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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고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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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11-30 00:00 조회 1,76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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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고려장(高麗葬)이라고 하면 늙고 병들어 거동을 못하는 부모를 멀리 내다 버린 악습으로 생각한다.
고려시대에 성행한 장례풍습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지방마다 고려장에 얽힌 설화들이 구전되고 그 흔적으로 여러 봉분들이 기정사 실처럼 지목되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과연 고려장은 존재했는가. 우리 고대사를 기술한 어느 문헌에도 산 사람을 매장하는 내용은 결코 없다고 한다.

부여 고구려시대의 후장(厚葬)풍속이 와전된 듯하다.

다만 고려시대까지 병자를 산속 깊이 내다 버렸다는 기록은 있지만 여기서 말하 는 병자란 전염병환자를 가리키는 것이다.

불효죄를 반역죄와 같이 엄하게 다스렸던 당시의 사회풍속으로 미루어 볼 때 생 매장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게 학자들의 중론이다.

"고려장"이라는 용어가 언제 출현했는지에 대해서는 설이 갈려 있다.

하나는 역사학자 이병도가 1939년에 쓴 "국사대관"에서 고려장을 언급하면서 이 후 국정교과서 등에서 별다른 의심없이 사실(史實)로써 기술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일제가 우리 문화재를 약탈하면서 악의적으로 만들어 낸 용어라는 설 명이다.

무덤의 부장품까지를 노린 일본인들은 조선 인부들이 무덤도굴을 극도로 꺼리자 이를 회유하기 위한 구실로 패륜적인 고려장을 들먹였다는 것이다.

최근 가족해체와 경제불황 등으로 인해 복지시설이나 병원에 버려지는 노인들 이 많아지자 매스콤은 이를 "현대판 고려장"으로 묘사하며 땅에 떨어진 인륜을 질타하고 있다.

부모봉양을 도외시하고 심지어 방기하는 처사는 백번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역사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고려장을 이에 빗대어 공공연히 표현하는 것은 지나 친 과장이 아닐 수 없다.

예로 부터 우리 민족은 충효를 으뜸으로 삼고 그 실천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 기며 살아왔다.

경제난이 원죄가 되어 부모 자식간의 천륜이 무너지는 세태를 고려장에 대입하 면서 에스키모인들의 풍장(風葬)이나 중국의 유목민 그리고 고대 인도에서 행해 졌던 기로장(棄老葬)과 동일시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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