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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전문가 기고 > 존엄한 노년, 평온한 돌봄을 위한 행복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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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10-10 13:22 조회 66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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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0 11:51:25 게재 


내년이면 노인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르고 2025년이면 인구 5명 가운데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비친족 동거가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맞벌이 가구의 비율도 선진국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4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정책에 관심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변화의 경향은 한가지 점에서 공통적인 함의를 가진다. 즉 전통적인 가족내 돌봄이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은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돌봄의 부재와 공백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이들과 이들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 주로 가족 구성원들의 일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본과 국가의 입장에서도 돌봄 공백에 따른 주민 일상의 무너짐은 곧바로 자본과 국가 체계 운영의 기반이 되는 노동력 재생산의 위기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현대 복지국가들이 전통적인 여성 중심의 가족내 돌봄전담 모형을 폐기하고 공적 제도화를 통해 임금노동 중심의 사회서비스 제도를 운영하는 배경이 되는 조건과 환경을 우리 사회는 매우 빠른 속도로 관통하고 있는 중이다.

공공이 책임지는 사회서비스의 제도화와 이를 통한 돌봄의 사회화는 우리 사회가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단순하지 않은 돌봄관계

돌봄이라는 행위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돌봄을 받는 이의 존엄한 일상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돌봄을 제공하는 이와의 관계에서 상호의존적이면서도 대등한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에 더하여 가족과 같은 돌봄 책임자까지 포함한 관계에서 상호신뢰에 기반한 우호적인 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

돌봄을 받는 사람과 돌봄 제공자 사이에 상호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양질의 돌봄, 만족스러운 돌봄이 이루어질 수 없다. 상호간의 이해를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에 걸친 상호간의 경험과 관계의 축적이 필요하다.

가족과 같이 비공식적인 관계가 아니고 돌봄노동자와의 관계가 일정한 시간 동안 지속되기 위해서라도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이를 반영한 안정적인 고용관계, 적정수준의 임금보장 등이 필수적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서로의 날숨과 들숨이 뒤섞이고, 서로의 체취와 체온이 오감을 통해 전달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돌봄의 현장에서 돌봄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 돌봄 노동의 질이라는 점은 복잡한 이론을 동원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한 사회에서 사회적 돌봄 행위가 발생하는 과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복잡한 관계망 전체를 통합적으로 조망해야 가능한 일이다.

특히 제도로서의 돌봄정책을 고민한다면, 응당 이와 같은 복잡한 관계망으로써의 돌봄을 통합적으로 조망하고 각 관계의 접점 별로 섬세한 대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양질의 돌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양질의 돌봄노동자를 양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계획과 대책은 빼놓을 수 없는 정책과제이다.

우리의 돌봄관계는 적절한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속도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으니 정부도 사회적 돌봄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앞서 언급한 돌봄 관계의 복잡성과 양질의 돌봄 제공을 위한 돌봄노동의 질 확보에 대한 고려를 하고 있을까?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을 살펴보면 돌봄노동의 수요 증가에 대한 전망은 있으나,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양질의 돌봄노동 양성과 유지를 위한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지역사회에서 의료와 요양의 통합적 접근이라는 커뮤니티케어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으나 정작 이를 정부와 함께 책임지고 수행할 공공 사회서비스 시설 및 인력의 인프라 확충에 대한 계획은 부재하다. 심지어 공공 직접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 출범한 사회서비스원조차 민간 사회서비스 지원조직으로 형해화하며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돌봄 서비스 제공 인력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제3세계 이주 노동자를 활용한다는 계획을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조차 공공연히 밝히는 것은 돌봄정책을 돌봄관계가 아니라 비용 중심으로 생각하는 천박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꼴이다. 우리사회의 유지를 위해 세계체제 주변부의 자원을 빨아들이는 행위를 소위 수탈로 개념화한 낸시 프레이저의 '식인 자본주의'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최근 정부의 돌봄정책 방향은 여러가지 면에서 우려스럽다. 정부가 주민 모두의 존엄한 노후의 보장과 돌봄 책임자의 평온한 일상을 보장하고자 원한다면 돌봄 제공자의 노동이 행복해지게 하기 위한 방안을 우선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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