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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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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11-30 00:00 조회 1,50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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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2005.05.18
가족 부양 주는데 사회 안전망엔 구멍


한국 노인들은 위기에 처해 있다. 자녀들은 점점 부모를 모시려 하지 않는데 우리의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부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병들고 버림받은 노인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있는 것이다.

# 눈물 젖은 카네이션

어버이날인 5월 8일, 경기도 벽제 추모공원. 이모(48.여)씨는 부모의 유골함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었다. 눈에 잔뜩 고인 눈물이 카네이션 위로 뚝뚝 떨어졌다. 남들은 부모를 모시고 나들이 가는 날, 7남매의 막내딸 이씨는 이렇게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자식들에게 상처만 남기고 떠나시면 어떻게 해요."




아흔둘이던 이씨의 아버지는 78년을 해로한 어머니(당시 93세)와 함께 지난해 가을 목숨을 끊었다. 병석의 아내를 먼저 숨지게 한 뒤 자식들에게 네 장의 유서와 장례비 250만원을 남기고 자신도 세상을 등졌다.

살 만큼 살았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고 눈물짓지 말아라. 서운한 내 딸들을 못 보고 가는 이 아비 눈에 눈물이 나오니 한심하고 섭섭하다. 걱정 말고 몸 건강하길 바란다…. 78년이나 동거한 처를 죽이는, 독한 남편 ○○○ 불쌍하도다.

아버지는 지난 3년간 중풍과 치매로 거동도 못하는 어머니의 병 수발을 도맡아 왔다. "늙어서까지 짐이 될 수 있느냐"며 자식들이 주는 돈을 마다하고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폐품을 수집해 용돈을 벌어 쓴 아버지였다. 도리어 40~60줄의 자식들이 형편이 어려워 노동판을 전전하는 것만 걱정했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던 아버지의 선택은 오히려 큰 멍에로 돌아왔다. 친지나 이웃들은 "부모를 어떻게 모셨기에…" "동네에서 나가라"는 등 차갑게 반응했다. 이씨는 "주변의 냉대에 또 한번 울게 된다"고 했다.

# 자식 빚 떠안은 달동네 할아버지

지난해 9월 박모(당시 77세) 할아버지는 유일한 재산인 서울 달동네 무허가 주택 한 채를 할머니(78)에게 남기고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는 죽음으로 가난에서 벗어났지만, 그 짐은 고스란히 할머니에게 넘겨졌다.

할아버지는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터줏대감이었다. 평생 노동일로 허리병과 관절염밖에 남은 것이 없었지만 동네 대소사는 빠짐없이 거들어 주던 호인이었다. 덕택에 마지막 가는 길은 이웃과 친지들이 돈을 모아 장례를 치러줬다. 하지만 할머니는 할아버지만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 "어떻게 한 마디 내색도 하지 않을 수 있어. 야속한 사람 같으니…."

일이 있기 5개월 전까지 할아버지도 아파트 청소를 하다 관절염이 심해져 걸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잠도 못 이룰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할아버지는 비싼 병원비가 아까워 병원을 자주 가지 못했다. 일을 대신 나가야 하는 할머니에게 미안했던 까닭이다.

가난은 노부부의 평생을 모질게도 따라다녔다. 6남매 중 막내만 고등학교까지 보내고 위로는 모두 중학교 교육밖에 시키지 못했다. 가난은 자식들의 꽁무니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걔네들 나무라면 안 되지. 자기들도 힘든데 어떻게 나를 데려가겠어."

막노동을 하는 큰아들도, 시집 가서 돈에 쪼들리는 딸들도 노부모에게 용돈을 줄 형편이 아니었다. 그나마 기술이 있어 공장에 다니던 둘째 아들은 외환위기 때 실직하고 노숙자로 전락했다. 노부부는 아들의 카드빚 400만원까지 떠안아야 했다. 할머니는 보리쌀을 안치며 "가장 무서운 건 요금 고지서"라고 했다. 아끼느라 춥게 살아도 지난달 가스비가 3만원. 이달엔 건강보험료 1만7000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둘이 있으면 의논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 자식도 노인 모시기 싫다는데

이모(당시 84세) 할머니는 지난해 내내 자식들 싸움에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고혈압을 심하게 앓고 있는 자신을 집에 두고 교수 아들 내외가 바깥 활동을 하는 것을 딸들이 자주 문제 삼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딸들은 "편찮으신 노모를 혼자 두고 오빠와 올케언니 모두 밖으로 돌아다닐 수 있느냐"고 따졌고, 아들 내외는 "볼 일이 있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맞받았다.

지난해 아들 내외가 두 달간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서 또 한 차례 자식들 간에 큰 말다툼이 벌어졌다. 그리고 며칠 뒤, 할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담당 형사는 "할머니가 병든 자신 때문에 가정의 화목이 깨진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장모(당시 77세) 할아버지. 슬하에 6남매를 뒀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자식들 집을 전전했다. 어느 자식도 자신과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할아버지도 눈치채고 있었다. 중풍으로 여동생 집에서 간병을 받는 부인과 떨어져 지낸 것도 수년째. 큰딸 집에서 할아버지는 한동안 머물렀다. 목숨을 끊기 며칠 전, "형편이 어려우니 잠시 오빠 집에 가 계시라"는 딸의 말에 할아버지는 싫은 내색을 보였다고 한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가기 싫다는 말은 못하고…. 자식들 눈치를 많이 본 것 같더라고요." 사건을 조사한 형사가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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