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뉴스 < 세계의 노인복지 ②-미국 > 은퇴자에게 잔인한 '최소한의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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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9-25 12:50 조회 554회 댓글 0건본문
입력 2023-09-25 08:00 수정 2023-09-25 08:00
[아시아타임즈=최율소 기자] 미국의 복지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최소한'이다. 능력주의와 시장주의가 지배하는 미국에서 복지는 그만큼 먼 이야기다. 실제로도 그렇다. 직장이 있는 미국인들은 퇴사하기 전에 병원을 간다는 말이 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건강보험제도가 빈약하니 직장에서 지원해줄 때 받아놓겠다는 의미다.
의료분야 뿐만 아니라 주거복지 역시 열악하다. 미국은 아주 기본적인 복지만을 제공한다. 공공 차원에서 담당하는 복지의 반경이 좁은만큼 민간영역이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면 좋겠지만 민간 부문의 복지 역시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노인에게 잔인한 미국의 공공보험
우리나라에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있다면 미국에는 FTLCIP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미국이 지난 2022년 12월 19일부터 FTLCIP 신규 신청 접수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미국 정부는 2년간 이를 중단키로 하면서 2024년 12월까지 해당 보험제도 가입을 막았다. 이유는 돈이다. 미래에 닥쳐올 자금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TLCIP 납부금을 손 봐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가입한 노인들도 의료보장을 받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기준 55세 미국인 남성이 16만5000달러(약 2억2000만원) 상당의 장기요양을 보장받으려면 연평균 2220달러(약 300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간병인이나 시설 입소 등 장기요양 보장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서는 미국 담당부처의 공식 정보는 찾을 수 없었지만, 미국 비영리 소비자단체인 컨슈머어페어가 올해 1월 조사기관 젠웰스의 조사를 인용해 전국적으로 장기요양 평균 비용은 개인실 요양원 돌봄의 경우 월 8821달러(약 1200만원)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12개월을 곱해 계산해보면 연간 10만5600달러, 즉 1억4200만원이다.
치매로 인해 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할 경우에는 보험료가 급증할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미국이 ‘의료비가 무서워 웬만한 질병으로는 병원에 가지 않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로 유명한 것을 떠올리면 다른 노인성 질병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격인 메디케어(Medicare)나 메디케이드(Medicade)는 대부분의 노인성질병은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노인들이 이에 기댈 수도 없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당사자의 가족이나 친구가 무급 간병인의 역할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주위 사람의 무급 간병은 과소평가되어 있는데, 이들의 서비스를 경제적으로 추산하면 그 가치는 무려 5000억달러에 이른다. 국가가 돌봄 책임을 국민에게 미루는 것이다.
게다가 당사자의 주변인들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지식 부족으로 인하여 당사자의 우울감이나 무기력 등 당사자를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지 못해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반면 우리나라는 노인장기요양문제를 국가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꼼꼼하게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현물·현금의 형태로 자택이나 시설에서 간호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휠체어·이동욕조·전동침대 등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각종 용구도 저렴하게 구입 혹은 대여할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본인부담금이 전혀 없다.
다만 우리나라도 노인장기요양보험 자금 고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서 이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우리도 미국처럼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축소하거나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미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정년퇴직자에게도 잔인한 주거 복지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and World Report)는 지난 7월 13일 '고령자를 위한 7가지 주택 선택지'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부제목은 무려 '은퇴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생활 방식을 살펴보세요'다.
이 칼럼은 일반적인 은퇴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7개의 주거 형태 중 오직 1개만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라는 내용이다.
'보조금 주택'이라는 소제목으로 구분된 해당 항목에는 "소득에 따라 연방이나 주, 지역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보조금을 받는 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고 소개하면서도 "그러나 이런 주택들에는 좋은 시설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대기자도 수백 명에 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여섯 가지는 거주하는 주택을 개조해 노인이 돼도 살기 편하도록 만들기, 성인 자녀와 함께 살기, 다른 노인에게 공간을 임대해 함께 살기, 지역의 다양한 커뮤니티를 이용하기 등이다.
은퇴자들의 보편적인 선택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조악하다. 부유한 은퇴자가 아니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민간 주체의 노인거주시설이나 주거단지에 대한 소식은 찾을 수 없었다.
고령자가 민간 노인거주시설 등을 이용하려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했다. 미국의 은퇴자 거주시설 중 하나인 시어스톤의 월 비용은 2023년 9월 기준으로 2290달러(약 307만원)에서 최고 8745달러(약 1174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고령자도 주거불안정성을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OECD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40.4%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우리나라도 노인복지주택이라는 이름으로 고령자 대상 주택 제도를 펼치고 있기는 하나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
사회변화 못 따라가는 공공복지와 민간복지
디지털 기술이 일상 곳곳에 적용되며 '디지털소외' 혹은 '디지털격차' 등이 활발하게 논의되며 대안도 조금씩 출현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 대국인 미국의 복지는 영 꽝이다.
디지털소외 논의에서 미국의 대응은 아직까지 광대역 인터넷 저비용 제공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0년에 미국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16.8%를 차지했다. 국제연합(UN·유엔)은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 대비 14% 이상인 사회를 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유엔의 기준으로 본다면 미국은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그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비책도 필요할 터인데, 사회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미국 공공복지가 고령화 문제를 인식하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민간영역의 복지를 찾기 힘든 것도 문제점이다.
복지 분야에서 민간영역의 역할은 중요하다. 모든 복지를 공공이 감당하기에는 당사자 개개인에 맞추거나 집단 특성에 맞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복지를 지원하는 미국에서 민간영역의 복지를 기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민간영역 복지의 특징은 서비스의 다양성이나 유연한 적용 등인데, 미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민간의 복지는 공공영역의 복지를 축소해 민간 재원으로 시행하는 데 그친다.
미국의 노인복지의 면면을 뜯어보면 미국을 복지국가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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