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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인터뷰 | 조명자 요양원 안가기모임 회원 > 내 집에서 스스로 행복한 '죽음 선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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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10-10 13:26 조회 68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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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6 11:48:14 게재 


자식 부담 줄이는 대신 선택권 존중
돌봄기관들 정보 분절, 제 기능 못해


"아프지 않고 내 집에서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자는 게 모임의 취지입니다."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지난달 20일 전남 담양에서 만난 '요양원 안가기모임' 조명자(70·사진) 회원이 말했다. 인사를 나누는 순간 모임 이름부터 소망까지 모든 게 역설적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과연 행복한 죽음이 있을까. 그는 인터뷰 동안 결심을 하게 된 배경과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돌봄 과제 등을 풀어냈다. 

"우리 남편이 60세가 넘어 요양보호사로 취직을 했어요. 대부분 치매 노인이셨는데 집에 가고 싶어 하루 종일 어디로 탈출할까 문이란 문을 죄다 밀어보시더래요."

죽어도 내 집에서 죽고 싶다는 부모를 야멸치게 떼어놓을 수밖에 없는 자식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이 인생에 종착역일 수밖에 없는 비정한 현실이 모임의 출발점이 됐다는 게 조씨의 설명이다.

모임은 지인들을 중심으로 2년 전부터 시작했고 회원은 모두 12가구다. 제일 적은 나이가 60대 초반이고 74세가 최고령자다. 최고령자는 회장인 남편 김희택씨다. 이 정도 나이는 시골에서 청년에 속하지만 모두 잠재적 요양원 입원 대상이다. 일부 회원들은 고령의 부모까지 모시고 있다. 고령 노인이 초고령 노인을 돌보는 우리사회 현실을 고스란히 투영했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덩달아 돌봄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 노인 돌봄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짊어질 과제가 됐다. 가족 선택에 따라 대개 집이나 요양원을 선택하는 게 요즘 추세다. 나이가 많을수록 자기선택권이 줄고 자식에 의존한다. 부모를 요양원에 보낸 자식들은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자신도 노후를 준비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여있다.

모임은 이런 사회적 현상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자식들의 부담을 최대한 줄인 대신 자기선택권을 존중했다. 그래서 회칙에 연명치료 거부와 장기기증, 갈 때가 되면 스스로 곡기를 끊는다는 비장함을 담았다. 또 자식들을 최대한 설득한다는 의지도 포함했다.

중압적인 회칙과 달리 모임은 최대한 재밌게 운영한다. 매달 회원 집을 돌면서 그냥 먹고 웃고 떠들고 논다. 또 걸을 수 있을 때까지 한번이라도 더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래서 지난 6월 회원 15명과 제주여행을 다녀왔다. 다소 우습게 보이는 운영방식은 시골생활에서 터득했다.

조씨는 "시골 노인들이 치매에 덜 걸리는 이유는 날마다 마을회관이나 노인정에서 재밌게 놀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도시에 비해 외로움이 덜 하다"고 했다.

재밌는 모임을 2년 남짓 하는 사이 회원 2명이 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조씨는 이 대목에서 '의사와 간호사, 요양보호사와 행정기관'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돌봄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과 요양병원, 보건소와 요양시설, 재가 요양센터 등 노인 돌봄 서비스 수행기관들이 널려 있지만 정작 돌봄이 필요한 순간에는 정보가 분절돼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다. 5년 전 간암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던 조씨 역시 정기검진을 받기 위해 3개월에 한 번씩 서울에 있는 병원을 찾는다. 조씨는 "자기 집에서 의사와 간호사, 요양보호사와 행정기관 등이 결합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만 있다면 이게 가장 이상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단하면서도 곱게 늙어가는 그는 인터뷰 내내 "우리 나이에는 죽음을 항상 달고 산다"면서 얼떨결에 맞이하는 죽음이 역설적으로 가장 행복할 수 있다"고 되뇌었다. 역설적으로 들리는 행복한 죽임이 우리사회가 추구할 돌봄의 궁극적 목표 중 하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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