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 요양보호사의 늪 > ③ 빛 좋은 개살구 서울요양원···실상은 우후죽순 영세 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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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10-06 11:32 조회 624회 댓글 0건본문
- 입력 2023.09.26 20:10
하늘의 별 따기 국립요양원 입소 현실
대부분 노인은 영세 민간 요양원 신세
복지 수요 충족 못 시키는 2008 체제
휠체어에 탄 노인과 여성이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빠, 심사위원들이 찾아오면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어떤 반응도 하시면 안 돼요.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면 등급 판정을 받지 못할 수도 있어요."
오랜만에 찾아온 외동딸이 이렇게 신신당부하자 치매 증상이 갓 시작된 70대 중반의 할아버지는 "그래, 알았다"면서 장기요양인정조사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 두 명이 자택을 방문해 의자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그러나 그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 조사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됐고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막판에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방문을 열고 나가던 건보공단 직원 한 명이 뒤를 돌아보면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아버님 진지는 드신 거지요?"
아들뻘의 직원이 친근하게 "아버님"이라며 기습적으로 묻자 할아버지는 자신도 모르게 "그럼 먹었고 말고~"라면서 점심 메뉴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답했다. 결국 이 할아버지는 재조사를 받았고 장기요양인정점수 5등급 이상을 얻지 못해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함정 조사'가 된 老 대상 등급 심사
빌미 잡아 탈락시키기 바쁜 복지부
위의 사례를 보면 할아버지를 상대로 지능적인 '함정 조사'를 펼친 공단 직원이 국민 혈세를 아낀 공로자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딸은 결혼해 다른 도시에 사는데 제 앞가림만 하는 정도여서 할아버지를 돌봐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치매에 만성 질환까지 앓고 있는 할아버지의 건강은 날로 악화했다. 요양시설로 가고 싶어도 못 가고 집에 홀로 남게 된 독거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부모 봉양은 전통적으로 가족의 영역이었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된 이후 사회적 영역으로 빠르게 편입되면서 모든 국민이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가 돼 어느덧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노인 돌봄, 즉 요양이란 개인위생(화장실 출입 세수, 양치질, 목욕 등)과 가사 활동(식사 준비, 설거지, 청소 빨래 등)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질환 치료 중심인 요양병원이 곧 요양시설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장기요양보험통계 연보에 따르면, 2008년 제도 시행 첫해 21만4000명이던 수급자가 2020년 85만8000명으로 약 4배 증가했다. 지난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자는 128만명을 넘어섰고, 94만(74.4%)명이 인정을 받아 1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런 장기 요양 서비스 수요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은 200만명에 달한다. 산술적으론 2명의 요양보호사가 1명의 노인을 돌보는 수치지만 현실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아빠, 심사위원들이 찾아오면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어떤 반응도 하시면 안 돼요.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면 등급 판정을 받지 못할 수도 있어요."
오랜만에 찾아온 외동딸이 이렇게 신신당부하자 치매 증상이 갓 시작된 70대 중반의 할아버지는 "그래, 알았다"면서 장기요양인정조사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 두 명이 자택을 방문해 의자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그러나 그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 조사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됐고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막판에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방문을 열고 나가던 건보공단 직원 한 명이 뒤를 돌아보면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아버님 진지는 드신 거지요?"
아들뻘의 직원이 친근하게 "아버님"이라며 기습적으로 묻자 할아버지는 자신도 모르게 "그럼 먹었고 말고~"라면서 점심 메뉴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답했다. 결국 이 할아버지는 재조사를 받았고 장기요양인정점수 5등급 이상을 얻지 못해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함정 조사'가 된 老 대상 등급 심사
빌미 잡아 탈락시키기 바쁜 복지부
위의 사례를 보면 할아버지를 상대로 지능적인 '함정 조사'를 펼친 공단 직원이 국민 혈세를 아낀 공로자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딸은 결혼해 다른 도시에 사는데 제 앞가림만 하는 정도여서 할아버지를 돌봐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치매에 만성 질환까지 앓고 있는 할아버지의 건강은 날로 악화했다. 요양시설로 가고 싶어도 못 가고 집에 홀로 남게 된 독거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부모 봉양은 전통적으로 가족의 영역이었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된 이후 사회적 영역으로 빠르게 편입되면서 모든 국민이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가 돼 어느덧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노인 돌봄, 즉 요양이란 개인위생(화장실 출입 세수, 양치질, 목욕 등)과 가사 활동(식사 준비, 설거지, 청소 빨래 등)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질환 치료 중심인 요양병원이 곧 요양시설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장기요양보험통계 연보에 따르면, 2008년 제도 시행 첫해 21만4000명이던 수급자가 2020년 85만8000명으로 약 4배 증가했다. 지난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자는 128만명을 넘어섰고, 94만(74.4%)명이 인정을 받아 1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런 장기 요양 서비스 수요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은 200만명에 달한다. 산술적으론 2명의 요양보호사가 1명의 노인을 돌보는 수치지만 현실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서울요양원 대기자 명단을 '김영자'란 이름을 넣어 검색해 봤다.
1%를 위한 국립 vs 99% 민간 구도
저수가가 공공재의 비극 부추긴 것
정부는 제한된 수가(酬價) 아래에서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수급 대상 숫자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수급자 폭증을 막기 위해 신청자를 가급적 탈락시키는 것이 일이 됐다. <여성경제신문>이 취재 과정에서 접한 딸과 할아버지의 사례는 정부의 '무늬만 장기요양보험서비스'가 국민의 복지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당시 1244개에 불과했던 노인요양원 수는 비용의 80%를 지원해 주는 제도 덕에 큰 폭의 증가를 거듭해 2020년 기준 재가 1만9621곳, 시설 5763곳으로 총 2만5384곳에 이른다. 이 중에 민간기관이 2만5140곳으로 99%다. 정부가 직접 운용하는 국공립기관은 244곳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국공립 요양원의 표준 모델 격인 서울요양원은 일반 법인 요양원에 비해 대기자가 줄을 선다. 인적 물적 자원에서 훨씬 많은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정선우 씨(남·53)는 "어머니 문제로 국립요양원에 연락했더니 10년을 기다리라 해서 농담인 줄 알았다"며 "그렇다고 상가 빌딩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영세 요양원을 선택하자니 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팀이 건보공단이 운영하는 서울요양원의 대기자 명단을 검색한 결과 올해 상반기 시설 입소를 신청한 '김영자' 씨는 대기 번호 1242번으로 나왔다. 입소 정원이 150명이다 보니 5년 이상은 기다려야 하는 순서다. 또 서울요양원 같은 국립요양원을 많이 만들면 좋겠지만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다. 서울요양원 건립 공사에는 318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올해 경영공시를 보면 한해 운영 예산이 70억원이 넘는다.
인적·물적 지원 덕에 서울요양원의 1등급 이용자(22.97%)는 일반 요양원의 평균율(10.59%)보다 12.4% 이상 많다. 물론 1등급의 어르신을 많이 받으니 이상적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의 99%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운영하는 민간 법인 요양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배부른 소리에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민간 법인 요양원 대부분이 '수가 절벽'에 직면한 가운데 정부가 중앙집권 방식으로 국공립 지원에만 집중한 결과 "밥 잘 먹었다"는 한 마디로 등급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된 치매 할아버지와 지방 사는 노인들이 복지 혜택에서 배제되는 상황을 낳은 것이다.
1%를 위한 국립 vs 99% 민간 구도
저수가가 공공재의 비극 부추긴 것
정부는 제한된 수가(酬價) 아래에서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수급 대상 숫자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수급자 폭증을 막기 위해 신청자를 가급적 탈락시키는 것이 일이 됐다. <여성경제신문>이 취재 과정에서 접한 딸과 할아버지의 사례는 정부의 '무늬만 장기요양보험서비스'가 국민의 복지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당시 1244개에 불과했던 노인요양원 수는 비용의 80%를 지원해 주는 제도 덕에 큰 폭의 증가를 거듭해 2020년 기준 재가 1만9621곳, 시설 5763곳으로 총 2만5384곳에 이른다. 이 중에 민간기관이 2만5140곳으로 99%다. 정부가 직접 운용하는 국공립기관은 244곳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국공립 요양원의 표준 모델 격인 서울요양원은 일반 법인 요양원에 비해 대기자가 줄을 선다. 인적 물적 자원에서 훨씬 많은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정선우 씨(남·53)는 "어머니 문제로 국립요양원에 연락했더니 10년을 기다리라 해서 농담인 줄 알았다"며 "그렇다고 상가 빌딩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영세 요양원을 선택하자니 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팀이 건보공단이 운영하는 서울요양원의 대기자 명단을 검색한 결과 올해 상반기 시설 입소를 신청한 '김영자' 씨는 대기 번호 1242번으로 나왔다. 입소 정원이 150명이다 보니 5년 이상은 기다려야 하는 순서다. 또 서울요양원 같은 국립요양원을 많이 만들면 좋겠지만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다. 서울요양원 건립 공사에는 318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올해 경영공시를 보면 한해 운영 예산이 70억원이 넘는다.
인적·물적 지원 덕에 서울요양원의 1등급 이용자(22.97%)는 일반 요양원의 평균율(10.59%)보다 12.4% 이상 많다. 물론 1등급의 어르신을 많이 받으니 이상적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의 99%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운영하는 민간 법인 요양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배부른 소리에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민간 법인 요양원 대부분이 '수가 절벽'에 직면한 가운데 정부가 중앙집권 방식으로 국공립 지원에만 집중한 결과 "밥 잘 먹었다"는 한 마디로 등급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된 치매 할아버지와 지방 사는 노인들이 복지 혜택에서 배제되는 상황을 낳은 것이다.
지난 2019년 9월 24일 지상 5층, 지하 2층의 상가 4층에 설치된 김포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입원 환자 2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재정으로 전시용 요양원 만든 결과
1%를 위한 국립 vs 99% 민간 구도
부당 청구, 안전사고 위험 노인 몫
지금까지 정부가 '전시용 요양원'만을 남겨두고 대부분의 요양 서비스를 민간에 떠넘긴 측면도 있다. 건물만 가지고 있으면 요양원 허가를 내줘서 동네 건물 2층이나 3층에 작은 개인 요양원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여기에 더해 2008년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존에 있던 요양사 임금 가이드라인을 폐지한 것이 요양보호사 처우를 더욱 악화시켰다.
현재 요양보호사는 사회복지사나 생활지도사 등 타 복지 계열 직종과 달리 급여 가이드라인이 없다. 타 직종의 경우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지침에 따라 1년 차는 1호봉, 2년 차는 2호봉 등 정해진 급여가 지급되지만 요양보호사는 대부분 최저시급을 받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표준임금 가이드라인을 만들라고 권고하고 보건복지부에서도 최근 인력운용비 기준을 제시했지만, 인력운용비와 실제 종사자가 지급받는 인건비의 차이가 크다.
이은혜 순천향대 의대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선 요양보호사에게 급여비를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 아닌 운영자와 관리자를 거치기 때문에 요양보호사의 급여가 다른 직종보다 낮게 나타난다"며 "돌봄 복지 최전선에 있는 이들의 열악한 처우는 결국 돌봄서비스 질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도 한몫했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초기 1~2등급 비중이 높았으나, 재가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2~3등급의 규모가 커진 것을 정책에 반영하지 못했다. 경기도 지역 한 요양보호사는 "침대 생활을 해 24시간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이 1~2등급이고 지팡이 등을 이용해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느냐에 따라 3~4등급으로 나눠진다"며 "현실적인 수요를 받쳐주지 못하는 국립요양원의 부족한 부분을 일반시설이 채워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이런 민간 요양시설이 늘어나면 비용이 내려가고 서비스의 질도 좋아져야 하지만 요양원이 밀집된 지역에선 출혈경쟁이 벌어진다. 보건당국의 감독·관리가 부실하다 보니 요양급여 부당 청구 사건도 비일비재하다. 입소 노인에 대한 가혹 행위, 성폭행은 물론 치매 노인이 실종 후 사망하거나 입소자가 다른 입소자를 살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화재를 비롯한 안전사고의 위험도 여전해 보인다.
지난 2018년 행정안전부가 요양병원 1408곳과 요양원 3244곳 등 4652곳을 안전 감찰한 결과 무려 3669곳(78.9%)이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피가 어려운 3층 이상에 있었다. 2019년 사망 2명 등 49명의 사상자를 낳은 김포 요양병원 화재 사건도 상가 건물 고층에 설치돼 휠체어나 침대를 이동시킬 수 있는 대피로(경사로)가 없는 구조가 피해 규모를 키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사례를 살펴보면, A 요양원은 시설 유지·보수업무를 수행한 관리인과 위생원을 요양보호사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거짓 청구해 총 4억400만원의 요양급여를 부당 청구했다. 이 밖에도 실제 근무하지 않는 요양보호사를 면허증 대여 등으로 인력 신고한 뒤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를 받으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또 재가요양 서비스의 '수가난'도 마찬가지다. 가족 중 한 명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 직접 돌봄을 제공하고 요양 급여비를 본인의 인건비로 책정하는 방식도 있지만 급여의 한도가 시설보다 적고 요양 제공 인정 시간도 짧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으로 전시용 요양원 만든 결과
1%를 위한 국립 vs 99% 민간 구도
부당 청구, 안전사고 위험 노인 몫
지금까지 정부가 '전시용 요양원'만을 남겨두고 대부분의 요양 서비스를 민간에 떠넘긴 측면도 있다. 건물만 가지고 있으면 요양원 허가를 내줘서 동네 건물 2층이나 3층에 작은 개인 요양원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여기에 더해 2008년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존에 있던 요양사 임금 가이드라인을 폐지한 것이 요양보호사 처우를 더욱 악화시켰다.
현재 요양보호사는 사회복지사나 생활지도사 등 타 복지 계열 직종과 달리 급여 가이드라인이 없다. 타 직종의 경우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지침에 따라 1년 차는 1호봉, 2년 차는 2호봉 등 정해진 급여가 지급되지만 요양보호사는 대부분 최저시급을 받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표준임금 가이드라인을 만들라고 권고하고 보건복지부에서도 최근 인력운용비 기준을 제시했지만, 인력운용비와 실제 종사자가 지급받는 인건비의 차이가 크다.
이은혜 순천향대 의대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선 요양보호사에게 급여비를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 아닌 운영자와 관리자를 거치기 때문에 요양보호사의 급여가 다른 직종보다 낮게 나타난다"며 "돌봄 복지 최전선에 있는 이들의 열악한 처우는 결국 돌봄서비스 질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도 한몫했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초기 1~2등급 비중이 높았으나, 재가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2~3등급의 규모가 커진 것을 정책에 반영하지 못했다. 경기도 지역 한 요양보호사는 "침대 생활을 해 24시간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이 1~2등급이고 지팡이 등을 이용해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느냐에 따라 3~4등급으로 나눠진다"며 "현실적인 수요를 받쳐주지 못하는 국립요양원의 부족한 부분을 일반시설이 채워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이런 민간 요양시설이 늘어나면 비용이 내려가고 서비스의 질도 좋아져야 하지만 요양원이 밀집된 지역에선 출혈경쟁이 벌어진다. 보건당국의 감독·관리가 부실하다 보니 요양급여 부당 청구 사건도 비일비재하다. 입소 노인에 대한 가혹 행위, 성폭행은 물론 치매 노인이 실종 후 사망하거나 입소자가 다른 입소자를 살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화재를 비롯한 안전사고의 위험도 여전해 보인다.
지난 2018년 행정안전부가 요양병원 1408곳과 요양원 3244곳 등 4652곳을 안전 감찰한 결과 무려 3669곳(78.9%)이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피가 어려운 3층 이상에 있었다. 2019년 사망 2명 등 49명의 사상자를 낳은 김포 요양병원 화재 사건도 상가 건물 고층에 설치돼 휠체어나 침대를 이동시킬 수 있는 대피로(경사로)가 없는 구조가 피해 규모를 키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사례를 살펴보면, A 요양원은 시설 유지·보수업무를 수행한 관리인과 위생원을 요양보호사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거짓 청구해 총 4억400만원의 요양급여를 부당 청구했다. 이 밖에도 실제 근무하지 않는 요양보호사를 면허증 대여 등으로 인력 신고한 뒤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를 받으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또 재가요양 서비스의 '수가난'도 마찬가지다. 가족 중 한 명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 직접 돌봄을 제공하고 요양 급여비를 본인의 인건비로 책정하는 방식도 있지만 급여의 한도가 시설보다 적고 요양 제공 인정 시간도 짧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요양원 재가복지센터 전경 /보건복지부
임금가이드라인 폐지 대책 없던 복지부
표준모델 실패하자 탈시설로 방향 틀어
복지부는 야심 차게 내놓은 서울요양원 실험이 사실상 실패하자 영국이나 일본 시스템을 벤치마킹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탈시설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영국·일본과 같은 커뮤니티케어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탈시설은 가족에게 돌봄 부담을 떠넘기려는 시도로 읽힌다. 충청북도 지역 요양원 한 원장은 "시설에 주는 정부 지원금만 줄이려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책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중순 발표한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에 공급부족 지역에 보험사 등이 참여하는 민간 요양시설을 확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업자가 직접 토지 및 건물을 소유해야만 10인 이상의 노인요양시설을 설립할 수 있는데 '임차 요양원'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앞으로 시행규칙이 개정되면 서울 동남부 지역을 포함한 부산과 대구 등 광역시에서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노인 인구가 많지만, 장기 요양 인정 인구가 적고, 요양원이 부족한 대표 지역으로 보험사들이 주목하는 곳이기도 하다. 보험업계는 반기지만 참여연대 등은 요양시설 임차를 허용하면 입소 노인들의 주거 불안이 높아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민간의 참여 문호를 열어 기존 요양원 생태계의 경직성을 풀어주고 민간 자본이 들어오게 하면 재산이 있는 사람은 민간 보험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정부는 저소득층 돌봄에 집중하는 이원화 시스템이 가능하다. 중증 환자는 시설에 수용하고 경증 환자는 탈시설로 유도하는 정책이 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보편적 복지로 유명한 영국은 시행착오 끝에 사회복지는 민간이 서비스를 공급하고 정부는 관리 감독을 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며 "1차 의료기관이 장기간 요양이 필요한 '만성기' 노인 환자의 진료를 담당하도록 기능을 구분해 커뮤니티 케어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의료·요양 서비스 자원의 비효율을 동시에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 여성경제신문(https://www.womaneconomy.co.kr)
임금가이드라인 폐지 대책 없던 복지부
표준모델 실패하자 탈시설로 방향 틀어
복지부는 야심 차게 내놓은 서울요양원 실험이 사실상 실패하자 영국이나 일본 시스템을 벤치마킹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탈시설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영국·일본과 같은 커뮤니티케어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탈시설은 가족에게 돌봄 부담을 떠넘기려는 시도로 읽힌다. 충청북도 지역 요양원 한 원장은 "시설에 주는 정부 지원금만 줄이려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책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중순 발표한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에 공급부족 지역에 보험사 등이 참여하는 민간 요양시설을 확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업자가 직접 토지 및 건물을 소유해야만 10인 이상의 노인요양시설을 설립할 수 있는데 '임차 요양원'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앞으로 시행규칙이 개정되면 서울 동남부 지역을 포함한 부산과 대구 등 광역시에서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노인 인구가 많지만, 장기 요양 인정 인구가 적고, 요양원이 부족한 대표 지역으로 보험사들이 주목하는 곳이기도 하다. 보험업계는 반기지만 참여연대 등은 요양시설 임차를 허용하면 입소 노인들의 주거 불안이 높아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민간의 참여 문호를 열어 기존 요양원 생태계의 경직성을 풀어주고 민간 자본이 들어오게 하면 재산이 있는 사람은 민간 보험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정부는 저소득층 돌봄에 집중하는 이원화 시스템이 가능하다. 중증 환자는 시설에 수용하고 경증 환자는 탈시설로 유도하는 정책이 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보편적 복지로 유명한 영국은 시행착오 끝에 사회복지는 민간이 서비스를 공급하고 정부는 관리 감독을 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며 "1차 의료기관이 장기간 요양이 필요한 '만성기' 노인 환자의 진료를 담당하도록 기능을 구분해 커뮤니티 케어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의료·요양 서비스 자원의 비효율을 동시에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 여성경제신문(https://www.woman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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