서도 "우리 손주 학교 갔다올 때가 됐는데…. 밥은 챙겨 멕여야 될텐데 걱정되네예"라고 말했다.
▲박 모(75·북구 조야동) 할머니는 남편이 세상을 뜨면서 자신을 부양할 조건으로 장남에게 모든 재산을 넘겨줬다.
"재산을 물려준 뒤부터는 집에서 돈만 축낸다며 툭하면 팔공산에 갖다 버리겠다고 했수. 밥도 제 때 안 주고 내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으니 외로웠지. 그나마 경로당에 가면 친구들이 있으니 위로가 됐어요" 박 할머니는 집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 경로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식사는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한다.
집에서는 잠만 잘 뿐이다.
육체적 상처는 없지만 박 할머니의 가슴 속에 남겨진 상처는 쉽사리 아물지 않는다.
자식들에게 버림받았다는 소외감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심한 모멸감으로 하루하루가 힘들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행여 아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센터 측에서 개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김 모(70·북구 월성동) 할머니는 치매증세가 심각하지만 아무런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아들은 일 때문에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고 할머니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김 할머니는 스스로 대변 처리도 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하루종일 혼자 방치된 채 식사조차 챙기지 못했다.
센터 상담원들은 현장을 돌아보고 가족들과의 면담 끝에 김 할머니의 치매증상에 따른 부양스트레스가 방임학대의 주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센터 측은 아들과의 상담 끝에 얼마 전 할머니를 치매전문시설에 입소시키기로 결론 지었다.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정부는 급격한 고령화 추세에 따른 사회변화와 전통적 가족부양체계 해체 등의 영향으로 노인학대의 심각성이 대두됨에 따라 이 문제의 전문적 관리를 위해 지난해 시·도별 1곳씩 모두 16곳의 노인학대예방센터를 설치하고 긴급전화 국번없이 1389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대구시 노인학대예방상담센터(소장 정덕규)는 지금까지 모두 144건의 노인학대를 상담했다.
그 중 언어·정서적 학대가 약 69%를 차지했고 신체 구타와 방임으로 응급대처를 요하는 건수도 51명(22%)에 이르렀다.
또 노인학대의 가해자는 아들이 42건(47%), 며느리 22건(24%)으로 나타나 가족 내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센터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박선아(31·여) 변호사는 노인학대 상담 자원봉사자들의 전문성을 배가시키기 위해 노인복지법에 대해 강의하기도 한다.
"폭행뿐 아니라 재산상 손해까지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소송이나 법률적 구제절차를 거쳐야한다고 판단되면 이에 대한 조언, 상담, 소송진행까지 맡고 있어요. 어르신들은 신체적 폭행뿐 아니라 심리적, 정신적 학대에도 큰 고통을 느끼는데 이러한 부분은 법으로 보호해줄 수 있는 장치가 없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영남대 사회학과 김한곤(50) 교수는 센터의 사례판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인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이 노인학대를 공론화시킬 적기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1980년대 초부터 노인학대에 대해 전문적 연구와 더불어 제도적 대비책을 마련, 우리나라의 군(郡)에 해당하는 county마다 이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와 위원회가 만들어져 있다.
"피해자인 노인들이 가족들의 치부를 밖으로 드러내기를 꺼려해 일반인들이 잘 모를 뿐 실제로는 밝혀진 것보다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됩니다" 센터 권지영(31) 상담실장은 노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노인부양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각종 복지시설을 갖춰주는 한편 늙으면 이런 취급을 받을 수도 있지라는 노인들 스스로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경우든 노인을 학대할 권리는 아무도 없어요. 노인들도 학대받는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기보다 도움을 요청하길 바랍니다.
"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2004년 신설된 노인복지법에 노인에 대하여 신체적ㆍ정서적ㆍ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노인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고령화사회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노인학대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받아들일 준비는 아직 미흡한 상태다.
노인학대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내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인학대는 가족 내 학대와 시설 내 학대로 구분하고 있는데 노인들이 믿고 의지해야할 가족들에 의한 학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노인학대를 가족 내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고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 이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아주 낮다.
대구시 노인학대예방상담센터(이하 센터)에 따르면 노인학대 예방 사진전을 열면 제 자식을 잘못 키운 탓이지부터 이런 사진은 어디서 구했냐, 정말 이 정도냐 등 다양한 반응을 접할 수 있다고 한다.
드러나지 않았던 가족의 노인학대 문제를 접하는 순간 당혹스러움과 놀라움에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 8일은 어버이 날이다.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릴 때 주변 어디선가는 가족의 학대로 고통받는 노인들이 있다.
□고통받는 노인들, 그들의 현주소.
▲김 모(81·동구) 할머니는 이마가 찢어지고 온몸이 멍투성이인 채로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트럭운전기사인 아들(45)에게 등산용 지팡이로 맞아 오길 수차례. 지금은 세상을 뜬 김 할머니의 남편 역시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둘러왔고 그것을 보고 자란 아들 역시 술만 마시면 김 할머니를 때리는 것. 자식에게 해준 것이 뭐 있냐, 당신이 재수가 옴 붙어 아버지까지 죽은 것 아니냐는 폭언도 뒤따르기 일쑤였다.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리며 센터 일시보호실에 거주 중인 할머니는 이런 처지에 있으면서도 "우리 손주 학교 갔다올 때가 됐는데…. 밥은 챙겨 멕여야 될텐데 걱정되네예"라고 말했다.
▲박 모(75·북구 조야동) 할머니는 남편이 세상을 뜨면서 자신을 부양할 조건으로 장남에게 모든 재산을 넘겨줬다.
"재산을 물려준 뒤부터는 집에서 돈만 축낸다며 툭하면 팔공산에 갖다 버리겠다고 했수. 밥도 제 때 안 주고 내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으니 외로웠지. 그나마 경로당에 가면 친구들이 있으니 위로가 됐어요" 박 할머니는 집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 경로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식사는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한다.
집에서는 잠만 잘 뿐이다.
육체적 상처는 없지만 박 할머니의 가슴 속에 남겨진 상처는 쉽사리 아물지 않는다.
자식들에게 버림받았다는 소외감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심한 모멸감으로 하루하루가 힘들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행여 아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센터 측에서 개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김 모(70·북구 월성동) 할머니는 치매증세가 심각하지만 아무런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아들은 일 때문에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고 할머니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김 할머니는 스스로 대변 처리도 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하루종일 혼자 방치된 채 식사조차 챙기지 못했다.
센터 상담원들은 현장을 돌아보고 가족들과의 면담 끝에 김 할머니의 치매증상에 따른 부양스트레스가 방임학대의 주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센터 측은 아들과의 상담 끝에 얼마 전 할머니를 치매전문시설에 입소시키기로 결론 지었다.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정부는 급격한 고령화 추세에 따른 사회변화와 전통적 가족부양체계 해체 등의 영향으로 노인학대의 심각성이 대두됨에 따라 이 문제의 전문적 관리를 위해 지난해 시·도별 1곳씩 모두 16곳의 노인학대예방센터를 설치하고 긴급전화 국번없이 1389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대구시 노인학대예방상담센터(소장 정덕규)는 지금까지 모두 144건의 노인학대를 상담했다.
그 중 언어·정서적 학대가 약 69%를 차지했고 신체 구타와 방임으로 응급대처를 요하는 건수도 51명(22%)에 이르렀다.
또 노인학대의 가해자는 아들이 42건(47%), 며느리 22건(24%)으로 나타나 가족 내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센터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박선아(31·여) 변호사는 노인학대 상담 자원봉사자들의 전문성을 배가시키기 위해 노인복지법에 대해 강의하기도 한다.
"폭행뿐 아니라 재산상 손해까지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소송이나 법률적 구제절차를 거쳐야한다고 판단되면 이에 대한 조언, 상담, 소송진행까지 맡고 있어요. 어르신들은 신체적 폭행뿐 아니라 심리적, 정신적 학대에도 큰 고통을 느끼는데 이러한 부분은 법으로 보호해줄 수 있는 장치가 없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영남대 사회학과 김한곤(50) 교수는 센터의 사례판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인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이 노인학대를 공론화시킬 적기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1980년대 초부터 노인학대에 대해 전문적 연구와 더불어 제도적 대비책을 마련, 우리나라의 군(郡)에 해당하는 county마다 이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와 위원회가 만들어져 있다.
"피해자인 노인들이 가족들의 치부를 밖으로 드러내기를 꺼려해 일반인들이 잘 모를 뿐 실제로는 밝혀진 것보다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됩니다" 센터 권지영(31) 상담실장은 노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노인부양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각종 복지시설을 갖춰주는 한편 늙으면 이런 취급을 받을 수도 있지라는 노인들 스스로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경우든 노인을 학대할 권리는 아무도 없어요. 노인들도 학대받는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기보다 도움을 요청하길 바랍니다.
"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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